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광양의 아들’ …정채봉 흔적, 광양에는 없다
자랑스러운 ‘광양의 아들’ …정채봉 흔적, 광양에는 없다
  • 김호 기자
  • 승인 2024.02.04 08:30
  • 호수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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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에는 정채봉문학관…여수MBC는 정채봉문학상
김상옥 전 MBC PD, 광양지역 기념사업회 제안
“채봉이는 광양을 사랑했던 광양사람이었다”
△ 김상옥 전 PD가 광양읍 동외마을 행복나눔강좌에 강사로 초청됐다.
△ 김상옥 전 PD가 광양읍 동외마을 행복나눔강좌에 강사로 초청됐다.
△ 정채봉(좌)과 김상옥(우)이 어느 커피숍에 앉아 함께 사진을 찍었다.
△ 정채봉(좌)과 김상옥(우)이 어느 커피숍에 앉아 함께 사진을 찍었다.

동화작가 고(故) 정채봉 선생의 친구이자 ‘무진기행’으로 유명한 김승옥 소설가 친동생이기도 한 김상옥 전 MBC 프로듀서(PD)가 광양지역사회에 ‘정채봉 기념사업’ 추진을 강력히 주장하고 나서 관심이 모아진다.

정채봉 문학관이 순천시 정원박람회장 내에 건립돼 있지만 광양을 사랑했던 정채봉 선생의 문학관이 광양시에 또 건립된다고 해서 이상할 일이 전혀 아니며 오히려 당연한 사업추진이라는 것이다.

광양읍 석정마을(동냇(東川)거리)에서 태어난 김상옥 전 PD는 “세 살 때 순천으로 이주해 초중고를 순천에서 다녔고, 누가 ‘어디 사람이냐’고 물으면 으레 ‘순천사람’이라고 대답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내 친구 정채봉은 나와 같은 해에 순천 신성포에서 태어났고, 할머니를 따라 광양으로 이주해 초중고를 광양에서 다녔다”며 “누가 ‘어디 사람이냐’고 물으면 으레 ‘광양사람’이라고 대답할 만큼 그에게 광양은 의심할 바 없이 ‘내 고향’이었다”고 강조했다.

마해송, 이원수, 강소천으로 이어지는 한국 아동문학의 전통을 잇는 작가로 평가받았고, 그의 동화집이 한국 동화작가로는 처음으로 독일과 프랑스에서 번역돼 출판되는 등 위대한 업적을 쌓았던 자랑스러운 ‘광양의 아들’ 정채봉의 흔적이 지금 광양에는 없다는 것이다.

김 전 PD는 “정채봉문학관은 순천에 있고, 정채봉문학상은 여수MBC에서 수년째 진행하고 있는데 정작 고향 광양을 사랑해 언제 어디서나 ‘광양사람’임을 자랑하던 그를 왜 순천과 여수에서만 기리고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씁쓸해했다.

이어 “지난 1월 초 ‘대한민국 문화도시’ 공모에서 광양시가 고배를 마셨다는 보도를 본 순간 ‘정채봉 없는 광양’이 떠올라 마음이 서늘했다”며 “지역사회에서 정채봉 가져오기 운동을 통해 부디 올해는 내 고향 광양에서 ‘위대한 작가 정채봉’을 매일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 김상옥 전 PD가 광양읍 동외마을 행복나눔강좌에 강사로 초청됐다.
△ 김상옥 전 PD가 광양읍 동외마을 행복나눔강좌에 강사로 초청됐다.
△ 김상옥 전 PD가 광양읍 동외마을 행복나눔강좌에 강사로 초청됐다.
△ 김상옥 전 PD가 광양읍 동외마을 행복나눔강좌에 강사로 초청됐다.

앞서 김상옥 전 PD는 지난달 24일 광양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센터장 김경식) 주최, 광양읍 동외마을 GY공동체네트워크(대표 이기형) 주관으로 마련된 행복나눔강좌에 강사로 초청됐다.

김 전 PD는 이날 ‘광양을 사랑한 정채봉’을 주제로 정채봉과의 젊은 시절 추억들을 회상했다. 특히 김승옥 소설가의 친동생으로서 광양에서의 추억과 가족사, 청매실농원 홍쌍리 매실장인과의 인연, 김상옥 전 PD가 바라보는 정채봉 문학세계 등을 소개할 때는 참석자들의 높은 집중도를 이끌어냈다. 김 전 PD는 “채봉 친구가 살아있었다면 지금도 국내 최고의 동화작가의 반열에 올라있었을 것”이라며 “광양시나 시의회, 민간 주도 등 누가 주체가 되든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정채봉기념사업이 추진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양읍 석정마을에서 태어난 김상옥 전 PD는 순천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MBC PD(PD수첩 초대 앵커)를 역임했다.
 

△ 정채봉과 김상옥
△ 정채봉과 김상옥
△ 김상옥과 정채봉이  1994년 11월 광양으로 내려오는 기차를 함께 타고 있다.
△ 김상옥과 정채봉이 1994년 11월 광양으로 내려오는 기차를 함께 타고 있다.
△ 정채봉 선생의 생전 마지막으로 수상한 문학상 시상식(좌 세번째 김상옥, 다섯번째 정채봉).
△ 정채봉 선생의 생전 마지막으로 수상한 문학상 시상식(좌 세번째 김상옥, 다섯번째 정채봉).

다음은 김상옥 전 PD와 정채봉 선생과의 인연에 대한 일문일답이다.

 

정채봉 선생과의 첫 만남

정채봉 친구는 샘터라는 잡지사에 몸담고 있었고, 나는 MBC에서 일하고 있을 때 처음 만났다. 나는 채봉 친구를 방송에 끌어들여 작가, 리포터, 진행자 등 다양한 역할을 맡겼는데 처음에는 어색해하더니 금방 익숙해져서 동화작가말고도 방송인으로도 꽤 유명세를 탔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광양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서 감정교류가 원활했고 의견일치가 자연스러웠다.

 

동화작가 정채봉 선생의 문학세계

어린 시절을 외롭게 보낸 채봉 친구는 동화에서 위로를 받았고 삶의 의미를 찾았다. 현실에서의 부족함과 아쉬움, 그리움이 동화 속에는 다 있었다. 어린 시절 어린 왕자가 들려주는 얘기를 즐겨 읽던 그는 어느 틈엔가 자신만의 어린 왕자를 창조했다. ‘오세암의 주인공 길손이는 채봉 친구가 만든 어린 왕자.

그의 작품 우리 읍내에서 그는 고향 광양 얘기를 이렇게 썼다. “나의 소년시절, 그 잔솔밭 터널을 나는 저 남녘, 매화와 안개와 보리와 은어와 동백이 어김없이 四季 따라 찾아오는 작은 읍내 광양에서 보냈다. 서삭교라 불리던 서국민학교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모과나무가 운동장을 빙 둘러 서있었고 동삭교라 불리던 동국민학교 앞에는 방풍림으로 오래 전에 조성된 팽나무숲이 짙었다.”

 

동화작가로서 정채봉의 가치

채봉 친구는 마해송, 이원수, 강소천으로 이어지는 한국 아동문학의 전통을 잇는 작가로 평가받았다. 그는 대한민국문학상 새싹문학상 한국 불교 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한국 동화작가로는 처음으로 동화집 물에서 나온 새가 독일에서 번역 출간됐고, ‘오세암은 프랑스에서 번역 출간됐다. 그렇듯 위대한 업적을 쌓고도 평생 소년의 마음을 앓지 않고 사람과 사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던 자랑스러운 광양의 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