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광양시, 자매도시와 우호도시는 명패만 필요한가?
[문화칼럼] 광양시, 자매도시와 우호도시는 명패만 필요한가?
  • 광양뉴스
  • 승인 2023.09.08 16:41
  • 호수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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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북구 /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허북구 /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광양시 누리집에는 해외 3개의 자매도시와 14개의 우호도시, 3개의 의향도시가 소개되어 있다. 이들 도시와의 교류 현황을 살펴보면 최근의 실적이 거의 없다. 문화 교류는 양국에서 개최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었으며, 특히 최근에는 교류 자체가 없는 상태였다.

광양시와 자매도시와 우호도시 중에는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은 도시인 대만 타이중시(臺中市)가 포함되어 있다. 타이중시는 지난 5월에도 강의차 다녀온 곳으로 인연은 10년부터 시작됐다. 10여 년 전에 타이중시 문화국으로부터 박물관 관계자 하계 연수 강사로 초청을 받은 후, 시에서 운영하는 문화기관의 초청전시, 책 출판 등 현재까지 관련 교류를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는 도시이다. 

타이중시와 여러 가지 교류 중 잊을 수 없는 것은 나주시 금성산 자락에 있는 경현 마을의 전통 풍물놀이 ‘진동액맥이굿’ 보존회원 28명이 타이중시 대리구(大里區)에 소재한 국광리활동센터(國光里活動中心)에서 공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진동액맥이굿 보존회’는 최연소 회원의 나이가 53세로 고령자분들 위주로 구성된 아마추어 단체인데, 해외에서 공연해 보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타이중시 문화국 관계자에게 연락을 취해 공연을 성사시켰다. 타이중시에서 초청 비용을 제공하지는 않았으나 무대 마련, 현수막 제작, 홍보, 관람객을 동원했고, 행사 당일에 공무원과 시의원 등이 참석해 격을 갖춰 주었다.

‘진동액맥이굿’ 보존회원들은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나서 타이중시 관광지를 관광한 후 귀국해 감사의 인사를 전달해 왔다. ‘진동액맥이굿 보존회’의 공연은 원래 3개의 극장을 비롯해 다양한 시설이 있는 타이중국립가극원(臺中市國家歌劇院)에서 실시하고자 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았다. 

타이중시는 타이중국립가극원 같은 문화시설이 많다. 국립타이완미술관이 있고, 타이중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전시, 공연관, 야외극장 등을 갖춘 상당한 규모의 문화센터 4개와 타이중문화창의산업단지가 있다. 이들 시설은 교류에 의해 광양시 문화예술인들이 전시와 공연을 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자 무대인데도 광양시에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타이중시는 문화를 통해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한 곳들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심계신촌(審計新村)이다. KBS2 여행프로그램에도 소개된 이곳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여행하는 명소이다. 타이중시 시(西)구에 있는 이곳은 1969년에 지어진 타이완 지방정부의 기숙사 촌을 개발한 곳이다. 도시재생에 성공한 곳, 청년창업기지로 성공한 곳, 여행객이 꼭 가봐야 할 곳, 대만 유일의 일일 시장이 형성되는 곳 등 여러 가지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이와 유사한 것에는 광복신촌(光復新村)이 있다. 1956년에 타이중시 무봉구(霧峰區)에 건설된 구도시를 공방과 예술 거리로 재탄생 시킨 곳이다. 도심 속의 오래된 마을에 대해 벽화를 통해 재탄생시킨 여행 명소인 ‘무지개 군인 마을’도 타이중시에 있다. 도시재생에 성공한 타이중시의 예술의 거리 등은 광양시 도시재생과 문화도시조성사업에 벤치마킹할 수 있는 훌륭한 장소이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타이중시를 사례로 들었으나 다른 자매도시, 우호도시 또한 교류에 의해 지역과 시민들에게 도움 되는 일들이 많을 것이다. 자매도시, 우호 도시, 의향 도시를 광양시청 누리집에 명단에만 올려놓는 용도로만 사용하지 말고, 실질적인 문화 교류 대상 도시로 삼아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활성화시키고, 문화도시를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