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도서관 , <글샘터>
미니도서관 , <글샘터>
  • 하조나라 김세광, 복향옥
  • 승인 2008.10.02 09:29
  • 호수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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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은 집이나 마을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사람에게도 마르지 않는 정신의 샘이 필요하다…’
이것은, 봉강초등학교 도서관이 <글샘터>라는 이름을 갖게 된 취지의 일부이다. ‘무엇을 이루고 싶다는 꿈, 그것을 추구하는 열정, 이것이 바로 사람에게 필요한 정신의 샘’이라고 덧붙이고, 그 샘을 맑게 할 ‘지혜와 지식과 정보를, 이 도서관에서 얻어 세상에서 꼭 필요한 인재로 자라라는 염원을 담았다’고 설명한다. 

그러한 큰 뜻은 품은 도서관은 미니사이즈다.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교실 한 칸을 개조해서 만들었으니 크기는 금세 가늠할 수 있으리라. 인테리어 또한 깔끔하고 예뻐서, “교감선생님~ 저, 여기 자주 올 것 같아요” 했더니 “매일이라도 오세요”하신다.
하여,  그동안 희망사항이었던 북시터를 자처했다. 엄마라면 누구나, 자녀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사는 대개의 엄마들은 바쁘고 피곤해서 책 읽어주기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머리로는 아이가 싫어라 할 때까지 읽어주고 싶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예전에 내가 그랬었다. 동하한테 책을 많이 읽어줘야 할 무렵에, 괜히 바빠서는 지금까지 미안한 일이 되었다.

그런데 또 지금, 하진이한테도 마찬가지로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아니 동하한테 했던 것보다 더 심하다.
고로쇠철이나 여름철에, 밥상을 제때 차려주면 오히려 ‘웬일이래요?’ 소리를 들어야하니 원…
그러니 책 읽어주기는 커녕, 아이들과의 살가운 대화도 언감생심이었다. 드라마 같은 데서 보던 대로라면, 엄마나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사이 아이가 스르르 잠들어야 하는데, 우리 집은 예외다.
어느 날, 파김치가 돼서 거실에 널부러져 있는데, 하진이가 책 읽어달라고 애원한다. 그  눈빛이 안쓰러워 간신히 읽어주는데 어느 순간, 내가 졸고 있는 것이다.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던 하진이는 또 애원하며 나를 흔들어 깨운다.
그러다가 요즈음은 너무 한가해서 신이 났다.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하는 한 달이 넘는 동안, 여기저기 맘에 안 드는 구석이 많았는데 이때다 싶어, 살림살이를 이리저리 옮기고 철 바뀐 옷 정리도 하고, 모두가 잠든 시간에는 바느질도 하면서 오랜만에 행복에 취해본다.
요즘 같으면 정말 엄마답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하진이가 학교 병설유치원에서 돌아오면 같이 모래놀이도 하고 한글공부도 하고 책도 읽어준다. 특히 무릎에 앉혀놓고 책을 읽어주면 더 좋아라 한다. 자연스레 스킨십도 할 수 있고 소곤거려도 들을 수 있다. 또 아이는 엄마의 심장박동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전문가가 말한다. 

예전에 읽다 만 ‘기적의 도서관학습법’이라는 책을 요즘에야 보고 있다. 도서관을 활용하는 방법, 도서관에서의 에티켓, 책에 대한 예의, 자녀교육법 등 엄마들은 물론 만인이 읽어야할 필독서가 아닐까 싶다.
이사오기 전, 동하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그 학교에서 하고 싶었던 북시터를 다시 꿈꾸게 된 것도 이 책 덕분이다.
그러다 사랑스런 ‘글샘터도서관’이 개관되던 날 결심을 굳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교감선생님의 적극적인 추진력에 힘입어 바로 시행하게 되었다.

우리 가게가 쉬는 월요일 아침, 동하랑 하진이랑 같이 손잡고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를 했다. 우선은 유치원 아이들만 모아놓고 사라 스튜어트의 ‘도서관’을 읽어주었다. 동하가 아기였을 때, 그림이 하두 예뻐서 샀던 책이었다.  표지그림부터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읽어주는 사이사이,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얼마나 예쁘게 빛나던지.
가방을 들고 책을 옆에 끼고 글샘터도서관을 나오는, 내가 더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