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거리는 정당공천제 폐지, 결국 ‘신기루’ 되나
삐걱거리는 정당공천제 폐지, 결국 ‘신기루’ 되나
  • 이성훈
  • 승인 2013.02.04 10:58
  • 호수 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당, 최근 공천 유지 결론…현재로선 불투명

내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기초의원ㆍ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선거 출마자들은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더욱더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그동안 폐지 여론이 끊이지 않았던 정당공천제. 과연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이 제도가 폐지될 수 있을까.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정치개혁 주요 이슈로 자리 잡았던 기초의원ㆍ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가 현재로서는 도루묵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천제 폐지는 그동안 전국 시장ㆍ구청장ㆍ군수협의회에서 꾸준히 주장해왔으며 박근혜 당선인과 문재인 전 후보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안이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고 시간이 흐르면서 정치권의 정당공천제 폐지는 흐지부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통합당 정치혁신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열린 회의에서 공직추천권(공천권) 현안에 대한 논의를 벌인 끝에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지 않고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이 폐지될 경우 현역 기초단체장의 제왕적 권력 영구화, 지방의원은 지역 토호들의 의회 장악 등에 따른 문제점이 지적됐다. 다만, 혁신위는 당 공천제를 유지하되 상향식 공천 원칙과 공천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공천 폐지 입장을 철회함에 따라 새누리당 역시 이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대로 정당공천제 폐지를 추진한다 해도 결국 국회에서 법이 통과해야 하는데 새누리당이 공천 폐지에 선뜻 손을 들어줄지는 불투명하다. 정당 입장에서는 기득권을 섣불리 내놓다는 것이 큰 부담이자 모험이기 때문이다.  

정당 공천제는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한 중앙 정치인들의 기득권 유지,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장악 및 통제, 중앙당과 각 시·도당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와 직결된다. 특히 국회의원들은 공천권을 쥐고 지역구의 시장ㆍ군수와 지방의원들을 자기 선거 등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카드로 정당공천제를 이용해 오고 있다.

내년에 치르는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가 폐지된다면 지방정치에 상당한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호남 지역은 민주통합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연결되는 구조여서 기초단체장 공천 폐지는 지역 권력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남 역시 새누리당 일색에서 벗어나 다양한 지방정치를 실험할 수 있는 무대를 꾸밀 수 있다.

결국 기초단체장 공천 폐지는 정당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핵심 사안이다. 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정당은 사실상 지방 권력을 내놓는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정당에서도 손쉽게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한 지 20년이 지난 상황에서 이제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이제는 더 이상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다.

공천제가 폐지되면 단점도 있겠지만 정치권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주민을 위한 생활정치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기초의회ㆍ단체장들은 꾸준히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했다.

이번 민주당의 공천 유지 입장과 관련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측은 “협의회 차원에서 정치권에 정당공천제 폐지를 재촉구해 폐지 약속을 지켜 내도록 압박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 정당공천제가 폐지가 수면으로 오를지 관심이다.

내년 광양시장 출마를 목표로 하고 있는 민주당 관계자는 “정당공천제 폐지는 개인적으로 꾸준히 소신을 밝혀왔다”면서 “박근혜 당선인도 공약을 내건 만큼 이제는 현실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여야가 큰 틀에서 합의를 했더라도 의회에서 반대하면 도루묵 되는 것이 아니냐”며 “의원들의 기득권 포기 여부가 정당공천제 폐지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