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정성에 감사…잊지 말아 달라”
“시민들 정성에 감사…잊지 말아 달라”
  • 이성훈
  • 승인 2015.04.20 10:21
  • 호수 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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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문화제 참석한 안산 단원고 졸업생
지난 16일 청소년문화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문화제에 특별한 손님이 참석했다. 안산 단원고 출신으로 올해 2월에 졸업한 A씨.

현재 광양의 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그는 이날 추모문화제 코너 중‘나도 한마디’에 어렵게 단상에 나와 소감을 밝혔다. 사전에 사진과 비디오 촬영 자제를 요청한 A씨는“참사 1년 동안 단원고에 다니는 학생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라며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추모문화제에서 슬픔을 함께 나눠 감사하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후 만난 A씨는 인터뷰를 완강히 거절했다. 단원고에 다니면서 기자들에게 크게 실망하고 사실이 왜곡된 기사를 많이 접하면서 기자에 대한 불신이 가득 쌓인 상태였다. 학교와 이름을 밝히지 않고 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A씨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이날 추모문화제 마지막 행사인 촛불 거리행진에서 A씨와 동행하며 그동안의 심경에 대해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광양에도 추모문화제가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된 A씨는“참사 1년 동안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정부의 무능력한 대처에 언론은 왜 침묵하고 정부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분노했다.

A씨는 희생당한 학생들 중 자신과 가까이 지낸 후배들도 많았다고 했다. 그는 “불과 어제만 해도 문자 나누고 통화했던 후배들이 하루아침에 시신으로 발견됐다”면서“날마다 희생자가 나오면서 단원고 학생뿐만 아니라 안산시민들이 받았던 정신적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고 말했다.

A씨는 특히 기자들의 취재 행태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카메라를 가방에 몰래 숨겨 학교에 들어오는 기자들도 있고 학부모인척 가장해 들어오는 경우도 허다했다”면서“취재하면 사실대로 전하지 않고 왜곡 보도하는 부분이 너무 많아 기자들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는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비판했다.

A씨는“지난 1년간 단원고와 안산시 분위기는 국민들이 접하고 있는 소식 이상으로 참담했다”며“지금도 희생당한 후배들을 생각할 때마다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A씨는 이번 추모문화제를 통해 조그마한 희망도 발견했다. A씨는 16일에 안산에 가려고 했으나 수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광양에 머물렀다. 이번에 중마동도 처음 와봤다는 A씨는 수소문 끝에 추모문화제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A씨는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어린 학생부터 어른까지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 눈물을 흘려주고 동참해줘서 감격했다”며“제발 세월호를 잊지 말고 앞으로도 완전한 선체인양과 진상규명이 밝혀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2주에 한번 안산에 간다. 학기초라서 아직 광양이 낯설고 부모님과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고향에 자주 간다. A씨는“이제 적응되면 안산 가는 횟수는 줄어들 것”이라며“이곳에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좋은 기억으로 생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