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칼럼] 꼬리와 발톱은 숨기는 것이 상책이다
[위기관리칼럼] 꼬리와 발톱은 숨기는 것이 상책이다
  • 광양뉴스
  • 승인 2023.11.02 19:02
  • 호수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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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작가 / ‘소통을 잘해야 천하를 품는다’저자
김해원 작가 / ‘소통을 잘해야 천하를 품는다’저자

평소와 달리 어수선한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은근슬쩍 뒤로 물러나 자취를 감추는 것이 상책이다. 왜냐하면 자칫하면 그 분위기에 휩쓸려 생각지도 못한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일에는 항상 마(魔)가 끼게 마련이고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 즉 좋은 일이 생기면 그 다음에 나쁜 일이 생기고 나쁜 일이 생기면 그 나쁜 일로 인해 또다시 나쁜 일이 생길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세상이 시끄럽고 혼란스러울 때는 은근히 몸을 숨기는 것이 최상이다. 

태풍의 핵이 고요하다고 해서 그 속으로 들어 가기 위해 돌진하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마찬가지로 혼란한 상황을 틈타 이익을 취할 수도 있지만 자칫 득(得)보다 실(失)이 많을 수 있으므로 일단 벗어나는 것이 상책이다. 

왜냐하면, 『장자』에 나오는 혼돈의 이야기처럼 잘하려는 의도에서 했던 것이 오히려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송나라의 승상 장상영은 ‘일은 끝장을 보아서는 안 되고 세력은 온전히 기대면 곤란하며, 말은 다해서는 안 되고 복은 끝까지 누비면 못 쓴다’고 했다. 그러므로 무슨 일을 하든 적정하게 주변 상황을 봐 가면서 중용을 유지하는 것이 위기를 줄이는 길이다. 

손자는 『손자병법』에서 전쟁에서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능하면서도 능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쓰임이 있으면서 마치 쓰임이 없는 것처럼 보이며, 가까이 있으면서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고,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고 했다. 

한 마디로 실상을 드러내지 말고 위장해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자기의 모든 것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은 위기를 불러올 확률이 매우 높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자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진실한 사람으로 보여져서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진실하게 보기도 하고 또 자랑질을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므로 특별히 자랑질로 비춰질 수 있는 말과 행동은 엄히 금해야 한다. 

손자는 『손자병법』에서 천리를 가도 피곤하지 않는 것은 적이 없는 곳으로 가기 때문이며, 공격하여 반드시 취할 수 있는 것은 적이 지키지 않는 곳을 공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공격을 잘하는 자는 적이 지켜야 할 곳을 알지 못하게 하고 수비를 잘하는 자는 적이 공격할 곳을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형(無形)의 경지에 이르고 소리가 없는 경지에 이르면 능히 적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고 했다. 

이 말은 적을 이기기 위해서는 자기의 모습을 드러내지 말아야 하고 공격을 할 때는 적이 어디를 공격하는지를 모르게 해야 하며, 수비 역시 적이 어디를 공격해야 할지를 결정할 수 없도록 약점을 드러내지 말아야 함을 의미한다. 위의 손자의 말처럼 위기의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볼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자기가 투명인간이면 자기는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자기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자기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 또 자기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상대방을 자신의 뜻대로 공략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위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기를 무형과 무음의 경지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 이 경지에 이르면 적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데 이 말의 의미에는 타인에 의해 자기 운명이 결정되는 위기 상황에 빠지지 않는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