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시장관사 ‘철거’ 후 활용키로
광양시, 시장관사 ‘철거’ 후 활용키로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3.09.04 08:30
  • 호수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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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이행, 건물 노후화 심각
부지 활용 방안은 차후 논의
문화계 “계획 세운 뒤 철거”

광양시가 시장관사를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1983년 건축 이후 40년간 사용돼 온 ‘시장관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다만 해당 부지에 대한 추가적인 활용 방안은 지역 사회 여론을 충분히 검토해 결정하기로 했다.

광양읍 매일시장 인근에 위치한 관사는 민선 7기 정현복 시장까지 사용해 왔으나 민선 8기 들어 정인화 시장이 ‘시장관사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며 사용하지 않은 이래 1년여가 넘도록 사실상 방치돼 왔다.

그동안 지역 사회가 관사를 두고 주차장이나 공원, 문화원 신축, 근현대 문화재 지정 등 다양한 목소리를 제시하자 시는 철거와 리모델링을 놓고 고심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건물 노후화가 심각해 결국 철거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시장님 공약에 따라 철거가 결정됐다”며 “우선 내년에 철거를 진행한 후 부지 활용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역 문화계는 노후화에 따른 철거는 어쩔 수 없다면서도 뚜렷한 활용계획이 없다는 점에는 우려를 표했다.

이수영 전 향토문화연구소장은 “관사가 남아있는 지자체가 많지 않아 근현대사적인 유적가치도 충분해 철거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며 “무작정 철거부터 하기보단 차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사터는 조선시대 객사로 사용되던 장소인데다 동학농민운동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장소”라며 “광양지역 동학농민운동 규모가 상당했던 만큼 이를 위한 추모비나 위령탑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회기 시의원은 “전임 시장이 사용할 때부터 누수가 너무 심각해 몇 차례 보수공사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해서 활용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조선시대부터 몇백 년에 걸쳐 광양시의 행정 중심지였던 만큼 (관사터가) 의미있게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광양시장 관사터는 동학농민운동 당시 영남과 호남을 아우르는 농민군 최고 책임자인 영호도회소 대접주였던 김인배 장군과 수접주 유하덕이 1894년 12월 8일 효수된 곳이다.

광양 봉강접주 박흥서 등 약 100여명의 농민군도 잇따라 처형됐으며 알려지지 않은 무명 농민군까지 포함하면 희생자는 1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역 문화계는 광양 지역 동학농민운동 규모에 비해 추모할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다며 추모 장소로 활용을 꾸준히 제안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