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로 가족사랑 이어가는 사람들
광주 무등산에는 벌써 첫눈이 소복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눈이 오는 날에는 아이들은 신이 나서 흥겨운 노래를 부르지만 교통 혼잡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어른들 얼굴엔 근심이 가득하다.
늘 이맘때면 어릴 적 따듯한 아랫목에 배를 대고 누워 잘 익은 고구마 반으로 갈라 입으로 넣으며 하얗게 피어오르는 김 사이로 할머니가 뜨개질을 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요즘은 기성제품들이 흔해 힘들게 고생해서 손뜨개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한올 한올 정성을 담는 이들이 있다.
중동 남양파크 앞 사거리에 있는 ‘바늘감각 뜨개방’을 찾았다.
바깥은 꽁꽁 얼어붙어 찬바람이 쌩쌩 이는데 이곳엔 한 코 한 코 뜨는 정성에 온기가 가득하다.
곤히 자고 있는 아기를 옆에 두고 조급스레 한 코 한 코 잡으며 아기 조끼를 만들고 있는 조현숙(29)씨는 “아들 주려고 조끼를 짜고 있다”며 “처음이여서 많이 힘이 들지만 그래도 아들이 입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짜니 금방 짜는 것 같다"고 인터뷰를 하면서도 연신 조끼 뜨기에 여념이 없다.
소녀시절부터 어머니의 뜨개질 하는 모습을 지켜봐온 주인 전정화(40) 씨는 자신의 두 손으로 만들어 가는 뜨개질이 재미있고 소중하다고 한다.
그는 “처음 시작은 힘이 들고 포기 하고 싶을 때가 많겠지만, 한 뜸 한 뜸 정성으로 뜨다보면 어느 샌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 탄생된다”며 “손수 뜨개질을 한 것은 자신이 만든 유일한 것이라는 것과 마음을 전달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어 더 소중한 것 같다”고 전했다.
소소한 행복들이 사라져 가는 요즘. 한 뭉텅이 실과 바늘로 비록 비뚤비뚤 잘 맞지 않아도 소중한 사람을 위해 목도리하나 정성스럽게 떠 행복을 전달해 보는 건 어떨까.
깊은 밤, 한 뜸 한 뜸 떠가며 제 모습을 드러내는 목도리가 긴 겨울밤을 감아 어느 해보다도 더 따뜻한 겨울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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