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큐! 바로 이 맛이야
나이스 큐! 바로 이 맛이야
  • 정아람
  • 승인 2012.12.24 09:37
  • 호수 4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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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최근호 할아버지의 포켓볼 사랑

“오늘은 더 잘 들어가네~좋은 일이 생기려나?”
중마노인복지회관 2층 휴게실. 유심히 숫자가 적힌 색색 깔의 당구공을 주시하고 있는 한 할아버지.

그 위로 기다란 당구채가 한 번 지나가더니 숫자5가 적힌 당구공 하나가 떼굴떼굴 포켓속으로 들어간다.

당구공 굴러가는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3번 공이 포켓 속으로 들어간다. 예사 솜씨가 아니다. 중마노인복지회관에서 ‘포켓볼의 신’이라 불리는 최근호(74) 할아버지.

진상 섬거리에 살고 있는 최 할아버지는 복지회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하는 일이 바로 복지회관 2층에 위치한 휴게실로 와서 당구채를 잡는 것이란다.

이제는 할아버지 머리가 시키기도 전에 발이 알아서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한다. 포켓볼 삼매경도 어느덧 4년째에 접어들고 있다는 최 할아버지.

최 할아버지가 치는 당구공에만 자석이 붙어 있는 것도 아닐텐데 할아버지가 공을 치기만 하면 포켓 속으로 쏙쏙 잘도 들어간다.

“역시 포켓볼은 공이 들어가야 제 맛이야” 라며 웃어 보인다. 할아버지는 진상에서 태어나 할머니를 만나고 딸 일곱, 아들 하나 이렇게 8남매를 낳고 오순도순 행복한 삶을 그려나가고 있다.  “요번이 내 차롄가?” 인터뷰를 하다 순서를 놓친 최 할아버지는 무서운 속도로 공을 골인시킨다.

5년 전. 최 할아버지는 참 외로웠다고 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할 때 노인복지회관을 찾았고 그 후로 할아버지 삶은 조금씩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지금은 포켓볼 안하면 못살겠어”라며 “이렇게 재미있는 걸 못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해져”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당구채를 처음 잡았을 때는 어렵고 힘들었다. 불편한 다리로 계속 서있는 것도, 마음은 이미 공이 전부 들어가고도 남았는데 현실은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아 답답했다. 장시간 서있으니 몸도 여기저기 쑤셨다. 공을 계속 쳐다보고 있노라면 눈도 따끔거렸다.

어느 날은 눈을 감고 쳐도 잘 맞지만 또 어떤 날은 게임을 당장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안 맞는 것이 당구다. 어느 하나 자기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는 것. 인생과 꼭 닮았다. 하지만 공을 쳐다보며 집중력을 높일수록 포켓볼에 대한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어 갔다. 

“처음부터 다 잘되는 것이 뭐가 있겠어” 라며 허리를 살짝 숙이며 당구공을 주시하는 최 할아버지.

앗, 이번엔 빗나간 공을 보며 “괜찮아, 잘 들어갈때도 있고 안들어갈때도 있는 거지 뭐 허허”라고 한다. 어느덧 최할아버지의  삶에 자양분이 되어주고 있는 당구. 큰 대회에 나가서 1등의 영예를 안는 그 날까지 최 할아버지의 당구채는 오늘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