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나기
여름나기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7.24 09:17
  • 호수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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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여름이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샘처럼 솟아나는 땀이 온 몸에 흥건하다. 아침에 계곡에 내려가 버려진 쓰레기를 청소하고 손수레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면 이미 등허리는 젖어버린다.  산높고 물 깊은 계곡도 이러할진데 도심은 어떠할까 ? 
그래서 갈수록 이 계곡을 찾아오는 사람이 더욱 많아지는가보다. 뜨거운 여름에 힘들여 몸을 움직여보는 것도 내겐 생소한 일이다.
 
그러나 많은 땀을 흘리면 몸은 개운하고 머리는 상쾌하다. 맑은 산촌생활이 내게 주는 보약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 생각할 수록 여름이란 계절 자체가 매우 강렬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은 우리에게 강해지는 법과 조금 더 참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하게된다.
강하고 거칠고 자극적인 성향이 마치 제어하기 힘든 청년기의 열정과 비슷한 느낌이다.
뜨거운 여름을 극복해야 가을이란 결실을 맞이 할 수 있듯 이 뜨거움 속에서 내가 무엇인가를 이루어내어야 행복한 가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

산과 들에는 여름의 태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는 나무과 풀들의 위세가  대단하다. 비만 한 번 오면 아주 여리던 잡초가 얼마나 크게 자라는지…
나무들이 여름철이면 이처럼 무성한 잎을 내리며 하루가 다르게 불쑥 자란다는 것도 예전에는 몰랐다.
볼수록 여름은 우리에게 대단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전에는 집 뒤편에 탐스럽게 열렸던 자두를 몇 개 따보지도 못하고 그냥 썩혀버렸다.
저홀로 새순을 내밀고 꽃을 피운 뒤 열매를 맺는 과일 나무들을 보면 귀한 생각이 들다가도 사람의 손길조차 느껴보지 못한 채 떨어진 과일을 보면 안타깝다.
예전 같으면 없어서 먹지 못했을 과일들이 그대로 썩어가는 것을 보면 나무에게 미안하고 마음 한 곳이 허전해진다.
 
하교길에 재잘대는 새들처럼 한꺼번에 달려와 혹 주인에게 들킬까봐 가슴졸이며 몰래 과일을 따먹던 어린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그런 추억도 이젠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되어버린가보다.  그래서 우리집에 찾아오는 손님이나 지인들을 만나면 요즘엔 복숭아가 잘익었으니 많이 좀 따가라고 간청(?)한다. 과일을 그대로 썩힌다는 것은 바라보기에도 민망하고 나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내내 머릿 속에 맴돈다.
뒷산에 있는 다른 나무들도 이미 가을을 준비하듯 푸른 밤송이를 가득 매달고 있고 감나무에는  작은 감들이 벌써 제살을 토실토실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아주 천천히 때로는 몰라보게 빠른 속도로 나무들은 이땅에 자신들의 사는 방법을 우리에게 보여주고있다.

한결같은 법칙으로 내일을 준비하는 자연을 보면 내 스스로 게을러질 수 없고 더 늦어지기 전에 나도 뭔가를 준비해야겠다는 가르침을 얻기도한다.
산촌에서 살다보니 자연은 계절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봄은 새 희망의 여린 모습으로 오유월은 푸르름으로 칠팔월은 고난을 견디는 시기로 가을은 차분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겨울은 모든 것을 초탈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자연의 그런 모습을 제대로 배워야 산촌생활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을 내 큰 스승으로 두고 매일 매일 가르침을 얻는다는 것도 매우 행복하고 고마운 일이다.
이 여름이 아무리 무덥고 견디기 힘들어도 자연이 다음에 준비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흐트러진 마음을 다시 고추세우게된다.
내가 무더운 여름을 견디어내는 방법이기도하다.
짧은 기간에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산촌생활이다.

모두들 무더운 여름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