[박두규 자유기고가] 마을의 매력, 사람의 향기
[박두규 자유기고가] 마을의 매력, 사람의 향기
  • 광양뉴스
  • 승인 2012.09.10 09:40
  • 호수 47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계선 강가엔 꽃이 핀다(2)(다압면 원동 신기 내압 외압 섬진 다사 소학정 고사 항동 마을)

백제와 신라의 경계선. 섬진강의 섬진(蟾津) 나루는 고려사지리지에 나온다. 조선시대는 섬진진에 현감 직급의 진장이 있었고, 임진왜란 때는 왜군의 동태를 파악하는 첩보 기지였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서 묘사하는 섬진강 뱃길은, 길이 28㎞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면인 다압면의 정경이다. 김오천의 밤나무와 대를 이은 홍쌍리의 매화 고장으로 이름이 났다.

산골에서 강가로 향한 마을들

원동은 조선시대의 섬진원에 형성된 마을이다. 답동(沓洞-논골)과 ‘평화를 여는 마을’이 포함된다. 신기는 원동에서 새로 터를 잡아 나온 마을이고, 내압과 외압은 섬진강의 퇴적토가 쌓인 평지에 오리가 서식하여 압척이다. 내압은 안월채, 외압은 바깥월채며, 지석묘가 있다.

매화마을 섬진은 나루터의 두꺼비 모양의 바위〔蟾巖〕에서 이름이 유래한다. 강물이 굽어지는 곳에 수월정, 섬진진지 석비좌대가 있다. 강 건너 ‘두치진’은 하동으로 넘어갔다.

다사는 시내가 넷이나 흐르며 모래가 넘치는 마을이다. ‘대수내’와 ‘큰땀’으로도 불렸는데, 다사(多士)로 바꿔 선비가 많이 나길 바라는 고장이다. 소학정(巢鶴亭)은 마을 앞의 숲에 황새가 많이 깃든다는 이름이고, 용소 전설을 가진 용무정에도 몇 가구 산다.

관동은 기골이 장대한 장군이 손짓한 곳이라는 ‘깃골’과 강의 가장자리여서 ‘귀잇골’로 전하며, 머리에 쓰는 갓과 연결된 이름이다.

고사(高士)는 한지를 생산하던 ‘지소골’ 또는 절이 있던 ‘절골’이라 전하며 고사(古寺)가 고사(古士)로 바뀌었다가 높은 선비가 나는 고사(高士)가 되었다. 조선시대 곡물 대여 기관인 사창(社倉) 터가 있다. 항동(項洞)은 목처럼 잘록한 곳이어서 ‘목몰’과 면의 중앙이라는 ‘한골’의 한자 표기다.

전통 농산품을 가꾸는 사람들

평화를 여는 마을 노찬희(56) 씨는 마을에 상수도가 설치되기를 바라며 중마동 방면으로 가는 교통 불편도 해소되길 바란다.

외압 최경철(52) 씨는 신원초등학교 폐교가 잘 활용되기를 바라고, 섬진강 100리 길 사업에 기대를 건다.

섬진 강형구(66) 씨는 두꺼비와 나루터에 얽힌 전설 중에서 빨래하던 처녀와 두꺼비가 서로를 구해준 이야기를 자랑한다.

조상현(54) 씨는 밤 생산에 주력하여 ‘백운산 알밤’ 상표를 등록했고 ‘매실차 제조 방법’으로 특허도 냈다. 인터넷을 활용한 직거래로 주민의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고 한다.

관동 방선호(58) 씨는 ‘귀골 친환경 영농회’ 회장으로서 유기농 생태 마을 체계를 잡아가며 농림부장관 상을 받았다. 학교 무상급식에 친환경 식품을 납품하는 것이 희망이다.

고사 신연주(78) 씨는 매실영농조합에서 ‘매진’을 생산하게 된 내력을 더듬으며, 문을 닫게 된 사연이 너무나 아쉽고 미안하다고 한다.

고사 이병우(56) 씨는 귀농하여 녹차 체험학교와 예절학교 운영을 시도했고, ‘고사 부녀회 영농조합법인’ 대표인 박행자(56) 씨와 더불어 친환경 두부를 생산한다.

항동 정순례(52) 씨는 녹차 가공에 눈을 떠서 ‘광양시 차문화연구회’를 일으키며 농촌진흥청장 상과 “2009년 한국의 명차-녹차” 부문 은상도 받았다. 차를 통한 문화와 정신을 드높이려 인생을 투자했으나 사양길에 들어서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