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이가 우리 태인도 먹여 살린다고 했어”
“박태준이가 우리 태인도 먹여 살린다고 했어”
  • 광양신문
  • 승인 2006.10.13 15:33
  • 호수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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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인동 민심기행<2> - 도촌마을 최옥자(68) 할머니
“태인도는 황금밭이었어, 뭐든지 다 맛있었어” 기자가 도촌마을 최옥자(68) 할머니를 만난 건 지난달 25일 태인동환경개선주민대책위 사무실로 쓰는 태인동발전협의회 사무실에서였다. 이 날은 1구 도촌마을 부녀회 주민들이 이틀 전 주민대책위가 포스코 측의 협상안을 투표로 결정한 것에 대해 대책위원들이 잘못 결정한 것이라며 김재신 대책위원장에게 이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하러온 자리였다. 주민들 대부분이 매우 또렷한 원칙을 가지고 대책위원장에게 이야기를 하는 중에 특히 최 할머니는 소신에 찬 원칙과 정연한 논리로 좌중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기자는 최 할머니의 이야기를 진작 여기에 소개하고 싶었지만 그 이후 태인동에 너무 많은 일이 전개되는 바람에 한 주를 넘기게 됐다. 기자는 가능한 최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고 싶다. ▲ 최옥자 할머니
“우리 주민들은 대책위원들을 태산같이 믿고 있는데 15명이 찬성을 해버려요. 그건 주민을 팔아가지고 개인사업 하는 거나 마찬가지제. 우리 주민들은 할일이 더 남았다. 15명이 물러나면 그날 반대한 대책위원들하고 우리는 함께 싸운다. 남자들이 못 싸우면 우리 여자들이 싸운다. 제철소가 들어오기 전에 우리 태인도는 맑은 공기에 맑은 물을 먹고 살았다. 여름이면 조개양식하고 겨울이면 김 해가지고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우리 태인도는 황금밭이었어. 고기도 맛있고 조개도 맛있었고 김도 맛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제철소가 와가지고 다 뺏어가 버렸다. 박태준이 아직도 살아있다. 박태준이 우리에게 뭐라고 했나.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제철소만 들어서게 해주면 우리 태인도만은, 우리 광양만은 먹여 살리겠다고 했다. 제철소에 우리 아이들 취직했다고 하지만 순 노동만 한다. 제 먹고 살기에도 빠듯하다. 제철은 1년에 몇 조원을 번다고 한다. 25년 동안 우리는 10원짜리 하나도 못 받았다. 적어도 아무런 노동력이 없는 60살 이상 우리 노인들만이라도 생활을 보장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아이들이, 우리 노인들이 무엇 때문에 만날 병원에 다니는지 병원 건물 주인인게 잘 알거 아닌가. 진료기록 살펴보면 다 나온다. 기관지병이고 피부병 아닌가. 그러니 싸워서 병원비라도 받아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자기들 입닥개나 하려고 합의를 해버려야. 싸워보지도 않고 보상은 없다고 하는 게 말이나 되야. 우리는 임원들 인정 못하겠소. 사퇴하시오, 우리가 할랑게”
이상이 그날 최 할머니가 끊이지 않고 이야기한 한 대목 중의 일부이다. 그날 자리가 마무리되고 나오는 길에 기자는 할머니께 여쭈었다.

   
▲ 그날 주민대책위원장에게 열변을 토하는 최옥자 할머니.
“부녀회원이신가요?”
“아니, 늙은 할미가 무슨 부녀회원은…그냥 할미여”
“그럼 연세가 얼마나 되세요?”
“육십여덟이여”
“할머니 그럼 존함은 어떻게 되세요?”
“뭣할라꼬 물어 싸?”
“할머니 말씀을 신문에 싣고 싶어서요”
“뭣 할라꼬 그래야, 최옥자여, 최옥자”
“어느 마을에 사세요?” “응 1구, 도촌이구먼”
“예, 감사합니다! 할머니”   
 
입력 : 2005년 12월 0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