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광양 동백꽃과 매실차
[문화칼럼] 광양 동백꽃과 매실차
  • 광양뉴스
  • 승인 2023.11.02 19:01
  • 호수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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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북구 /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허북구 /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광양시는 매화꽃이 연상되는 곳이다. 봄이면 매화꽃을 보러 광양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100만명이 넘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매화로 유명하므로 광양시의 시화(光陽市花)는 당연히 매화로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동백꽃이다.

동백(冬柏)은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에 자생하는 상록교목(常綠喬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남부 해안가에서 많이 자생하고 있음에 따라 부산시, 여수시, 완도군, 통영시, 해남군 등이 유명하다. 

이들 지역은 동백꽃을 상징꽃이나 상징목으로 정해 놓았으며, 동백을 지역 주민의 소득 및 문화와 연계시켜서 활용하고 있다.

광양은 이들 지역에 비해 동백의 자생지 면적이 좁고, 인지도 또한 낮다. 그런데 시화(市花)가 된 데는 역사성과 특이성이 작용했다. 

광양의 동백은 다른 지역의 동백이 바닷가에 자생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광양 백운산(1,218m)의 한 지맥인 백계산(505m) 남쪽에 있는 옥룡사(玉龍寺) 주변에 숲을 형성하고 있다.

옥룡사 주변의 동백은 선각국사 도선(先覺國師 道詵)이 8세기 초에 절을 창건하면서 땅의 기운이 약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 심었다는 유래가 있다. 

절 주변에 있는 수령이 100년 이상 된 7천여 주의 동백나무는 학술적가치가 높고, 꽃이 필 때쯤이면 장관을 이룬다. 

또한 남부지방의 사찰 동백나무 숲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어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489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 매화에 비해 인지도가 낮고, 다른 지역의 상징 꽃으로 되어 있다는 점, 매실나무가 소득 작목으로 기여도가 높다는 이유로 시화를 매화로 바꾸자는 논란이 있었다. 

지금은 시화(市花)를 바꾸자는 논란은 수면 아래에 있는 가운데 동백꽃 축제, 동백 관련 상품 개발 등 동백자원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데 매실자원을 함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매실에서도 동백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동백과 매실 둘 다 갖고 있는 것을 장점으로 삼아 시너지 효과 창출로 연계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두 가지 자원을 융합시켜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쉽지 않으나 연구와 노력이 따른다면 어렵지 않다.

동백과 매실을 차의 측면에서 융합시키면 우수한 상품이 만들어 진다. 동백꽃은 안토시아닌 색소를 가진 것으로 색이나 생리학적인 측면에서 우수한 자원이다. 

그런데 동백꽃의 안토시아닌 색소는 pH에 따른 색 변화가 심해 중성에 가까운 물에서는 색이 그다지 예쁘지 않고, 산성수 일 때 붉은 색이 강해지면서 예쁘게 된다.

한편 매실청은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산성으로 되고, 이것을 물에 탄 매실차도 산성이 강한 편이다. 산성이 된 매실 차에 동백꽃 추출물을 넣게 되면 붉은 색으로 되는데, 문제는 혼합이 잘 되지 않는다. 매실청을 만드는 과정에서 설탕이 많이 사용되어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실차에 동백꽃 추출물을 넣게 되면 혼합되지 않고 윗분분에 붉은 색의 층이 형성되는데, 이것은 독특하고 매우 아름다운 차가 되면서 맛도 좋아진다.

광양에는 많은 문화 자원들이 있다. 이 자원을 동백꽃 추출물과 매실차를 섞어 아름답고 맛있는 차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세련되게 융합해 광양의 좋은 이미지를 높이고 시민들의 실질적인 문화생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활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