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거리, 살아 숨 쉬는 활력도시 광양! [3]
테마가 있는 거리, 살아 숨 쉬는 활력도시 광양! [3]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9.05.24 18:31
  • 호수 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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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차이나타운, 개항기 이방인 삶의 현장…오늘날 음식문화 테마거리로

어느 도시나 쇠락해가는 원도심은 존재한다. 생로병사를 겪는 사람의 일생처럼 도시에도 수명이 있다. 인간의 수명연장은 한계가 있지만 도시는 그 도시만의 특색을 살려 어떤 테마로 어떻게 디자인 하느냐에 따라 활력을 되찾고 다시 숨을 쉬게 할 수 있다.

낡은 도심에 역사, 문학, 예술, 음식 등을 주제로, 도심 원형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적절한 테마를 입혀 도시경관을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상가활성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자체의 노력과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테마가 있는 거리, 살아 숨 쉬는 활력도시 광양!’이라는 주제의 기획기사를 준비했다.<편집자 주>

 

 

△ 비 오는 일요일 오후, 차이나타운은 평소보다 여행자들의 발길이 한산했다.

차이나타운에 비가 내렸다. 펴기도 안 펴기도 애매하게 시작하던 비가 우산을 펴자마자 빗방울이 우산 끝으로 뚝뚝 흘러내려 어깨 끝이 금세 축축해졌다.

지난 18, 휴일을 반납하고 달려간 취재, 거리 곳곳이 사람들로 들썩거리는 평일 풍경과는 달리 일요일인데다 비가 내려서인지 화려한 붉은 색 자장면집 간판 사이사이로 사뭇 고요가 흘렀다. 차이나타운은 대한민국 인천광역시인지, 중국 대륙 어디에 붙어 있는 도시인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중국색깔이 분명한‘한국 속 작은 중국 음식테마거리’다.

△ 차이나타운과 동선이 이어지는 인천아트플랫폼 거리에서 인기 드라마‘도깨비’를 촬영했다.

1883년 2월 제물포항 개항은 파란 눈의 서양인들과 중국인, 일본인들이 몰려들어 인천 지역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활상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인천차이나타운은 개항 이후 제물포지역이 청나라의 치외법권지역으로 설정되면서 형성돼 120여 년 동안 중국특화거리로 이어져 왔다.

초기에는 중국에서 가져 온 물품들을 파는 상점들이 많았으나 음식점이 한 두 곳 생기면서 지금은 타운 대부분이 음식점으로 채워졌다.

이중 1908년경 문을 연 공화춘은 중국 산동지방의 장인이 참여해 지은 중정형(中庭型)의 중국식 건물로 처음에 무역상들의 숙식을 제공했다.

그러다가 중국음식이 인기를 끌자 대형연회장을 갖춘 중국 요리집으로 1980년대까지 명성을 떨치다 문을 닫았다. 인천 중구는 이 건물을 매입·보수하고 내부 전시공간을 조성해 2012년부터‘자장면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차이나타운을 찾는 많은 여행자들에게 자장면에 얽힌 이야기를 수다로 풀어내는 추억의 공간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중구청이 운영 전반에 대한 관리를 하고 있다. 1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학생, 어른 등 다양한 계층들이 찾고 있다”며“하루 평균 100명 이상이 다녀간다”고 말했다.

△ 여러 가지 병뚜껑으로 벽을 장식한 음식점 건물 외부.

자장면 한 그릇…많은 이야기

자장면박물관

 

차이나타운은 한마디로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곳에 둥지를 튼 삶의 현장이었고, 그 삶의 현장은 오늘날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인천의 대표 관광코스가 됐다.

인천광역시는 무단으로 인도를 점검한 간이판매대와 인도·차도 등을 정비하는 등 관광객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중국 상권이 점점 거리를 점령하는 상황에 대비해 전통음식 체험코스, 안내판 시설 설치사업 등으로 균형 있는 상권 활성화를 고민하고 있다.

이방인들의 음식문화가 자연스레 테마거리가 됐고 지자체는 그것을 관광산업에 활용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지만 ‘상권침체예상과 젠트리피케이션’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행이든 일이든 어쨌거나 금강산도 식후경. 같은 자장면이지만 맛은 다른 백자장면이 있다는 음식점에 들어섰다. 맛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먹을 만 했다.

졸업, 입학, 생일 등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자장면은 서민들의 대표 외식 메뉴였다.

△ 자장면 한 그릇의 추억…자장면박물관.

내친 김에 자장면의 역사가 궁금해져서 박물관이 된 옛 공화춘을 들러보기로 했다.

자장면박물관은‘한국 100대 민족문화의 상징’으로 꼽히는 짜장면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건립됐다고 한다.

이방인의 음식에서 고급스런 중화요리를 거쳐 산업화시대에 전투식량이 되었고, 특별한 날 인기 있는 외식메뉴가 된 자장면 한 그릇에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와 음식문화가 담겨있는 것도 알 게 되는 곳이다.

전시실 내부는 개화기 인천항의 모습에서 조리 도구, 배달통과 밀가루, 졸업하는 날 자장면을 먹는 가족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인형 등 서민들의 생활상까지 엿볼 수 있도록 낯익은 소품들도 전시돼있다.

 

 

한국근대문학관, 폐창고 활용한 아트플랫폼

동화마을 이어지는 동선

 

바쁘게 차이나타운을 걷는 사이 축축한 어깨 끝이 말라있었다. 비가 그쳤다.

차이나타운 골목에서 볼거리, 먹을거리를 모두 즐겼다면 이제는 송월동 동화마을로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갈 차례다. 팬더가 전봇대에 앉아서 골목을 내려다보고 있고 낡은 담벼락에 동심을 자극하는 아기자기한 벽화가 빗속을 걸어가는 어른들의 굽은 등을 어루만진다. 쇠락한 골목길의 쓸쓸함을 동화 속 벽화가 채워주고 있다.

△ 대한통운 폐창고를 활용한 아트플랫폼 거리의 한 갤러리.

이렇듯 동선의 시작과 끝이 정확히 구분되지 않는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 주변은 송월동 동화마을 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수탈의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근대건축전시관, 김영랑 시가 벽을 장식한 한국근대문학관, 대한통운 폐창고를 활용한 갤러리, 인기드라마 도깨비를 촬영한 아트플랫폼 거리와도 이어져 있어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만끽할 수 있다.

술병뚜껑으로 벽을 온통 장식한 아담한 호프집, 흑백사진관 등등 차이나타운과 이어지는 거리의 모든 동선은 이색적이고 소소한 볼거리들을 제공해 걷는 길이 심심하지 않고 많이 재밌다.

테마거리는 볼거리가 많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인천 차이나타운과 주변 골목들을 샅샅이 누비는 동안 간판 색깔과 모양도 제각각인, 밋밋하게 조성중인 중마1통 디자인테마거리를 떠올렸다.

아직 진행 중이니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작은 골목일지라도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해 사람들이 자주 찾는‘괜찮은’디자인테마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인구 겨우 15만의 광양시와 300만 국제도시 인천을 같은 대열에 세우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방인의 음식문화가 관광객을 모으는 차이나타운 일대는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끊이지 않는 많은 여행자 동선으로 인해 앞으로 더 시간이 흐른다 해도 차이나타운에는 사람들이 오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취재를 마쳤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