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광양 옹기와 공예문화
[문화칼럼] 광양 옹기와 공예문화
  • 광양뉴스
  • 승인 2023.12.0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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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북구(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수석 부학회장
허북구(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수석 부학회장

공예는 실용성과 미적 가치를 겸비한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죽공예, 목공예, 염직, 도자기 등 소규모를 말하며 건축은 포함되지 않는다. 공예품은 실용성을 전제함으로 생활 도구이자 용품에 속하는데, 시대에 따라 전승 발전되거나 소실되었다.

공예 측면에서 광양은 지리적으로 백운산을 위시한 산간 생활용품, 섬진강과 광양만을 중심으로 한 어구 그리고 평지의 농기구 등 민속용품이 고루 발전된 지역이나 유물 전시관이 없고, 관련된 연구도 매우 미흡해 소실 비율이 높다.

이는 지역의 민속 공예 유물을 모으고 전시 및 연구를 통해 관광과 문화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다른 지자체와 대비해 볼 때 지역민의 자존감과 정체성 측면에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지역의 전통 공예는 단순히 조상들의 생활 방식과 문화를 되돌아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옛 문화가 현재와 미래 산업의 모티브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더 그렇다.

광양의 전통 공예는 국가무형문화재 제60호 장도장이 있어 그나마 체면을 유지하고 있을뿐 참담한 수준이며, 그 농도는 세월의 무게만큼 더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양읍 덕례리 예구마을의 옹기이다.

옹기(甕器)는 원래 질그릇과 오지그릇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질그릇은 진흙만으로 반죽해 잿물을 입히지 않고 구운 것이며, 오지그릇은 질그릇에 잿물을 입혀서 1100℃ 내외에서 구운 것이다.

예구마을의 옹기터는 오지그릇을 만들었던 곳인데, 옹기의 성형 측면에서는 매우 의미가 깊은 곳이다. 옹기의 제조과정에서 성형 방법은 크게 흙가래태림과 쳇바퀴태림으로 구분된다. 흙가래태림은 흙 반죽을 가래떡처럼 둥글고 길게 한 다음 코일 형식으로 쌓아 올리면서 옹기 모양을 만드는 방식이다. 쳇바퀴태림은 잘 반죽한 점토를 체의 둥근 프레임처럼 판장(板張)을 길게 만든 다음 쌓아 올리면서 옹기 모양을 만드는 방식이다.

쳇바퀴태림은 예로부터 유일하게 전라도에서만 채용된 옹기 제조 방식으로 강진군 칠량면 봉황리의 옹기 제작 기술은 2010년에 국가무형문화재 제96호 옹기장으로 지정되었다. 보성군 미력면 도개리의 옹기 제작 기술은 2013년에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37호 옹기장으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과거 광양 예구마을의 옹기 성형방식은 전라도식과는 달리 흙가래태림법이 채용되었다. 과거 예구마을의 옹기소에서 옹기를 구웠던 고 한기문 장인은 전북 진안군 출신이다. 대대로 옹기를 구워온 가정에서 태어난 한기문 장인은 1940년대에 광양 흙이 좋아 광양으로 이사를 와서 옹기소를 운영했는데, 전라북도에서도 쳇바퀴태림으로 옹기를 만드는 전통이 있으므로 광양의 흙가래태림법은 전라도의 옹기공예 문화측면에서는 특이한 방식이며 연구가치가 높고, 화제성도 높다.

화제성 및 역사성이 높은 것과 장소는 ‘○○을 했던 곳’ 등으로 인해 문화나 상업적 응용가치가 높은데, 예구의 가마터와 전통은 활용이 되지 못하고 있다. 광양시 차원에서 공예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낮으니 흙가래태림법과 같은 것이 부각되지 못하고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구마을의 옹기 성형 방식은 한 사례에 불과하며 유사 사례가 수없이 많은 것이 광양시의 현주소이다. 공예 그 자체는 산업으로도 생산성이 매우 높지 않으나 시민의 공예 문화 접근성과 활동 정도는 시민들의 가치 있는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광양시는 관광, 산업 등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광양시민의 가치 향상과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공예문화의 활성화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