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광양시민들은 여수산단으로 인한 피해에 조용한가
왜 광양시민들은 여수산단으로 인한 피해에 조용한가
  • 김양환
  • 승인 2014.02.10 09:28
  • 호수 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날 아침인 지난달 31일 여수 낙포부두 앞에서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유조선이 접안하는 과정에서 송유관을 들이받아 원유가 유출된 것이다. 처음 사고가 발생하자 GS칼텍스 측은 800리터 정도가 유출됐다고 했으나 그보다는 200배가 많은 164킬로 리터가 유출된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유출된 원유는 여수 앞바다 뿐 만 아니라 북서풍을 타고 남해 앞바다까지 흘러가 남해군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고, 광양에도 광양제철 원료부두와 컨부두 앞까지 밀려와 그곳을 지나던 사람들이 기름 냄새를 느낄 정도였다. 다행히도 광양은 많은 양의 기름이 밀려오지 않아 바다에 뜬 기름띠는 흡착포로 걷어내고, 광양제철 원료부두쪽에 붙은 기름은 제철소 직원들이 나서 닦아내는 작업을 했다.

이처럼 청정해역으로 소문난 한려수도가 공해발생지역이 된 것은 여수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부터다. 여수산단은 칠비단지, 석유화학단지, 석유화학관련단지, 삼일항배후단지, 화치단지, 월하단지, 용성단지로 구성돼 있다.

칠비단지에는 화학비료를 생산하기 위한 설비로 암모니아공장을 기본으로 요소, 복비, 초안 등의 생산시설이 있다. 석유화학 단지에는  GS칼텍스를 비롯해  대규모 석유화학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이런 많은 화학단지 조성으로 발생되는 공해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공단 내 도로를 지나다 보면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러 자동차 창문을 열고 운행할 수가 없을 정도다. 

그중에서 GS칼텍스(구 호남정유)는 1967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민간석유회사로 산업단지 내에서 가장 많은 매출액을 올려 지역경제에 많은 기여도 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기도 했다.

지난 1995년 발생한 씨프린스호 기름 유출 사고 때에는 5035톤의 원유가 유출돼 3826헥타의 양식장 피해가 발생해 어민들이 736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번 사고도 얼마나 많은 피해액이 발생했는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광양은 이런 사고가 날 때 뿐 만 아니라 평소에도 여수산단 공해로 인한 피해에 항상 노출돼 있는 불안한 지역이다. 여수산단과 멀지않은 거리를 두고 마주하고 있어 바람의 방향에 따라 공해에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광양의 대기오염에 대한 피해는 광양제철소보다 여수산단으로 인해 입은 피해가 더 많다는 견해도 있다. 물론 이번 사고처럼 원유가 유출되면 해양오염으로도 상당한 피해는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임에도 광양은 여수산단으로 인한 공해 피해에 대해 아무런 보상이나 혜택을 받지도 못하고 있다.

여수산단의 대표적인 기업인 GS칼텍스는 2005년에 여수에 공익법인인 ‘GS칼텍스 재단’을 설립해 여수 지역에 사회공언사업을 하고 있다. 이 재단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매년 100억 원씩 출연해 총 1000억 규모의 공익사업을 해오고 있다. 대규모 공연장인 ‘예울 마루’를 지어 운영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장학금을 기부하고 다양한 복지사업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광양에 대한 사회공언사업은 전무하다. 그렇다고 광양시나 민간단체가 공해 피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거나 피해에 대한 조사를 하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여수산단의 기업들도 광양을 생각해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광양시는 여수산단으로 인한 공해 피해를 조사하고, 민간단체는 광양시에도 사회공언사업을 하라는 요구를 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