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년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
300여년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
  • 이소희 기자
  • 승인 2015.03.06 21:35
  • 호수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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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웅 용지 큰줄다리기 보존회장

내내 고요했던 용지마을이 아침부터 시끌벅적하다. 약 300년 전부터 조상들이 해오던 모습대로 당산제를 지내고 암줄과 수줄로 나뉘어 큰줄다리기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두런두런 말소리부터 설거지하는 소리, 짚을 꼬는 소리까지 조용할 틈이 없다. 매년 정월대보름에 태인동 용지마을은 풍악소리, 노래소리와 함께 여러 사람들의 발소리로 가득찬다.

상쇠의 꽹과리 소리를 시작으로 김 풍작 기원의 막이 열린다. 타 지역 사람들을 위해 김 제조 체험장도 마련해 재미를 더했다.

용지 큰줄다리기는 김의 원산지가 된 용지마을 주민들의 안녕과 김밭에 잡태가 끼지 않고 풍작이 들기를 기원하기 위해 약1700년대 초기에 시작됐다. 큰줄다리기 시연은 1950년대 중반까지 이어져 오다 그 후 50년간 실연되지 않았다. 다시 실연을 하게 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였다.

김영웅 용지큰줄다리기보존회장은 “다행스럽게 1950년대 실연에 참여했던 기능보유자들이 2000년대에 생존해있어 그 맥이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었다”며“덕분에 용지큰줄다리기는 제23회 남도문화제에서 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시를 대표하는 전통 민속놀이로 자리잡았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 회장은“큰줄다리기 맥이 끊이지 않고 발굴 복원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조상들이 해오던 그 모습대로 실연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뤄져서 자랑스럽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번에 김 제조 체험장을 마련한 김 회장은“태인동 하면 김 아닙니까. 적어도 김을 어떻게 모양을 만드는 지, 어떻게 말리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 제조 시연자는 발장 위에 네모난 사각틀을 놓고 김을 부어 본을 뜬 후 볕 좋은 곳에서 꾸덕꾸덕 말리기 시작했다. 한 장 한 장 김을 직접 붓는데 그 손이 어찌나 빠른지 보이지가 않는다. 김영웅 회장은“우리가 김을 만드나요, 다 햇빛이 하는 겁니다. 바다랑, 바람, 햇빛이 김을 만들지”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풍족한 오늘을 살면서도 가난한 옛날이 그리운 건, 가난했어도 이웃끼리 함께 희로애락을 나누며 살았기 때문”이라며“용지 큰줄다리기 행사가 그 마음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