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키우는 청소년 시설 존치돼야
꿈을 키우는 청소년 시설 존치돼야
  • 한관호
  • 승인 2008.10.02 09:04
  • 호수 2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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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드림존(Do Dream Zone), 필자의 일터 바로 옆 공간 이름이다.
청소년들이 꿈을 가지고 미래를 두드리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곳이 문을 닫을 예정이다.   
평소 필자는 이 공간을 유심히 봐왔다. 아니, 정확히 말해 이곳을 드나드는 청소년들에게 유난히 마음이 쓰였다. 그들에게서 여전히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는 내 청소년기의 자화상이 투영되어 나타나서였다.

필자 또한 이들 중 누군가처럼 흔히 말하는 문제아였다. 고등학교 때 몇 번의 벌칙 끝에 결국 퇴학을 당했고 전학을 가 근근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 뒤로도 마음자리 다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고생도 무지하게 했다.
하지만 결코 인생을 포기하진 않았고 제법 정체성을 지키며 살았고 가정을 이뤄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 녀석을 키우고 있다. 그리고 남에게 손 벌리지 않으면서 꼬박 꼬박 국가에 세금을 내는 이 사회의 일원이다.  
두드림존은 필자의 청소년기 같은‘위기의 청소년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위안 받고 꿈을 키우는 곳이다.
가출한 청소년, 퇴학당한 아이들, 더러는 보호관찰을 받는 아이들도 있다. 사회적으로 쓸모없는 아이, 너는 안 된다는 편견에 무력해진 아이들이다. 그들이 모여 교육을 받고 극기 체험을 하고 그러면서 삶에 대해 진지해지고 인생의 목표를 갖기 시작하는 학교 밖, 학교이다.    

이런 아이들이 한국 사회엔 40만명을 헤아린다. 이들의 사회적 진출을 돕는 두드림존은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지난해 수원과 대전, 두 곳에 한국청소년상담원 주관으로 문을 열었다. 거리에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은 전국에 달랑 이 두 곳 뿐이다.
그런데 보건복지가족부는 예산이 없으니 시설 철거비용을 뽑아보라고 했다. 문을 닫겠다는 애기다. 어른들이 싹수가 노랗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물을 줘 보지도 않고 노랗게 말라가도록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두드림존을 찾은 아이들이 400여명이 넘는다.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이 갈 곳이라야 피시방이나 뒷골목을 배회하는 것. 하지만 그 시간 두드림존에서 자아를 성찰한 아이들이 100명 넘게 제도권(?)으로 돌아왔다.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

두드림 존의 폐쇄 이유는 투자에 비해 성과가 적다는 게 정부 판단인 것 같다는 실무진 애기다. 어쩌다  교육을 두고 성과 운운하는 사회가 됐는가. 인간의 심성을 온전히 하는 교육을 눈에 보이는 경제 가치로 따지는 행정의 천박한 발상이다. 이 정부는 전국의 학생들을 1등부터 꼴등까지 등수를 매기려 한다.
시험 성적일 뿐 등급을 매기는 건 아니라고 하나 인간을 상품으로 보는 그릇된 시각이다.  새삼 학창 시절 기억이 곱씹어진다.

무슨 문제가 생겨 교무실에 불려 갈라치면 교무실 반응이 두 가지로 나타난다. 하나는 ‘너 그럴 줄 알았어’고 다른 하나는‘너는 왜 그랬니’다. 전자는 문제아로 낙인 찍힌 필자의 경우고 후자는 모범생 범주에 드는 친구의 경우다.
그리곤 후자에겐‘저런 놈들하곤 다시는 놀지 말라’는 격려까지 아끼지 않았다. 사고 책임의 경중으로 따지자면 후자의 경우가 더 나쁜 경우가 있음에도 이 사회는‘한번 문제아는 영원한 문제아’로 낙인 찍는다.

그런 결과는 어떤가. 두드림존 관계자는 바람직스럽지는 않으나 단순히 비교해보자고 했다. 이 사회가 작은 배려만 해주어도 국가에 세금을 내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을 차별화하고 소외시켜 만약 이들 중 누군가가 범죄라도 저지르게 되면 이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은 두드림존을 유지하는 것 보다 몇 백배 더 많이 부담하게 된다고 했다.

대전 두드림존이 없어질까봐 걱정이 태산인 쌍둥이 형제, 태용이와 도용이. 태용이는 학교를 먼저 그만둔 동생 도용이처럼 공부가 싫어 학교를 안 갔다. 집에서 쫓겨났다. 노숙을 하며 방황하다 부모에게 용서를 빌자 어머니가 두드림존으로 이끌었다. 쌍둥이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었다.

이들 형제는 삼선재단이 마련한 ‘청년 사회적 기업 공모전’에 참가했다. 또래들과 카페를 열어 돈을 벌고 그 수익금을 또 다른 학교 밖 아이들을 돕는 데 쓰겠다는 창업 계획이었다. 삼선재단은 이들의 창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태용이와 도용이는 삼선재단이 후원하는 창업교육을 받고 해외에 나가 사회적 기업도 둘러볼 예정이다. 학교 공부는 싫었지만 창업 공부엔 열심인 이들, 카페 전국 체인점을 만들어 자신들과 같은 청소년들에게 스스로 설 수 기회를 만들겠다는 꿈이다.

누군들 이 험난한 세상을 살면서 한번 쯤 무너져 내린 적 없으랴. 하지만 지나간 삶도 꿈이 있으면 능히 견뎌내지 않던가. 그러므로 두드림, 또 다른 두드림들을 효율성만으로 재단하여 문을 닫는 건 40만에 이르는 태영이 도용이의 꿈을 꿀 기회조차 원천봉쇄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