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조나라의 젊은이들
하조나라의 젊은이들
  • 하조나라
  • 승인 2008.08.04 09:36
  • 호수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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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버스를 타야하는 단비랑 유리를 기다리느라 주차장에 있는데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가 계곡을 건너 날아온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은영이랑 지연이랑 넷이서 같이 웃는데 고개가 뒤로 넘어간다. 그 모습을 보는 나도 빙그레 웃음이 난다.

참 감사한 일이다. 하루종일 많이 힘들었을텐데도 짜증스런 표정 한 번 없이 묵묵히 움직이는 그들이 정말 고맙다. 은영이랑 지연이는 병원실습이 더 중요한 대학 2학년이고, 단비랑 유리는 고 3이라 나름대로 바쁘지만 지난해 맺은 정 때문에 올해도 계곡에서의 고생을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알바생 쓰려거든 우리 아들 좀 써줘요”하는 전화 한 통으로 인연이 된 영민이와 그의 친구 민혁이. 아르바이트가 처음이라 모든 것이 서툰 탓에 자주 꾸중을 듣지만, 금세 털어버리고 일할 줄 아는 착한 아이들이다. “일은 좀 못해도 착한 게 나아” 했더니 이런 데서 아르바이트 하려고 생각하는 자체가 남다른 거라고 남편이 응대한다.

단비랑 유리랑 같은 학교에 다니는 또다른 영민이, 그의 친구 요한이는 고3인데도 형들보다 움직임도 빠르고 힘도 세고 일도 알아서 척척이다. 성실하기가 둘째 가라면 서러울, ‘계곡 아르바이트 유경험자’이기 때문이다. 정말 예뻐하지 않을 수 없는 청소년들이다. 집이 옥룡이라서 오고가는 시간이 너무 길어 안타까울 뿐이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주말에만 구원병으로 나타나던 민혁이 친구 병관이가, 이제는 민혁이랑 영민이랑 같이 숙식을 하겠단다. 유도가 취미인 병관이는 힘도 잘 쓰지만 세심하고 애교가 있어서 식구들한테 인기가 그만이다. 오늘 생일을 맞은 은영이한테 애교스런 몸짓으로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주는 센스 덕분에 유쾌하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었다. 병관이랑 같이 온 강훈이는 바람 불면 흔들릴 것 같이 위태위태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바쁘게 움직인다.

지난 주말에는 또, 인테리어 전문가인 내 사촌동생 환문이가, ‘자연상장’을 ‘하조나라’로 탈바꿈시킨 환문이가 친구인 영재와 함께 동참했다. 대전에서 상가 리모델링하느라 바쁜 일손을 멈추고 장사에 서툰 누나와 매형을 돕겠다고 한밤중에 달려 내려온 것이다.
또 SOS를 하면 도와주던 하조마을의 성현이, 성석이, 대석이, 천재…  오늘 단비와 유리 대타로 움직이는 미래와 현지, 혜림이…  모두가 고마운 하조나라의 젊은이들이다. 식구만 많다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이 좋은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나는 어쨌든,  행복하다.
이들과 인연을 맺어주신 하나님이 늘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