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어떻게 공짜로 줄 수 있어요?…무료로 운영한 ‘Y-카페’ 1년
[특별기고] 어떻게 공짜로 줄 수 있어요?…무료로 운영한 ‘Y-카페’ 1년
  • 광양뉴스
  • 승인 2024.02.08 17:16
  • 호수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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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규 광양YMCA 이사장
△박두규 광양YMCA 이사장

 ‘Y-카페’를 운영한 지 1년. 광양읍 우산리 광양중학교 정문 건너 3층 건물을 광양YMCA회관으로 삼고 1층을 카페로 만들어 아이스크림, 음료수, 뻥튀기, 커피 등을 무료로 제공했다. 2층은 교육실이고 3층은 사무실과 방을 갖추었다. 광양YMCA 회관에는 청소년 전용 공간을 마련하자고 해서 열게 된 ‘Y-카페’지만, 임직원들에게는 처음 대하는 일이었다. 낯선 일을 1년 동안 운영하고 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흐뭇한 일들이 많이 펼쳐졌다. 보람찬 내용의 일부를 정리해 본다.

이용하는 청소년과 후원하는 천사

우선 ‘Y-카페’를 찾아오는 청소년이 하루 평균 100명 정도다. 길 건너 중학교 학생 중에는 체육 시간 끝나고 와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가기도 하며 하루에 2~3번 오는 단골까지 있다. 이렇게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즐겨 찾는 공간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아이들은 대화하고 먹는 일을 즐기지만, 시험 때는 책을 펼치기도 한다. 작은 공연장도 있어서 네 번의 버스킹을 통해 노래하고 연주하는 아이들과 부모와 시민들이 어울렸다. 사법기관의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도 무대에서 노래하며 자신감을 얻고 학교생활에 적극성을 찾았다. 

일시 가출한 아이들이 3층에서 자기도 했고,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이 와서 상담하고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 연계하여 검정고시에 합격하기도 했다. 광양YMCA에서는 별도로 여자청소년 쉼터를 운영하는데, 이곳은 남자청소년 쉼터 기능을 맡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날마다 카페 재료비를 후원하는 천사 시민들이 지난해 322명이다. ‘Y-카페’를 즐겁게 이용하는 아이들도 염려하며 하는 질문이 있다. “왜 적자 나는 일을 해요?”, “어떻게 공짜로 줄 수 있어요?” 

작년 3월 ‘Y-카페’를 시작할 때 이사회에서도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일이라서 걱정했던 사항이었다. 그런데 김정운 사무총장이 1일 카페 비용을 후원하는 천사를 모집하겠다고 했다. 하루 재료비 5만원을 후원하는 ‘365 천사’에 시민들은 따뜻하게 호응했다. 

광양YMCA 임직원과 관계있는 분들이 후원을 시작했지만, 길을 지나가다 들어와서 ‘커피 머신’을 이용한 뒤 무료로 운영한다는 취지를 듣고는 5만원이나 10만원을 선뜻 내는 분들이 이어졌다. 어느 날 들렸던 허리 굽은 할머니는 찻잔 밑에 꼬깃꼬깃 접은 5000원 지폐를 두고 나갔다. 감동적인 천사였다. 이러한 무료 카페 후원자 ‘365 천사’를 ‘광양신문’에서는 1면에 실으며 격려해주었다.

 

청소년의 오아시스를 마련한 지역사회

광양YMCA 회관의 근무자는 사무총장 한 사람뿐이므로 ‘Y-카페’를 관리할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청소년지도사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 자원봉사자가 지난 연말까지 카페를 관리한 뒤 청소년기관에 취업했다. 우산리에 살면서 지나다니던 아주머니도 들려서 틈나는 때에 자원봉사자로 관리를 도왔다. 올해는 시니어클럽에서 3명의 어른을 관리자로 파견하기로 했다.

그 밖에도 2층 교육실에서 단체와 연구회의 모임이 자주 있는데, 이분들도 카페의 천사가 되어주었다. 학교의 상담교사나 객원 상담원들도 이곳에 와서 아이들을 상담하기도 한다. YMCA회관으로 리모델링 하기 전에는 광양읍 중심지를 벗어나는 길목의 칙칙하던 거리가 자못 밝고 활기찬 거리로 달라졌다.

청소년을 중심으로 하여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한 1년. 도심의 거리에서 돈 없이는 들어갈 곳도 없고 음료를 맛볼 수도 없는 아이들에게 ‘Y-카페’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 되었다.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에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음을 실감하는 현장인 것이다. 

오갈 데 없이 막막할 때 기웃거리며 들어갈 수 있는 청소년의 공간. 더하여 아끼고 편한 마음으로 대해주는 사람이 있는 곳. 더할 나위 없는 성장의 터전 아니겠는가. 이렇게 청소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후원하는 천사들이 줄을 잇는 ‘Y-카페’는 지역사회 사랑의 공간이다.

‘Y-카페’ 1년을 돌이켜보며, 신나는 청소년 이용자와 성원하신 천사들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