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의 경쟁력을 생각해본다
로테르담의 경쟁력을 생각해본다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8.07 09:37
  • 호수 27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네덜란드는 우리에게는 튤립과 풍차, 그리고 히딩크의 나라로 비교적 친숙한 나라다. 네덜란드는 4만 1000㎢의 국토에 1600만여명의 인구로 1인당 4만 6000달러의 국민소득을 벌어들여 명실공히 선진국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에 비해 대한민국은 9만 9000㎢의 국토에 4800만명의 인구로 1인당 2만달러의 소득을 벌어들이고 있다. 국토는 대한민국의 절반에 채 미치지 못하고, 인구 수도 1/3에 불과한 네덜란드가 이렇듯 국부를 창출하고 있는 이유를 짧은 지면에 다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 광양의 입장에서 보면, 로테르담 항과 광양 항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 나라 중의 하나가 네덜란드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네덜란드는 유럽의 물류 22%를 처리하고 있고, 유럽에 주재한 물류 회사의 51%가 네덜란드에 거점을 두고 있을만큼, 물류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나라이다. 네덜란드 물류산업의 양대 축은 스키폴 공항과 로테르담 항만이다. 스키폴 공항은 전세계 91개국에 261개 항공노선이 취항하고 있는 유럽 내 항공물류산업의 중심기지이고, 로테르담 항은 네덜란드 국내총생산의 7%를 창출하고 있는 명실공히 유럽 최대의 항만도시이다. 로테르담 항에는 매일 100여척의 원양선과 150 여척의 내항선이 입출항하고 있으며, 2007년도에는 1076만 teu의 컨테이너를 처리하여 컨테이너취급량에서 세계 제7위에 랭크되어 있다. 우리나라 부산항이 지난해 1327만 teu를 처리하여 세계5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로테르담 항이 부산항에 못 미치는 항만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는 착각 중에서도 아주 큰 착각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컨테이너 화물 처리량에서는 로테르담 항이 부산항에 뒤지지만, 전체 화물 처리량에서는 로테르담 항이 부산항을 2배 이상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도에 부산항에서는 2억 2000만톤의 화물을 처리했으나, 로테르담 항은 4억 6000만톤을 처리하였다. 전체 화물 처리량을 비교해 본다면, 광양항이 부산항에 뒤질 이유가 없다. 광양항도 2억 2000만톤의 화물을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테르담 항이 이렇듯 전체 화물 처리량에서도 대한민국의 대표 항만인 부산과 광양을 월등히 앞설 수 있는 것은 다양한 화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항은 감천항에 일부 수산물을 처리하는 것 이외에는 말 그대로 컨테이너항만이라도 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로테르담은 그야말로 거의 모든 화물을 다 처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테면, 컨테이너를 필두로, 철광석, 석탄, 원유, 화학제품, 고철, 목재, 자동차, 냉동화물, 심지어는 농산물까지 배를 이용하여 운송되는 거의 모든 화물이 로테르담에서 부려지고 실려지고 있는 것이다.

여러 해운전문가들의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도 컨테이너 물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만일 특정 컨테이너선사가 기항지를 부산항에서 다른 항으로 변경한다면, 부산항은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 씨랜드가 기항지를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의 탄중 펠라파스 항으로 옮긴 것이 그 예일 것이다. 광양항에서는 철광석과 석탄, 철강제품, 원유, 화학제품, 컨테이너 등이 처리되고 있어서 부산항에 비해 특정화물 의존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철광석과 석탄, 철강제품은 포스코의 자가부두에서 처리되고 있고, 원유와 화학제품 역시 여천 화학단지 내의 자가부두에서 처리되고 있다. 광양항이 상업항으로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화물은 컨테이너 밖에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광양항을 이야기할 때 여천의 원유 부두, 포스코의 원료부두나 제품부두를 떠올리지 않고, 컨테이너 부두를 떠올리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다.

1998년 광양컨테이너부두에 접안한 컨테이너선 거드 머스크 호를 취재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광양컨테이너부두를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기저기서 광양항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 들려오고 있다. 나름대로 광양항과 로테르담항의 성장의 이면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필자에게 해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한다면 다음과 같이 답할 것 같다. “광양항의 미래는 다양한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다목적 항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