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마카 밸리 트래킹 알치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본격적인 트래킹을 위해 차량으로 칠링(3550미터)으로 이동했다. 2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칠링은 잔스카르강을 건너서 트래킹 지역인 마카밸리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많은 트래커들이 먼저 도착해 대기하고 있고, 계속해서 트래커들이 모인다. 주로 유럽과 미국 등 서양 사람들이다. 스페인, 스위스, 이스라엘 등 각양각색이다.
강을 건너야만 트래킹을 할 수 있는데 다리가 끊어져 있다. 얼마 전 다리가 홍수에 유실됐다고 한다.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줄을 연결해 사람이 탈수 있는 박스를 매달아 놓은 케이블카를 타야한다. 위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것도 순서를 기다려 한참 만에 건널 수 있었다.
강을 건너니 말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 말들이 우리와 함께 일정을 할 동반자이다. 말에 캠핑장비 등 짐을 싣는 일은 헬퍼들이 하고, 일행들은 가벼운 짐을 배낭에 담고 트래킹을 시작했다.
트래킹을 시작하자마자 언덕이 나오고 숨이 차온다. 고산이라는 것이 바로 느껴진다. 주변은 보이는 것이 사막이고 하늘만 파랗다. 한참을 걷다보니 초원이 나오고, 살구나무에 살구가 주렁주렁이다. 따먹어도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냥 따먹어 본다. 역시 맛있다.
칠링에서 출발하기 전 잘생긴 청년들이 앉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 나라 사람인지 우리 일행들이 내기를 하자고 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그 잘생긴 청년들이 먼저 출발해 휴식을 하고 있다. 어디서 왔냐고 물었더니 이스라엘이라고 한다. 아랍계가 잘생겼다고 평소 느꼈지만 정말 미남들이다. 도중에는 한국 대학생을 만나 말동무가 돼 걸어가는데 도움이 됐다. 결국 이 대학생은 우리와 전 구간을 함께하게 되었다.
카야마을을 지나 야영지인 스카우(3650미터)에 3시간 정도 걸려 도착했다. 거리는 약 6㎞ 정도다. 저녁식사는 한국에서 같이 동행한 가이드 김 대리가 한식으로 준비해 너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트래킹을 하는 동안에는 야영을 해야 한다. 야영 첫날밤은 잠을 설쳤다. 같이 동행한 친구는 얇은 침낭을 가져와 추위에 떨었고, 난 자다가 깨다를 반복했다.
고도가 높아 산소가 부족하고 기온이 내려가 추워서 그랬던 것 같다. 마카밸리는 낮에는 30도를 웃돌고 저녁이면 추워진다. 경험자 말은 트래킹 내내 잠자리나 먹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조언했다.
트래킹 두 번째 날 트래킹 중 가장 긴 계곡 트래킹(18㎞)이다. 마카강을 따라 크고 작은 돌길을 걷는다. 강이 길을 막으면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건너야 했다. 어찌나 물이 차갑고 물살이 심한지 건너기가 힘들다. 여자들은 부축을 해 주지 않으면 넘어져 큰일을 당할 위험이 있다.
계곡으로 가는 길이 없는 코스는 계곡 위로 높고 황량한 절벽 위를 걸어올라 다시 계곡으로 내려오기를 반복한다. 다행이도 트레일 옆에는 버드나무, 포플러, 가시나무 등이 그늘이 돼 잠깐 쉴 수 있는 여유를 준다.
나르딩(3530미터) 마을을 지나 마카벨리의 가장 큰 마을인 마카(3800미터)에 도착해 두 번째 밤을 맞는다. 피곤함이 몰려와 일찍 잠자리에 들어 부족한 잠을 채워 컨디션을 회복했다.
3일 째 마카밸리 트래킹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넓은 평원이 펼쳐지고, 오르막도 심하다. 유실된 트래킹 코스 때문에 강을 건너기도 한다. 잔스카 밸리는 인상적이다.
움룽에서 휴식을 하고 마카밸리에서 가장 높은 마을인 한카(3980미터)에 도착해 일행을 기다리면서 1시간 정도 쉬고 야영지인 토춘체로 출발.
