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봉강
아름다운 봉강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7.10 09:21
  • 호수 27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슬부슬 비 내리던 어느 날 아침, 매일시장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잠깐 기절할 뻔 한다.
읍을 벗어나 봉강저수지 아래쯤에서 올려다 보이는 봉강계곡, 특히 비 개인 후에 만나는 봉강계곡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 가슴 설레는 광경을 누구한텐가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 젤 먼저 남편이 생각났으나 미안해서 전화를 할 수가 없다. 계곡의 쓰레기를 줍던지, 와상을 손질하던지, 여름손님맞이를 위해서 뭔가 ‘일’을 하고 있을 텐데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한다면?…그건 아니다 싶어 다른 대상을 찾느라 잠시 고민한다.
지금 당장 봉강계곡을 올라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그렇게 한가로운 사람이 없다. 낭만적인 정일상회 색시도 지금은 한창 바쁠거고, 다정다감한 최영혜선생님도 한참 수업중일테고... 지난해 봄, 만나자마자 친구가 된 한올유아스쿨 원장도 눈 코 뜰 새 없을 것 같고...

아! 한 남자가 생각난다.  곧 점심시간이라 댁으로 식사하러 오실 것이다.
 “지금 뭐 하세요? 식사하러 올라오실거죠?”
 “아니, 언니 내려오면 읍에서 같이 밥 먹기로 했는데, 왜?”  “에이~ 안되겠네요. 저 지금 시장보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인데요, 비가 그치니까 산천이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거예요. 저수지 주변 산도 그렇고 하조마을쪽 산이랑 정말 환상적이에요. 구름인지 안갠지 솔솔 피어오르는 게 영화속 같다니까요, 진짜…

지금 바로 봉강계곡으로 올라오면서 이 광경을 볼 사람이 형부밖에 없더라구요.
그래서 얼른 전화한건데…”  “그래? 허허허허…그래, 많이 보면서 잘 올라가라. 허허허허”  큰형부가 아주 즐겁게 웃으신다. 이번엔 언니한테 전화를 한다. 사연을 들은 언니는 바로 감동해서 한 마디 한다.  
 “어머~ 드디어 네 눈에도 자연의 아름다움이 보이는구나. 다행이다. 고생만 하는 것 같아서 늘 미안했는데... 네가 좋아하니까 너무 좋다…”
 “보이기는 벌써 보였지. 작년 봄부터 보였다구... 이젠 더 많이 보이고 자주 보이는데, 감동을 나눌 사람이 없네. 김서방한테는 미안해서 전화 못하겠고. 암튼 언니! 버스타고 내려오면서 앞만 보지말고 뒤좀 봐. 구름에 잠긴 봉강계곡을 보라구”
 “알았어,알았어. 잘 보면서 내려갈게. 오늘 하루도 파이팅이다!”
 “오우케이~ 점심 맛나게 드시고 행복한 시간 되쏘~써”
 전화를 끊고서도 아쉬워 중얼거린다.
…하나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 감동, 이 자연, 이 감사…영원하게 해주세요. 자연에서 숨쉬는 삶이 얼마나 감사한 지 잊지 않게 하시고 날로 건강한 심신을 갖게 해주세요. 우리 동하랑 하진이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자라게 하시고, 또 그렇게 양육할 수 있게 제게 지혜를 허락해 주세요...
참, 염치도 없다. 요즘은 바쁘다고 예배도 잘 못 드리면서 바라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아, 문득 부끄러워진다.

봉강면사무소를 돌아 딱 만나는 경치가 또 일품이다. 한 폭의 동양화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늘어선 산들의 명암이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구서마을을 지나노라면 시냇물 건너편으로거대한 암벽이 나타나는데 그 또한 멋들어지게 보인다. 구례가는 터널이 생긴 신촌마을 골짜기도 멋이 많이 들어있다. 부암마을 앞에 있는 시냇가는 편편한 바위가 있어 돋보이는 곳이다. 하조마을 물에 쪽빛이 도는 이유는 상류에 계,축,돈사가 없기 때문이란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이 봉강계곡이 여름동안은 몸살을 앓을 것이다.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려고만 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올해는 그들이, 자연을 사랑하고 가꾸려는 마음도 함께 지니고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