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대책 빠진‘아이 양육하기 좋은 도시’…‘속 빈 강정’되나
환경 대책 빠진‘아이 양육하기 좋은 도시’…‘속 빈 강정’되나
  • 이성훈
  • 승인 2016.11.25 20:12
  • 호수 6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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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개 과제 중‘환경’언급은 없어 … 아토피 치료센터 등 연구 필요

광양시가‘아이 양육하기 좋은 도시’를 선포하며 보육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아이들 건강에 가장 중요한 대기오염 개선 등 환경대책은 마련하지 않아 반쪽짜리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 각종 지원은 물론, 어린이 놀이터 건립 등 눈에 보이는 정책에 치중한 나머지 가장 기본적인 환경대책에 대한 언급은 없어 정책 입안 과정에서부터 기초가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현복 시장은 지난 10월 7일 제22회 광양시민의 날 행사 기념식에서‘아이 양육하기 좋은 도시’선포식을 갖고 출산·보육·양육·교육까지 책임지는 도시를 만들 것을 천명했다.

아이양육하기 좋은 도시 만들기는 정 시장의 10대 공약 중 첫 번째 공약으로 정 시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이다. 정 시장은 이 공약을 위해 세 번이나 의회 문을 두드리면서까지 보육재단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정 시장이 보육정책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아이양육하기 좋은 도시 만들기가 도시 경쟁력은 물론, 삶의 질 향상, 광양시 미래를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만 하는 필수 과제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는 이에‘아이 양육하기 좋은 도시 만들기’정책을 위해 기반조성, 건강지원, 양육지원, 도시인프라 구축, 체험지원 등 5대 영역에서 124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인프라 중의 하나인 대기오염 등 환경 대책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어‘속 빈 강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이 양육하기 좋은 도시 만들기 단위사업 중 신규사업은 국공립(공공형) 어린이집 확충, 대체 보육교사 지원, 어린이 인플루엔자 무료접종, 아동지원 네트워크 구축 등 37개이다. 계속사업으로는 영유아 보육료 지원, 난임부부 시술 지원, 도시·어린이 공원 쉼터 정비, 숲 유치원 확대 운영 등 87개 사업이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을 위한 환경 대책 방안에 대해서는 124개 사업 중 신규사업은 물론, 계속사업에도 전혀 나와 있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눈에 보이는 각종 지원사업이나 시설 건립 등에만 신경을 쏟은 채 가장 중요한 부분은‘환경 개선 대책’은 간과한 것이다.

광양시 2015년 사회지표 통계를 살펴보면 환경문제인식에 대한 설문 중 유해화학물질, 방사능 유출에 대한 질문에 약간 불안하다가 43.4%, 매우 불안하다가 22.2%로 시민들은 환경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다. 또한 황사, 미세먼지 유입에 대한 질문에도 약간 불안하다 45.0%, 매우 불안하다 22.9%로 응답해 시민들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굳이 통계를 찾지 않더라도 신생아 부모들, 특히 중마권에 살고 있는 부모들은 환경에 대해 더욱더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순천에서 살다가 결혼과 함께 중마동으로 이사 온 한 시민은“딸아이가 이제 세 살인데 태어날 때부터 비염에 축농증까지 달고 살아서 정말 광양을 떠나고 싶을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 시민은“순천에서는 몰랐는데 저 역시 광양으로 온 뒤부터 비염에 시달리고 있다”면서“내년 3월이면 둘째가 태어나는데 둘째마저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광양시가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아이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 엄마들의 하나같은 마음”이라며“광양시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깨끗한 환경부터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저뿐만이 아니라 같은 또래 엄마들을 만나면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 면역력 강화 프로그램 발굴, 아토피 치료 센터 연구, 미세먼지 단속 강화 및 미세먼지 측정과 예보의 정확성 개선 등 아이들을 양육하기 좋은 환경부터 조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시도 공감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환경 대책이 단시일 내에 마련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하는 사업이어서 정책과제에는 빠져 있다”면서“무엇보다 깨끗한 환경이 우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양육하기 좋은 도시 정책에 환경 부문도 도입할 수 있도록 검토할 것”이라며“아이들을 안심하고 키울 수 있도록 시에서 더욱더 노력하고 시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