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남발, 보여주기식 행정 우려된다
보도자료 남발, 보여주기식 행정 우려된다
  • 이성훈
  • 승인 2015.10.16 19:01
  • 호수 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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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훈 편집국장

민선 6기 들어 각 부서별로 보도자료를 상당히 많이 배포하고 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칠법한 사안인데도 이제는 보도자료를 작성해 시 홈페이지에 올리고 언론사에 배포하고 있다.

광양시 보도자료는 하루에 보통 10건 가까이 된다. 행사가 많을 때는 오전과 오후로 나눠 들어오기도 하고 주말에도 쉬지 않는다.

관광 도시인 여수, 순천 사이에 낀 광양시로서는 홍보를 강화하는 것만이 지역을 더 알릴 수 있어 보도자료 배포 강화는 어찌보면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런 까닭에 정현복 시장은 취임 후 홍보 강화를 유난히 강조했다.

‘홍보와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보도자료 활성화야말로 시민 행정을 적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매개체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광양시는 지난 2월 조직개편 때 문화홍보담당관실을 홍보소통담당관과 문화관광과로 나눴다. 홍보소통담당관실 이름은 원래‘시민소통담당관실’이었다.

시민소통담당관실은 시장 직속으로 두려고 했으나 의회가 반대해 부시장 직속으로 하고 이름도‘홍보소통담당관실’로 바꿨다.

각 부서가 보도자료를 작성하면 홍보소통담당관실에서 최종 취합한 다음 언론사와 주요 기관에 배포한다.부서별로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많이 배포한다면 성과를 시민들에게 직접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어 홍보와 소통에 중요한 매개체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부서별 보도자료 작성이 과열경쟁에 따른 남발로 이어진다면 이는 자칫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

광양시는 매일 아침 ‘오늘의 주요보도’라는 보도 목록을 작성해 주요 부서에 배치하고 있다. 이 자료는 방송과 언론에 나온 광양시 주요 사안과 시와 관련된 기사를 취합한 자료로 어느 매체에서 어떤 기사를 썼고, 지적 사안은 무엇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맨 앞 표지다. 자료목록 표지에는 올해 42개 부서, 의회, 읍면동이 보도자료를 몇 건 작성했는지 수치가 나와 있어 부서별 보도자료 작성 결과를 한눈에 알 수 있다. 보도자료를 많이 작성한 우수부서는 파란색 글씨체와 별이 그려져 있으며 소홀히 한 부진 부서는 빨간색 글씨와 함께 ‘△’가 있다.

광양시 올 보도자료 목표건수는 총 1530건인데 10월 14일 현재 1524건을 작성, 99.6%로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 이렇게 부서별 성적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수치화되다 보니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작성 건수를 올리기 위해 무리한 보도자료를 작성해 설레발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과는 최근 장애인 주차장 단속을 강화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본지는 오히려 공무원들이 장애인 주차장에 상습적으로 주차한다는 기사를 게재, 보도자료를 반박한 바 있다. 보도 이후 공무원들의 장애인 주차장 불법 주차 행위는 없어졌지만 사회복지과는 결국 낯 뜨거운 보도자료를 작성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도시과는 추석을 맞아 불법 현수막을 엄정히 단속하겠다고 보도자료를 작성했다. 정작 불법 현수막을 앞 다퉈 내건 부서는 도시과였다. 광양읍 도시재생사업과 진상면 농촌중심활성화사업 선정 현수막을 도심 곳곳에 내걸었던 것이다.

지난 1월에는 수돗물 녹물 논란과 관련, 원인을 두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보일러 회사와 마찰을 빚은 적도 있다. 어떤 보도자료는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형편없는 사진을 첨부해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자칫 부서별 보도자료 작성이 경쟁과열로 치달을 경우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지금처럼 경쟁하듯이 작성 건수를 수치로만 나열해 부서별로 성적을 매긴다면 부작용은 반드시 나오게 되어 있다. 보도자료는 건수가 아닌, 정말 시민에게 필요한 정보 위주로 작성돼야 할 것이다.

또한 부서별 특성상 보도자료를 많이 작성하는 부서와 그렇지 못한 부서가 있기 마련인데 이를 수치화해 성적을 매긴다면 형평에도 어긋난다. 보도자료는 작성건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이 중요하다.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보도자료 작성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