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칼럽] ‘무릎팍도사’도 안 보시나?
[여의도 칼럽] ‘무릎팍도사’도 안 보시나?
  • 김현주
  • 승인 2007.03.29 10:56
  • 호수 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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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한별(여의도통신 미디어전문기자)
개그맨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시인 신동엽이 일갈했다.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시대를 격해서 이번엔 개그맨들이 온 몸으로 웅변한다.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악을 쓴다. 껍데기에 둘러싸인 세상에 겁 없이 대들기 시작한다. 최근의 변화다.

박명수는 개그맨이다. 예전만 해도 그는 별로 존재감 없는 개그맨이었다. 그런 그가 요즘 호통개그 하나로 떴다. 단전에 힘주고 새우 눈 치켜뜨며 버럭 악쓰면 사람들이 자지러진다. 덕분에 뜬금없이 제8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영화배우 이범수가 '버럭범수'란 새 이름을 얻었다. 모 방송 의료드라마에서 상대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고 네티즌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이범수가 버럭 소리 지르는 장면만 따로 모은 UCC도 인기 폭발이다.

사람들은 왜 박명수의 호통개그나 이범수의 버럭시리즈에 열광하는가? 간단하다. 버르장머리 없어서다. 예의를 차리지 않아서다. 시청자들은 이제 가식적인 멘트에 싫증이 났다. 뒷말이 뻔한 멘트에 이골이 났다. 점잔 빼는 방송용 언어에 질렸다. 그래서 꾸미지 않은 날것의 호통소리에 반색한다.

시청률 안습의 늪을 헤어나지 못했던 '무한도전'이 최고의 인기프로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무모한 도전을 내세웠을 때만 해도 그것은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러다 못난이 6형제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하면서 말 그대로 '무한' 대박이 되었다. 6인의 못 말리는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부조화의 조화의 위력은 그만큼 컸다.

영화배우 최민수를 패러디한 죄민수가 웃음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것도 시대의 요구를 꿰뚫었기 때문이다. 죄민수는 우선 못 생겼다. 아니, 리버럴하게 생겼다. 성격대로 생겼다. 게다가 누구처럼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에게 거침없이 막소리를 해댄다. 인기절정의 스타라도 된 듯 반말을 척척 씨부린다. 뜻모를 말도 어거지로 강요한다. "피스~"란 유행어는 그렇게 해서 생겨났다. 사람들은 죄민수의 '싸가지 없는' 모습에 열광한다. 그가 시건방을 떨 때마다 뒤집어진다. "흥, 아주 좋아 죽는구만!~"
웃음을 논하면서 '무릎팍도사'를 빼놓으면 말이 안 된다. '무릎팍도사'는 본디 '황금어장'이란 메인프로에 딸린 디저트 같은 코너다.

그러나 예의 무시, 칭찬 거부, 비호감 컨셉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인기절정의 코너로 거듭났다. 특히 '부산촌놈' 올라이즈밴드 우승민의 입에서 심심하면 한 번씩 터져 나오는 때 묻지 않은 '생활의 발견'은 백미 중의 백미다. 가수 이승환의 AV(Audio Visual)시스템을 '야동'(Adult Video)으로 단번에 해석해내는 그의 '순결한 19세'적 감성에 어찌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있으랴.

야비하지만 인간적인 장준혁에 더 공감하고, 화장빨이나 성형미인 대신 '쌩얼'에 환호하는 요즘 세태가 이렇다. 이전처럼 도덕군자연 해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잘난 체, 예쁜 체 해서는 리모콘의 처절한 응징을 당하기 십상이다. 어쩌랴, 이것이 대세인 것을~.

그렇거나 말거나 여의도에서 노니시는 국회의원들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여전히 먼 나라 얘기일 뿐인 것 같다. 대선잿밥에만 입맛을 다시면서 국민을 위하는 척 민생타령하는 그들의 저급한 연기는 어느 세월에야 끝날까.

문한별(여의도통신 미디어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