토춘체는 가파른 오르막으로 고도가 높다. 긴 코스는 아니지만 고소증 때문에 상당히 힘들게 걸었다. 토춘체를 넘어 야영지에 도착하자 넓은 목초지가 나온다. 기온이 내려가 쌀쌀한 날씨다. 밤에는 비가 내려 빗줄기가 텐트를 친다. 추운 밤을 보냈다. 15㎞ 정도의 구간이다.
4일 째 트래킹 코스 중 가장 높은 산인 캉야체(6400미터)를 만났다. 캉야체는 레의 남동쪽에 위치해 있어 마카밸리 트래킹을 해야만 올라갈 수 있는 산이다. 나말링까지 가는 길에는 불경이 새겨진 돌과 초르테가 장식되어 있는 곳이 많다.
밤새 내리다 그치다하던 비가 출발할 때는 내리지 않더니 야영지인 니말링에 도착하자 내린다. 싸리눈도 내리면서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다.
캉야체 아래에는 아름다운 호수가 펼쳐진다. 호수 앞에서 눈 덮인 캉야체를 쳐다보면 한 폭의 그림이 이런 것이다. 야영지에서 캉야체 베이스캠프까지는 두 시간 정도 걸리는데, 올라가기로 계획을 세웠지만 얄궂은 비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일행들은 오면서 비를 맞아 힘들게 도착했다. 리말링은 4730미터의 높이여서 야영지 중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밤새 머리가 아프고 깊이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 12㎞ 정도의 구간이다.
5일 째 트래킹 코스 중 가장 높은 콩마루라(5150미터)에 올랐다. 2시간 정도의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자 인더스 계곡과 라다크 산맥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르막은 한발 한발을 내 딛기가 숨이 차서 우주인이 우주에서 걷는 걸음으로 올라야 했다. 정상에는 울긋불긋 색색의 많은 깃발들이 나부낀다. 정상 완등의 성취감에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남긴다. 하지만 바람이 불고 추워져 오랫동안 머물지를 못하고 하산을 해야 했다.
콩마루라 정상에서 숨도까지는 가파른 내리막 구간이다. 내려가는 동안 머리가 띵하면서 고도 차이가 급격하게 느껴진다. 내리막 구간이 끝나는 마을에서 휴식을 하면서 모두가 배낭을 베개 삼아 잠에 취한다.
숨도까지는 지루한 길이 연속된다. 계곡과 능선을 넘어 4시간을 넘게 걸어 마지막 마을인 숨도에 도착해 트래킹을 마무리 했다. 일행들과 헬퍼들이 만세를 부르며 서로를 축하한다.
원래 계획에는 야영을 하기로 했지만, 야영지 옆 게스트하우스에 숙박을 정했다. 따뜻한 물에 샤워도 하고 쉬기에 편했다. 저녁식사에는 트래킹을 마무리하면서 헬퍼, 셰프, 마부 등 모든 스태프와 함께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라다크 중심도시‘레’ 다음날은 전용차량을 타고 레로 다시 이동하는 일정이다. 가는 길에 라다크에서 가장 큰 불교사원인 헤미스 곰파와 14세기에 세워진 틱세 곰파, 라다크 궁전인 쉐이 곰파를 돌아보고 레로 복귀했다. 오후에는 레 시내를 다시 나가 구경을 했다. 가이드에게 부탁해 호지여사가 세웠던‘생태적발전센터’를 찾아 갔지만 문이 잠겨 건물만 볼 수 있었다.
“1984년 인디라 간디와 달라이라마가 참석하여 문을 연 이 센터는 건물 자체가 전통적인 라다크 건축이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된다. 건물의 일부가 태양열 난방과 풍력 발전기가 비상전등을 위한 전력을 제공한다. 정원에는 태양열 요리기들, 건조기들이 진열되어 있고, 태양열 온실이 있다”라고‘오래된 미래’에는 적혀 있지만 찾아가보니 오랫동안 방치된 듯한 느낌이다. 저녁식사는 레 시내 중심부에 있는 식당 2층에서 레 시내의 아름다운 밤을 바라보면서 현지식으로 먹었다.
마지막 밤을 레 호텔에서 보낸 후 8시35분 비행기로 델리에 도착했다. 델리 시내에서 인도 전통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레드포트를 구경하고, 인력거를 타고 이슬람 사원인 저마 머스짓에 들렸다.
지나면서 인디아게이트와 시내관광을 하고 호텔에서 인디식 마사지를 받고 공항으로 향했다. 델리를 뒤로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