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6시 태인동환경개선주민대책위원회 사무실……, 대책위는 이날 포스코 측이 제시한 지역협력사업방안 수용여부를 20명의 대책위원들의 투표로 결정키로 했다. 투표결과는 수용찬성 15명, 수용반대 4명(대책위원만의 투표로 결정하자는 안 자체에 반대), 기권 1명으로 나왔다.
이날 회의 결과는 지난 2월 17일 태인동환경개선주민대책위가 발대식을 갖고 포스코를 상대로 본격적인 협상에 나선 이후 꼬박 10개월 동안 벌여온 보상협상을 △연매출액 60~70억원, 채용직원 100명 규모의 포스코 아웃소싱기업에 태인동 주민대표 참여보장 △지역공익사업기금 20억원 지원 △나눔의 집 운영과 태인동 주민행사지원금 등 5억원 지원 △포스코 연관기업에 태인동 주민 적극 채용 약속 등 네 가지로 마무리 짓자는 것이었다.
이튿날 아침이 되자 이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속속 대책위 사무실로 몰려들었다. 주로 1구 도촌마을과 2구 장내마을 부녀회원들이었다. 이들 주민들은 찬성표를 던진 대책위원들을 불러오라며 호통을 쳤다. 이들은 대책위원들의 결정은 물론 그런 결정을 한 대책위원들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대책위원들이 나와서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대책위원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의 농성은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을 주도한 대책위원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주민들은 끝까지 사과를 받아내고 사퇴를 시키겠다고 벼렸다.
사흘째인 25일 오전 주민들은 다시 대책위 사무실에 모였다. 이날은 김재신 대책위원장이 미리 나와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태인동 주민건강실태조사 이후 여기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포스코와의 협상과정을 죽 설명하면서 “협상 아니면 법적인 대응 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서 “모든 책임을 지고 29일 오후 2시 태인동사무소에서 대책위원들이 일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광양시에 주민건강역학조사 실시를 요구했지만 시는 난색을 표했다고 말하는 김재신 위원장.
김 위원장의 해명은 주민들의 거친 항의에 자주 끊길 수밖에 없었다. 주민들의 항의는 “우리는 대책위원들을 믿었건만 어찌된 건지 임원만 짊어지면 제철 편에 놀아나느냐”라든가, “주민들을 팔아가지고 개인사업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든가, “대책위원들 물러내고 우리 여자들이 한다”라든가, “저 나눔의 집부터 폐쇄해야 한다”는 등 근본적인 불신을 드러내면서 대책위원들의 결정이 무효라는 것을 주장했다.
한 시간 넘게 이어진 공방을 벌이던 주민들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데 더 따질 게 뭐 있냐”면서 주민들은 대책위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주민들은 28일부터 제철소 본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지난 5월 한 달만 시간을 주면 해결하겠다는 말을 믿고 제철소 본부 앞에 쳤던 천막을 걷어낸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광양제철소와 태인동…
광양시는 왜 예산을 확보해 놓고도 주민건강역학조사를 실시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성웅 광양시장에게는 왜 태인동 주민들의 아픔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그 많은 광양시청 출입기자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