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소중한 문화자원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
사라져가는 소중한 문화자원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
  • 도리도리
  • 승인 2008.09.11 09:04
  • 호수 27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토해양부로 통합되기 이전 해양수산부의 숙원 사업 중의 하나는 국립해양박물관을 건립하는 일이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당시 해양수산부에서는 2000년(해양수산개발원)과 2001년(한국개발연구원), 그리고 2006년(한국해양대학교) 세 차례 연구용역을 실시한 뒤에야 겨우 건립의 타당성을 인정받았다.
국립해양박물관 건립에는 건물 1072억원과 전시물 확보 201억원 등 총 127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금년 2/4분기에 주간 사업자(태영건설 컨소시엄)가 선정되어 금년 하반기부터 내년도까지 사업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을 실시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필자는 2005-6년도 연구용역의 책임자로 참여하여 부산에 건립 예정인 ‘국립해양박물관의 전시관 구성과 경제성’을 분석한 바 있고, 현재는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벌써 4년째 국립해양박물관 건립과 관련하여 직간접적으로 관계하고 있지만,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국립해양박물관에 무엇을 전시할 것인지 유물 수집에는 그 누구도 관심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익히 아는 것처럼 우리가 박물관이나 전시관을 관람하러 가는 이유는 건물 그 자체가 아닌 전시물 때문이다. 파리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하는 이유는 십중팔구는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물관 건물 건립 비용이 전시물 확보 비용의 5배에 달하기 때문에 박물관 건물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관람객들이 국립해양박물관을 찾는 이유는 건물을 보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과 전시물들을 보려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바다.
그런데 불과 1년 후면 박물관 건립이 착수되는 현 시점에서 그 박물관에 전시할 유물과 물품 수집에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가 미처 깨닫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에 귀중한 해양유물들이 폐품으로 취급되어 사장되어 가고 있다. 해방 이후 한국 해운업을 이끌었던 대한해운공사, 원양해운을 개척했던 수산공사,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건조했던 각종 선박들, 각종 어구들과 선구들. 모두가 우리 근대 해양사를 증명해줄 생생한 자료들이지만, 지금은 그 이름마저도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진지 오래이다.
뿐만 아니라 한때 우리의 밥상에 올랐던 오징어와 명태, 고등어, 멸치 등을 잡았을 어선들도 세월에 밀려 감척 대상이 되어 포구에 방치되어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2004년까지 근해어선 634 척, 연안어선 1175 척을 감척한 바 있고, 2008년까지 6300여척을 추가로 감척할 예정이다. 이들 어선들은 먼훗날 우리의 수산업의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해줄 중요한 유물들이다.
하지만 수 백억원의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감척 어선들이 아무런 보존 대책 없이 쓰레기처럼 방치되고 있는 것이 현실정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해양산업계에서 최초의 수식어로 기록할만한 각종 기록과 관련된 자료와 관련 실물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유물들과 자료들이 사라진다면 국립해양박물관에는 모조품 밖에 전시할 것이 없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번 찾은 관람객들은 다시는 국립해양박물관을 찾지 않게 될 것이다.

국립해양박물관은 부산 영도에 건립될 예정이기 때문에 우리 광양만권과는 관계없는 먼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도 모르겠다. 광양 시민이 된지 1년 여 동안 이곳저곳을 둘러 볼 때마다 섬진강변과 광양만 인근을 유심히 살펴보곤 한다. 현재는 쓸모 없어 보이는 섬진강의 재첩 잡는 도구나, 전어잡이 어망, 각종 어선들도 몇 년 후에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과거의 유물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꼭 박물관을 건립할 목적이 아니더라도 하나둘 사라져가는 우리의 문화자원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줄 것은 깍아 낸 산 허리와 아스팔트 도로, 시멘트 투성이 아파트 뿐일 것이다. 이제라도 광양시나 시민 단체에서는 사라져가는 문화자원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