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ㆍ시의회 “우리 지금 떨고 있니?”
공무원ㆍ시의회 “우리 지금 떨고 있니?”
  • 이성훈
  • 승인 2013.03.04 09:52
  • 호수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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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광양시의회 부의장, 뇌물 수수 구속 기소 여파에 잔뜩 ‘긴장’


전 광양시의회 부의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것과 관련 광양시의회 의원들은 이번 사건이 자칫 의회 전체 도덕성에 먹칠을 하지 않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무원들도 이번 사건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잔뜩 움츠려든 분위기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난 달 22일 전 광양시의회 부의장으로 당시 산업건설위원장을 지낸 A 씨를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7년 5월부터 광양시 명당산단 1단계 부지에 조선소 건립계획을 추진하던 (주)SNC조선해양 주모 회장으로부터 인허가 편의제공 청탁과 함께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주)SNC조선해양은 2008년 4월25일 조선소 건립 실시계획 허가를 받아 건립을 추진했으나 2009년 3월까지 착공을 못하고 허가가 취소, 부도 처리된 바 있다.

부도 당시 순천검찰 특수부는 광양시 전ㆍ현직 고위공무원, 시의원, 언론인 등이 비리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혐의자들의 계좌추적과 압수수색 등 끈질긴 수사를 벌였으나 주모 회장이 도피함으로 인해 성과를 거두지 못했었다.

A 씨는 당시 검찰조사에서 “금품을 받은 후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돌려줬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도피 중이던 주모 회장이 검거됨에 따라 수사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과 관련, 시의회 분위기는 암울한 상태다. 가뜩이나 여수에서 공무원들의 잇따른 대형 비리가 터지며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으로 광양시에도 그 여파가 전달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광양시의회는 특히 지난 2007년 12월 김수성 전 의장이 면세유 불법유통으로 구속되면서 의원직을 사퇴,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바 있다.

한 의원은 “몇 년 전 이야기라서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주)SNC조선해양이 부도 처리된 후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공무원들이 긴장했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그동안 광양시의회는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시민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이번 사건으로 시의회 전체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도매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과거 5대 의회때 있었던 사건을 가지고 현재 의회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의원들도 자성의 기회를 삼고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의원들은 더욱더 몸을 낮추고 잔뜩 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는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전ㆍ현직 공무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공무원들 사이에는 “누가 조사를 받았다더라, 누구는 얼마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한 공무원은 “대규모 인사이동과 조직 개편으로 가뜩이나 각 부서별로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하기도 바쁜데 이번 일로 공무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니 답답하다”며 “명명백백한 수사가 이뤄져 빨리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하소연 했다.

안성은 공무원노조 광양시지부장은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어서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며 “공무원들도 연루된 것이 확인 되면 노조에서도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서영배광양참여연대 공동대표는 “공무원, 의원뿐만 아니라 언론인들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검찰수사를 지켜보고 시민단체 차원에서도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