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정비전문 자회사 설립 결정…우려 목소리 커져
포스코, 정비전문 자회사 설립 결정…우려 목소리 커져
  • 김호 기자
  • 승인 2023.04.02 22:10
  • 호수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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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협력업체·광양시·광양시의회 ‘모두 반대’
정비 전문성 강화·양질 일자리 창출 입장 ‘불구’
사내하청 근로자, 정규직전환 회피 해석 ‘우세’

포스코가 최근 철강 경쟁력의 토대인 설비 강건화를 위해 정비전문 자회사 설립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포스코가 제철소 설비에 대한 정비계획을 수립하면 관련 업무에 대해 계약을 맺은 협력사들이 정비작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대형화된 정비전문 자회사가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인 정비활동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정비자회사들이 제철소 대형설비에 대한 정비 기술력을 높여 설비 수명연장, 성능개선 등 종합 정비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향후 포스코 해외사업장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정비 자회사에는 안전보건 전담조직을 갖춰 보다 안전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안전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직원 안전관리 수준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등 산업재해 예방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포스코의 정비전문 자회사 설립 계획에 대해 노동계와 기존 정비·설비 협력업체 대표단, 광양시, 광양시의회 등에서 반대 입장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 반발, 금속노조 기자회견

무늬만 다른 비정규직 양산 꼼수

먼저 이 같은 포스코의 정비전문 자회사 설립 계획에 포스코사내하청지회 등 노동계가 정규직 전환 소송을 피하려는 꼼수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달 27일에는 포스코 사내하청지회와 전국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가 포스코 광양제철소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반발 입장을 밝혔다.

금속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포스코는 정비 자회사 설립 목적으로 정비 전문성 강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허울 좋은 명분일 뿐”이라며 “포스코의 정비 자회사 설립은 사내하청 노동자가 포스코의 정규직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고 정규직화를 회피해 무늬만 다른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더나가 정규직화 추가소송과 금속노조 조직 확대를 막기 위한 민주노조 탄압 술책”이라며 “자회사 설립을 중단하고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기존 정규직과 동일하게 처우하라”고 주장했다.

정비·설비 협력업체 대표단

“협력업체 말살 정책 중단”

포스코의 정비 전문 자회사 설립 계획이 발표되자 기존 정비·설비 협력업체들도 “사전에 충분한 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를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포스코 정비 협력업체 대표들은 성명을 통해 “포스코가 정비 자회사를 설립하려는 진짜 이유는 지난해 7월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승소하자 자회사 설립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며 “협력업체들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직시해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소식이다.

이어 “포스코는 우선 설비·정비 협력업체를 해체해 자회사로 편입시킨 뒤 용역사 등 기타 협력업체들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만약 상호 협의를 통한 대안 도출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법적 대응은 물론 지역 영세업체 및 지역 사회단체들과 함께 최정우 퇴진 운동 등 강경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광양시, 상생협력 촉구 입장문

지역 납품업체들 생존권 문제

지난달 29일에는 광양시가 ‘광양시·포스코 간 상생협력 촉구 입장문’을 통해 포스코의 정비 전문 자회사 설립 계획에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광양시는 입장문을 통해 “광양제철소 협력사들의 합병이 현실화되면 회사규모가 대형화될 것이 확실시된다”며 “결국 각종 자재와 공구, 용역 납품을 도맡아왔던 지역 중소납품업체를 제치고 포스코 계열사인 ‘엔투비’를 통한 납품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관련 업계로부터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납품업체들의 생존권이 걸려있는 현재의 납품환경이 훼손되지 않고 온전히 존속될 수 있도록 조치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며 “더불어 협력업체의 합병과정에서 실직자가 발생되지 않도록 고용을 보장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광양시는 또 “지난달 17일 포스코는 지주회사인 ‘(주)포스코홀딩스’의 포항 이전을 결정하고, 또한 지난 20일에는 광양제철소 정비 협력회사 15개를 3개로 합병하는 조치계획을 발표했다”며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과 관련 광양시민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우려 사항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들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균형 잡힌 지역발전을 위해 ‘광양지역상생협력협의회’에서 지난 1년간 주요의제로 논의돼 왔던 ‘포스코퓨처엠’의 광양 이전이 조속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시의회, 정비 자회사 설립 반대

설립추진 원점 재검토 요구

광양시의회도 같은 날 포스코의 일방적인 정비 자회사 설립 추진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설립추진 원점 재검토와 지역업체 상생협력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시의회는 성명을 통해 “포스코 정비 자회사 설립으로 지역 내 일자리 축소, 구조 조정과 소상공인 피해 등이 발생할 것”이라며 “정비 자회사 설립 추진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어 “자회사 설립은 사내 하청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지고, 협력사 통폐합에 따른 관리직과 노무직 일자리 축소도 우려된다”며 “정비 자회사와 관련된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협력사, 납품업체, 근로자 등과 소통할 것”을 주문했다.

시의회는 “자회사 체제로 바뀌면 일반 자재, 공사설비 등 구매에 있어 엔투비 사용이 의무화되는데 다수 업체와 경쟁에서 지역 영세업체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지역 소상공인들은 연쇄 도산, 폐업 등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인 만큼 지역 구매부서를 신설하고 수의계약 기준금액을 상향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