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예산, 풀뿌리 민주 지방자치의 근간이다
주민참여예산, 풀뿌리 민주 지방자치의 근간이다
  • 이성훈
  • 승인 2013.06.24 10:11
  • 호수 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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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2000년대 초부터 도입 … 광양시는 2007년 시작


<글 싣는 순서 >

1. 주민참여예산의 의미와 현황 … 광양시 주민참여예산 현황

2. 광주 북구 주민참여예산 12년
3. 우리나라 주민참여예산의 주요사례
4. 서울 은평구 주민참여예산 운영 현황 
5. 서울 서대문구 주민참여예산 운영 현황
6. 수원시 주민참여예산 사례
7. 울산 북구 주민참여예산 현황
8. 광양시 주민참여예산 정착화를 위한 과제

참여예산(Participatory Budgeting)이란 정부의 예산편성 과정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고, 예산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참여예산 도입 목적은 납세자면서 유권자인 주민이 직접 예산의 쓰임새를 결정하도록 해 재정에 대한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주민의 직접 통제를 강화함으로써 예산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참여예산, 브라질에서 시작

참여예산의 원류는 브라질이다. 좋은예산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1989년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Porto Alegre)에서 시작했는데 알레그레시는 오랫동안 보수정당이 시장과 의회를 동시에 장악했었다.

이 도시에서 1988년 진보정당인 노동자당(PT당) 두트라 후보가 시장에 당선돼 정권교체를 실현했다. 하지만 전임 시장이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한 결과 경직성 경비가 예산의 98%에 이를 정도여서 신임 시장이 실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만큼 심각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시장과 주민단체가 함께 고안해낸 것이 바로 ‘주민참여 예산제’다.  신임 시장이 주민들에게 열악한 재정상황을 직접 설명하는 과정에서 주민단체가 새로운 예산편성 방식을 제안하자, 시장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제도화한 것이다.

참여 예산제는 노동자당 정부 하에서 15년 이상 지속되면서 이제는 다른 당이 집권해도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행정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참여예산으로 결정하는 예산 비중이 시행 초기에는 전체 예산의 2%에 불과했지만, 계속 확대돼 1/4을 결정하게 됐다.

직접 참여자 수도 1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1989년 48%에 불과했던 주택의 하수도 연결 비율이 참여 예산제 시행 10년 만에 83%가 되는 등 주민생활의 질 개선에도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시의 이런 성과는 다른 지역은 물론 외국에까지 알려지면서 참여 예산제는 세계 각국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현재 참여 예산제는 남북 아메리카는 물론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수많은 지방정부에서 이를 벤치마킹한 유사한 시스템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초부터 시작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부터 진보정당과 시민단체 중심의 참여 예산제 도입운동이 벌어지면서 2002년 지방선거 출마자 중에 참여 예산제 시행을 공약으로 내거는 후보가 나타나 참여 예산제가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광주 북구와 울산 동구는 2004년 우리나라 최초로 조례를 제정해 참여 예산제를 도입했다. 이후 2006년 9월까지 총 17개 자치단체가 자발적으로 참여 예산제를 도입해 서서히 주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중앙정부의 관심도 높아져 2005년 지방재정법에 참여예산제의 법적 근거(‘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가 마련되고, 2006년 8월 행자부가 각 자치단체에 참여예산조례 표준안 시달했다.

이후 2010년 6월까지 참여예산조례를 제정한 자치단체가 총 102곳에 이르렀다. 하지만 조례를 제정한 자치단체 대부분은 실제 시행 성과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앙정부의 관심이 낮아지자 참여 예산제는 처음 자발적으로 제도를 도입한 극소수 지역에서만 명맥을 유지하는 상태로 다소 사회적 관심에서 밀려나게 된 것이다.

정체 상태였던 참여 예산제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참여 예산제 시행을 공약으로 내건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이 대거 당선되면서 ‘부흥’하게 된다.

특히 과거 참여예산조례 제정 실적이 가장 부진했던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해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회적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자 중앙정부도 적극적 태도로 전환했다.

행안부는 지난 2010년 10월 주민참여예산조례 모델안을 시달하고, 2011년 3월 지방재정법이 개정되면서 참여 예산제 시행이 법적 의무사항으로 규정됐다.

현재는 거의 모든 자치단체가 참여 예산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2012년 말 현재 244개 중 242개 지자체가 근거 조례를 제정했다.

광양시, 2007년부터 운영…
조례개정 시급

광양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운영현황에 따르면 광양시는 지난 2006년 주민참여예산 조례가 제정돼 2007년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주민참여 예산위원회는 20명으로 당연직 6명, 위촉직 14명이다. 당연직은 부시장을 비롯해 국ㆍ소장 5명이며 위촉직은 읍면동장 및 사회단체 추천자, 대학교수 등 재정 전문가 14명이다. 위원장은 부시장이 당연직으로 맡고 있으며 위원 임기는 2년이다. 

그동안 위원회 개최 상황을 살펴보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3회 개최했다.

위원회 내용을 살펴보면 △주민 제출 의견 심의ㆍ의결 △행사ㆍ축제 관례 예산 확대ㆍ축소에 대한 의견 수렴 △집행부 본예산 부서별ㆍ사업별 제안 설명 청취 및 우선순위 조정 △주요 자체사업 투자 우선순위 조정 △주민참여예산 선진지 견학 등이다.

주민참여예산 조례는 2006년 당시 행정자치부(현 안전행정부) 표준안을 따랐다. 현재 안행부 주민참여 예산제 모델안은 총 3개가 있는데 광양시는 2010년 행안부 모델 조례안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조례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인터뷰>

이충재 공무원노조 광양시지부 정책기획단장
“광양시만의 특성 있는
  주민참여 예산제 만들어야”

이충재 공무원노조 광양시지부 정책기획단장은 광양시에 주민참여예산제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조례 개정과 함께 시장, 시의원들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충재 단장은 “주민참여 예산제는 행정이 위주로 해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며 “광양시는 이제부터 조례 개정을 시작으로 주민참여 예산제 정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이를 위해 행정 보다는 시민단체에서 주민참여 예산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시민 대상으로 주민참여 예산제의 개념과 현황,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나 시민들도 전국적으로 잘되고 있는 지역을 벤치마킹하고 연구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우선 조례부터 개정해서 기틀을 제대로 다질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충재 단장은 “이를 바탕으로 광양시만의 특성있는 예산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시장, 시의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이 단장은 “주민참여 예산제가 활성화 되면 시의원들의 지역구 예산과 맞물리는 경우가 있다”면서 “하지만 정치권에서 큰 틀을 바라보고 참여예산제 정착을 위해 통 큰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