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모든 광양시민이 아파트 살아도 ‘남는다’
10년 후, 모든 광양시민이 아파트 살아도 ‘남는다’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3.11.06 08:30
  • 호수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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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과잉 공급, 고민해야 할 때
현재 5만여호, 4만호 또 지을 예정
분양률 저조에 할인 분양까지 등장
시, 신규 공급 제한 등 ‘정책 선회’

최근 광양시가 아파트 문제로 시름을 앓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한 아파트가 저조한 분양을 이유로 입주자 모집을 취소한 데 이어 올해 입주를 시작한 다른 아파트에서는 잔여 세대를 할인분양 하면서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미분양 세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한 단지는 결국 임대주택으로 전환했다. 

시민들은 “아파트 단지가 너무 많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지만 광양시에 공급될 예정인 아파트는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다. 

이에 <광양신문>은 창간 24주년을 맞아 광양시 아파트 시장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종합해 보도한다. 

 

광양에 아파트 첫 등장 후 

15년동안 2만세대 생겨

광양제철소가 막 지어지던 1980년대 광양시에 아파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1985년부터 1990년까지 광양시에 준공된 아파트 단지는 총 20곳. 이 중 원도심인 광양읍을 위주로 아파트가 대규모로 들어섰다. 목성, 장미, 부영, 칠성주공, 우림 등 현재 재개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단지들이다. 제철소와 출퇴근이 가깝다는 이점을 가진 광영동에도 몇몇 단지들이 생겨났다. 이 시기에 생긴 아파트들은 18평 미만의 저층 아파트가 거의 대부분이다. 

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중동과 광영동 등에 아파트 단지들이 조성됐다. 성호, 태영, 무등, 남양, 광영현대, 광영가야 등이 준공됐으며 제철단지 내 사택들이 대거 생겨났다. 2000년까지 광양시에는 총 57개 아파트 단지에 2만200세대가 공급됐다. 

이후 20년간 공급된 아파트들은 대부분 고층으로 구성된 탓에 단지 수는 줄었지만 되려 세대수는 늘었다. 대표적으로 읍권은 용강리가 개발되면서 창덕, 남해오네뜨, 흥한에르가 등이 생겼으며, 중마동은 금광블루빌, 송보단지, 대광 등 마동 권역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광양 최초 주상복합인 이편한세상이 준공된 것도 이때다. 이에 반해 중마동과 광양읍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개발은 광영동이 유일했다. 

 

주춤하던 공급

2010년 이후 공급 폭발 

2010년대 들어 비교적 잠잠했던 광양시 아파트 시장이 들끓었다. 순천시가 광양과 인접한 신대지구를 개발하면서 인근 지자체 인구를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광양시는 인구 유출이 중형 신축 아파트의 부재라고 판단하고 대규모 택지개발과 브랜드 아파트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성황동, 황금동, 용강리 등에 자이, 푸르지오 등 소위 ‘이름값’있는 아파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부동산 시장이 폭등하면서 건설사들의 공격적인 투자도 크게 작용했다. 

이런 건설 바람을 타고 광양시에는 폭발적으로 아파트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24개 단지, 9113세대가 공급됐지만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3년 동안 20개 단지, 1만2623세대가 공급됐다. 아파트 과잉 공급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1993년 당시 동광양시와 광양군을 합친 인구는 12만6000여명이었으며, 2023년 광양시 인구는 15만2000여명이다. 30년간 인구 2만6000명이 증가하는 동안 아파트 4만5000여 세대가 증가했다. 

 

공동주택 9만 세대? 누가 살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란 점이다. 현재 시공 중인 10단지 7493세대가 2025년까지 준공될 예정이다. 해당 단지들은 대부분 분양을 마친 상태지만 저조한 분양률에 허덕이는 단지도 적지 않다. 

더군다나 대출 금리가 오르며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탓에 추가적인 입주자 모집도 어려운 실정이다. 

무상 옵션, 중도금 이자 지원 등 다양한 입주 정책에도 상황이 여의치 않자 ‘할인분양’까지 등장했다. 해당 단지는 기존 입주자와 건설사간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며 진통을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역 14곳, 9103세대가 또 착공을 앞두고 있다. 목성지구, 용강지구, 황금지구, 중마동 등 지역도 다양하다. 사업승인 검토, 교통건축경관심의, 심의추진 등 착공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단지도 10곳에 7400여세대다. 이외에도 아직 착공을 시작하지 않은 민간 택지개발부지에 1만4000여 세대와 공영개발 택지 내에 5000여 세대의 공동주택도 추가로 예정돼 있다. 

결국 현재 5만 5000여 세대에 4만여세대가 추가로 지어진다는 이야기다. 현재 계획대로 진행되면 광양시 공동주택은 10년 후 쯤 약 9만 세대를 넘어서게 된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면 세대당 2명으로 추산해도 광양시민 모두가 아파트에 살아도 남는 셈이다. 

 

공동주택 과잉 공급 ‘주의보’

이런 현상이 비단 광양시만의 일은 아니다. 이미 지방 일부 지자체는 주택 공급 과잉 문제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나섰다. 

대표적으로 진통을 겪은 지역은 대구광역시다. 올해 초 미분양 물량이 1만3000호를 넘어선 데다 입주 예정도 약 3만6000호에 이르자 지자체 차원 대책으로 신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보류하기로 했다. 또 기승인된 주택건설사업에 대해서도 분양 시기를 조절해 후 분양을 유도하거나 임대주택 전환을 사업 주체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특별 조치에 미분양 물량이 7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분양 1만’이란 벽은 무너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업계 일각에서는 금리가 하락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해결될 문제라는 낙관적인 시선도 존재하지만 인구 감소세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공급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인화 시장도 신규 공급을 제한하고 재건축, 재개발로 방향을 선회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속도 조절 여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택지는 토지이용계획 등이 승인 난 상태라서 변경하긴 어렵다”며 “건설사가 수지타산을 검토해 자체적으로 사업을 연기하지 않으면 행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