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광양 고로쇠, 가짜 둔갑‘파문’
명품 광양 고로쇠, 가짜 둔갑‘파문’
  • 이성훈
  • 승인 2014.02.24 09:37
  • 호수 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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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책 없이 고로쇠 명성 잇기 어렵다...약수통 관리 ‘허점’…“터질게 터졌다” 초비상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명품 고로쇠로 불리며 다른 지역보다 가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었던 광양 백운산 고로쇠가 걷잡을 수 없는 파문에 휩싸이고 있다.

가짜 백운산 고로쇠 판매 때문이다. 순천경찰서는 수 년 동안 가짜 백운산 고로쇠를 유통시킨 일당을 붙잡았다.

순천경찰서는 지난 18일 거제ㆍ양산지역의 값싼 나무수액에 지하수와 사카린나트륨을 섞어 가짜 고로쇠 약수를 조제해 광양 백운산, 순천 선암사 일대에 ‘백운산 고로쇠약수’로 공급한 이 모 씨(37) 등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짜 고로쇠 수액을 조제한 후 ‘백운산 고로쇠 약수’통에 담아 약 30여 곳에 약 1 만 5000여 통을 공급해 약 5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다.

이들은 순천의 한적한 곳에 있는 조경건물을 빌려 800리터짜리 대형 수조 5개와 대형 저수조, 18리터들이 광양백운산 고로쇠 전용물통 약 3000여개 등을 준비한 뒤, 불법으로 고로쇠 수액을 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 등은‘광양백운산 고로쇠약수 영농조합법인’이 제작해 생산농가에 나눠준 고로쇠 약수통을 1개당 2500원에 사들여 가짜 약수를 담아 판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 고로쇠는 순천 선암사 인근 13곳, 광양 백운산 인근 17곳의 산장과 식당에서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태는 심각했다. 이번에 잡힌 업주들은 지난 2009년부터 가짜 고로쇠 수액을 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산장이나 민박 등지에 판매하는 고로쇠가 100% 광양 백운산 고로쇠가 아니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순천과 광양 일대는 거제도에서 나무수액을 들여와 지하수를 혼합한 일명‘거자수가 광양백운산 고로쇠 약수로 둔갑해 판매된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이번 수사를 통해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고로쇠 농가 관계자는 “다른 지역 값싼 고로쇠를 들여와 판매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번처럼 가짜 고로쇠를 제조한 것은 처음”이라며 외지산 고로쇠 실체에 대해 인정했다.    

이번 가짜 고로쇠 파문의 원인 제공은 바로 허술한 약수통 관리에 있다.

백운산 고로쇠 인증 약수통이 헐값에 거래되다 보니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광양 백운산 고로쇠는 산림청으로부터 지리적표시 등록 인증 라벨과 ‘백운산 고로쇠 약수’라고 표기된 뚜껑에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에 잡힌 조제업자들은 ‘광양백운산 고로쇠약수 영농조합’이 생산농가에 나눠준 약수통을 1개당 2500원 정도에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약수협회가 고로쇠 판매농가에 공급한 ‘인증 약수통’이 헐값에 넘어 간 뒤, 진짜 약수통에 사카린을 섞은 가짜 고로쇠가 수년째 유통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허술한 약수통 관리가 이번 ‘가짜 고로쇠’ 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양고로쇠약수 영농조합은 마을이장을 통해 새마을 지도자와 개발위원 등의 서명을 받아 약수통을 공급하고 있다.

옥룡ㆍ봉강ㆍ진상ㆍ다압면 이장 15명 정도가 각 농가별로 약수통을 건네주는데 인증 라벨에는 고로쇠 수액 생산자 이름, 생산일자 등을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이 인증 라벨이 붙은 고로쇠는 타 지역에서 생산된 것보다 10% 가량 높은 값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농가에 공급된 약수통은 확인이 어렵다. 약수협회 회원은 420명 정도인데 이중 350여 농가에서 고로쇠를 판매하고 있다.

어느 농가에서 얼마나 판매되고 있는지 일일이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약수영농조합 관계자는 “협회 관계자 두 명이 진상ㆍ진월/옥룡ㆍ봉강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약수 농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판매 수액을 확인할 수 없고 남은 약수통도 회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을마다 정제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수액의 정제 여부에 대한 표시도 없어 실제로 정제되지 않은 수액도 인증 약수통에 담겨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인증 고로쇠 약수 채취와 유통이 사실상 판매농가의 양심에만 맡겨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불똥 튄 광양시, 재빠른 점검 나섰지만…

시는 지난 19일부터 3일간 고로쇠영농법인 관계자를 비롯해 2개반 10명의 점검반을 편성,  백운산 일대 100여개소의 산장에 대한 고로쇠 판매 유통실태를 현지 점검했다. 산장에서 판매하는 고로쇠의 구입 방법 등 출처를 확인하고, 원터치 캔이 그대로 붙어 있는 용기 상태로 소비자에게 제공·판매되는지는 물론 고로쇠 채취자에게는 산장에 공급했는지 여부를 직접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이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가짜 고로쇠 파문으로 광양 고로쇠의 신뢰를 얼마나 찾을 지는 의문이다.

광양 고로쇠는 지리적 표시제 등록으로 다른 지역 고로쇠와 차별하며 효능면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파문은 고로쇠 농가뿐만 아니라 광양시 이미지에도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약수영농조합  “엄정히 관리하겠다” 자정결의

광양백운산고로쇠약수영농조합법인(이하 약수영농조합)은 지난 21일 긴급 임원진 회의를 개최하고 최근 벌어진 가짜 고로쇠 유통 파문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임원진들은 이날 회의를 통해 가짜 고로쇠를 취급한 회원이 있을 경우 협회에서 제명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으며 고로쇠 용기의 신청 절차도 더욱 강화해 부정유통을 사전에 차단키로 했다.

그동안 지역에서는 이장의 확인만 받아 용기를 신청ㆍ수령했지만, 여기에 새마을지도자나 개발위원 등 두 명 정도의 서명 확인을 추가하기로 했다.

또한 마을이장이 개별 농가별로 필요수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수요자의 서명까지 받아 고로쇠용기의 부정유통과 가수요발생을 최대한 억제키로 결의했다.

결의문에는 △백운산 일원에서만 생산되는 고로쇠를 채취·유통 △위생적인 채취와 정제과정을 통해 최고 품질의 약수 생산 △지리적표시제 라벨 부착 등 대회경쟁력 확보를 담고있다.

김태한 고로쇠약수영농조합회장은 “위생적인 처리과정을 거쳐 소비자가 안심하고 음용할 수 있는 고로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영농조합 차원에서도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적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