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쌀독, 먼저 본 사람이 임자?
사랑의 쌀독, 먼저 본 사람이 임자?
  • 이성훈
  • 승인 2014.01.27 09:31
  • 호수 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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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마동 사랑의 쌀독 운영 방식이 바뀐 이유
중마동 주민센터 입구에 놓인 사랑의 쌀독
중마동 주민센터 입구에 놓여진 ‘사랑의 쌀독’ 운영 방식이 최근 바뀌었다. 일부 주민들이 무분별하게 쌀을 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호출기를 설치, 필요한 주민이 호출을 하면 꺼내주는 방식으로 변한 것이다.

‘사랑의 쌀독’은 경기침체와 더불어 갑자기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이웃을 돕기 위해 지역의 단체나 주민들이 스스로 쌀을 기부하고 사랑을 나누는 지역 복지시스템이다.

2009년 3월부터 시작한 사랑의 쌀독을 통해 전달된 쌀은 약 1만8500kg으로 이번 동절기에는 동광양새마을금고, 동광양상공인회, 동광양상공인연합회, 매실한우 동광양지점, 중마동청년회, 하나님의교회, 천등사 등에서 훈훈한 사랑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무분별하게 쌀을 퍼가는 얌체족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마련하고 가져가는 사람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주민 자율에 맡겼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난 것이다.

한꺼번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을 가져가거나, 반듯한 풍채를 풍기는 사람들이 가져가는가 하면, 어떤 경로당에서는 떡을 해먹기 위해 쌀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었다. 중마동 관계자는 “쌀을 가득 채워놓으면 두세 시간 만에 동이 나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우리가 판단하기에 가져가서는 안 될 사람들이 가져가는 경우가 잦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작 쌀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에게 혜택이 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누구도 간섭 안하고 먼저 가져가면 그만이라는 일부 주민들의 이기적인 양심이 사랑의 쌀독 운영 취지를 무색케 한 것이다. 또한 무분별한 쌀 퍼가기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소중히 사용되길 바라는 단체ㆍ시민들의 기탁 취지에도 맞지 않다. 

중마동은 결국 더 이상 이렇게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으로 지난해 12월 제도를 바꿨다. 쌀독에 쌀을 가득 담아 누구라도 퍼가게 하는 대신 예쁘게 소포장한 후 쌓아두고 쌀독에 벨을 설치해 필요한 사람이 벨을 누르면 직원들이 건네주는 방식이다. 보완을 하고 난 후에는 무분별하게 쌀을 퍼가는 현상도 줄어들고 복지 상담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사랑의 쌀독’이 투명하게 운영되고 복지 사각지대에 있던 대상자가 제도권 복지혜택을 받게 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자, 동사무소 직원들을 비롯해 지역 사회단체 및 종교단체, 주민들의 기부 릴레이가 쉼 없이 이어져 올 겨울 2개월 동안에만 쌀 약 3000kg(전년대비 2.5배 증가)과 라면 약 1000상자가 모아졌다.    
중마동은 현재 주기적으로 방문해 쌀을 가져가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상담을 실시하며 제도권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나종호 중마동장은 “상담을 통해 법적인 지원 제도를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한 주민들에게는 지원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할 수 있었다”며 “벨을 설치해 운영해보니 훨씬 더 효과적이고 관리도 지속적으로 잘 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고 말했다.

나 동장은 “이번 설에는 모든 동민이 더불어 훈훈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중마동 공무원들이 어려운 이웃을 직접 찾아가 ‘사랑의 쌀’을 전달하는 찾아가는 쌀독도 운영할 계획”이라며 “항상 사랑의 쌀독을 채워 주시는 각종 단체,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