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올 한 올 뜨는 정성에 사랑이 가득
한 올 한 올 뜨는 정성에 사랑이 가득
  • 정아람
  • 승인 2012.11.19 09:59
  • 호수 4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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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로 가족사랑 이어가는 사람들
전정화 바늘감각 뜨게방 주인.

광주 무등산에는 벌써 첫눈이 소복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눈이 오는 날에는 아이들은 신이 나서 흥겨운 노래를 부르지만 교통 혼잡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어른들 얼굴엔 근심이 가득하다.

늘 이맘때면 어릴 적 따듯한 아랫목에 배를 대고 누워 잘 익은 고구마 반으로 갈라 입으로 넣으며 하얗게 피어오르는 김 사이로 할머니가 뜨개질을 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요즘은 기성제품들이 흔해 힘들게 고생해서 손뜨개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한올 한올 정성을 담는 이들이 있다.

중동 남양파크 앞 사거리에 있는 ‘바늘감각 뜨개방’을 찾았다.

바깥은 꽁꽁 얼어붙어 찬바람이 쌩쌩 이는데 이곳엔 한 코 한 코 뜨는 정성에 온기가 가득하다.

곤히 자고 있는 아기를 옆에 두고 조급스레 한 코 한 코 잡으며 아기 조끼를 만들고 있는 조현숙(29)씨는 “아들 주려고 조끼를 짜고 있다”며 “처음이여서 많이 힘이 들지만 그래도  아들이 입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짜니 금방 짜는 것 같다"고 인터뷰를 하면서도 연신 조끼 뜨기에 여념이 없다.

소녀시절부터 어머니의 뜨개질 하는 모습을 지켜봐온 주인 전정화(40) 씨는 자신의 두 손으로 만들어 가는 뜨개질이 재미있고 소중하다고 한다.

그는 “처음 시작은 힘이 들고 포기 하고 싶을 때가 많겠지만, 한 뜸 한 뜸 정성으로 뜨다보면 어느 샌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 탄생된다”며 “손수 뜨개질을 한 것은 자신이 만든 유일한 것이라는 것과 마음을 전달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어 더 소중한 것 같다”고 전했다.

소소한 행복들이 사라져 가는 요즘. 한 뭉텅이 실과 바늘로 비록 비뚤비뚤 잘 맞지 않아도 소중한 사람을 위해 목도리하나 정성스럽게 떠 행복을 전달해 보는 건 어떨까.

깊은 밤, 한 뜸 한 뜸 떠가며 제 모습을 드러내는 목도리가 긴 겨울밤을 감아 어느 해보다도 더 따뜻한 겨울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