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특집]마술하는 교장 할아버지, 주말엔 가족과 봉사활동
[스승의 날 특집]마술하는 교장 할아버지, 주말엔 가족과 봉사활동
  • 이성훈
  • 승인 2014.05.19 10:04
  • 호수 5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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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균 제철남초 교장 … 마술속에 피어난 ‘제자 사랑’

“이렇게 빈 상자지만 여러분들의 기를 모아 넣으면 예쁜 꽃이 나옵니다. 하나 둘 짜잔! 아 아쉽네요. 꽃을 원하는 아이들이 별로 없나 보죠? 자 다시한번 해볼까요? 짜잔~”

아무리 봐도 빈 종이 상자인데 꽃상자가 몇 개씩 나온다. 공간적으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마술이다. 아이들은 물론, 선생님들도 마술 공연에 한번 빠지면 그 매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오성균 광양제철남초 교장. 그는 이곳 학생과 선생님들로부터 마술하는 할아버지로 불린다. 오성균 교장은 지난 2007년부터 마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마술을 배우게 된 계기도 재밌다.

오 교장은 당시 교감시절 연수 프로그램으로 미술교육방법론을 신청했다. 그런데 얼마 후 오 교장에게 온 것은 마술용품 도구들이었다. 이상하다 싶어 문의도 해봤으나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마술’ 프로그램을 ‘미술’로 착각한 것이다.

그는 “이것도 또 하나 배움의 기회라고 생각하니 마술을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그대로 마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며 웃었다.

마술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하면서 오 교장의 일상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는 탓에 그는 마술을 배우면 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시범을 보였다. 결과는 대성공.  오 교장은 포항제철서초등학교로 교장 발령을 받고 나서 본격적인 마술 공연에 들어갔다.

초등학교 입학식은 자칫 아이들이 낯설고 학부모들도 긴장을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딱딱한 입학식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오 교장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보는 앞에서 간단한 마술로 분위기를 확 바꿨다. 이후 틈만 나면 학생들에게 마술을 선보이면서 학생들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오 교장은 “포스코 재단 학교지만 경상도에서 교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저도 조금 어색했는데 마술을 계기로 아이들, 학부모와 많이 친근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술 공연 후 포항 지역 방송국, 언론사로부터 인터뷰와 취재가 줄을 이었다고 한다. 대번에 포항 유명인사가 된 오 교장은 이후 광양제철남초로 부임하면서 지금도 학생들에게 마술을 선보이고 있다.

오 교장은 단순히 마술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마술에 스토리텔링을 합해 아이들이 쉽게 마술을 이해하고 보는 재미에 빠져들 수 있도록 ‘이야기가 담긴 마술’을 공연한다.

예를 들어 밧줄을 활용한 마술이면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마술을 선보인다.

오 교장은 “이야기를 통해 마술을 보여주면 집중도도 높아지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효과가 있다”며 “신기하게 쳐다보는 아이들의 똘망똘망한 눈을 보고 있으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 교사들에게도 마술을 선보이면서 오성균 교장은 학교뿐만 아니라 주말이면 부인인 우계남(중진초) 교사와 함께 노인복지관이나 요양원에 들러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오 교장은 색소폰을 연주하고 부인은 노래를 부른다. 오 교장은 마술, 색소폰뿐만 아니라 사군자, 운동에도 타고난 재능을 갖고 있어 골프와 테니스도 수준급이다.

특히 테니스는 전국 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막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 학창 시절 테니스 선수로 진로를 고민했을 정도다.

오 교장은 무엇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아이 바보’다. 제철남초 학생들의 이름은 물론,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훤히 알고 있다.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학교에서 관심을 받고 사랑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감사해한다고 한다.

정년을 2년 앞둔 오 교장은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교장 업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저에게 주어진 조그마한 재능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소박한 다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