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조사 해달라고 시장실 가서 드러누울 거야”
“건강조사 해달라고 시장실 가서 드러누울 거야”
  • 광양신문
  • 승인 2006.10.13 15:49
  • 호수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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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인도 민심기행<3> - 도촌마을 이군자(67) 할머니
“제철소는 우리 노인네들 살 수 있게 해줘야 돼” 태인동 민심기행 세 번째. 오늘은 도촌마을에 사는 이군자(67) 할머니다. 태인동 주민들은 제철소 이야기만 꺼내들면 흥분한다. 한이 맺혔다는 거다. 작은 가시가 목에 걸리면 빼내기가 더 어렵듯이 포스코로 입장에서 보면 태인동 주민들은 꺼내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작은 가시가 아닐까? 이군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옮겨 본다.<편집자 주> ▲ 이군자 할머니.
“언제부터 태인도에 사셨어요?”

“나? 12살에 아버지가 광양서 태인도로 살러 들어왔어. 죽 태인도에 살았어. 시집도 태인도로 와서 올해로 꼭 55년을 태인도에서 살고 있구만……, 제철소 만들 거라고 시추작업을 시작한 그 때가 79년이여. 내가 광양기업에 입사를 한 것이 81년 1월1일부터니께 내 기억이 맞을 기라. 광양기업서 9년 9개월을 일하고 55세 정년에 걸려 퇴직했구만……, 처음에 월급으로 8만원 받았어. 우리가 청소를 할 줄 모르니까 포항서 ‘대능사’라고 하는 회사가 와서 우리를 가르쳐서 우리는 그 사람들한테서 배워갔고서 청소를 했어…”
“태인동 주민들 이야기를 세상에 전해드리려고 왔습니다”

“기자가 여름에 태인도에 와갔고 눈으로 직접 보고 느껴야 돼……, 바람만 좀 불면 말도 못해. 마루 청소를 할라쿠면 바닥이 끈적끈적해서 걸레질이 잘 안돼. 방충망 해놓으면 끈적끈적한 것이 날아와서 방충망 구멍을 막아버려. 다라이에 물 받아 놓고 이틀만 지나 봐. 바닥에 시꺼먼 게 반짝반짝 거리는 게 쌓인다니까. 그러니 더 말해 뭐하겠어? 나는 지난해에 든 감기가 아직도 안 나가. 목이 잠겨서 안 터져. 아무리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어. 오죽하면 광양 사는 동생이 자기 동네에 와서 약 지어먹어보래. 약이 문제가 아녀. 태인도 사람들은 부모로부터 받은 목소리를 다 잃어버렸어. 목소리가 다 쇳소리로 변해버렸다니까. 우리 영감은 목 부위하고 이마하고 피부에 버짐 같은 게 생겨서 만날 고생이여. 이웃에 사는 00는 몸 전체 피부가 엉망이여. 한 번 불러와서 어떤지 뵈달라고 할까? 다 공해 때문이지 뭐, 우리는 밥상머리에 공해덩어리를 받아놓고 사는 거나 마찬가지니께. 보고 싶은 손주들도 먼지 먹을까봐 놀러오라고 말 못하는 심정을 한 번 생각해봐.”
“요즘은 주민들이 제철소보다 시장님을 성토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던데…”

“주민이 있어야 시장이 있는 건데, 우리 시장은 너무 제철소 편만 드는 거 같아. 이렇게 주민들이 아우성을 치면 시장이 주민들 편에 들어 말 한 마디라도 거들어야 할 꺼 아냐. 밑에 직원들 불러 올려서 이런 일이 있었느냐는 식인데 뭐가 되겠어, 시장이 태인동 주민들을 위해서 뭘 했는지 한 번 묻고 싶어. 시장이 태인동 골목에 와서 이틀만 살아봐야 혀. 그땐 그러면 시장이 먼저 주민건강역학조사 하자고 할꺼구만. 주민건강역학조사 안 해주면 우리가 시장실에 가서 드러누울 거구만……,”
“할머니는 제철소가 태인도에 뭘 어떻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셔요?”

“우리가 바라는 거 다른 거 없어, 제철소가 우리 노인네들 일거리를 빼앗아 갔으니 우리 노인네들 먹고살 수 있게끔 공해보상 해달라는 거야. 병원비 한 푼이라도 받아야 해. 우리는……, 애들은 걸핏하면 천식이야. 노인네들은 보건소고 의원이고 줄을 섰어. 어떤 때는 서너 시간 기다려야 하고, 순서가 다음날 걸리는 수도 있어. 공해 때문에 우리 태인동 주민들은 도마 위에 올려진 산고기가 살아보려고 파드득거리는 그런 신세야. 바다 밑도 다 썩어 버렸어. 물고기도 기형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우럭 조개는 한 40cm 밑으로 파고 들어가야 하는 디 그것도 다 죽어버렸어. 바다 밑이 그런데 땅 위에 사는 사람은 어떻겠어. 제철소만 아니면 우리가 자식들한테 손 벌리지 않아도 돼. 70년대 초에 우리는 김 한 톱(100장 1묶음)에 4천원인가 8천원을 받고 일본에 수출했어. 그건 제철소 사람들도 알거야. 그 때 태인도를 죽이지만 않았어도 우리가 이렇게 살지는 않아. 아직도 우리 손으로 벌어먹을 수 있을 건데 뭐가 아숩겠어. 그러니 노인네들만이라도 먹고살 수 있게 해달라는 거지”

 
입력 : 2005년 12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