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항 이전 검토 '왜관 주한미군 수리창' 어떤 곳?
광양항 이전 검토 '왜관 주한미군 수리창' 어떤 곳?
  • 광양신문
  • 승인 2006.10.13 15:59
  • 호수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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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민중연대 지난 3일 현지 조사, 본지 동행취재
81만평 규모 ‘캠프 캐롤’, 대구사령부 3개 캠프와 한 몸“왜관 수리창만 떼어 옮겨올 수 있는 것 아니다”칠곡군민들, 경제ㆍ도시발전에 도움 없어 이전 희망 ▲ 인접 고층 아파트에서 내려다 본 왜관 주한미군 수리창 캠프 캐롤의 전경.
백옥인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이 광양항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경북 칠곡군 왜관에 있는 80여만평 규모의 주한미군 수리창인 ‘캠프 캐롤(Camp Carroll)’이 어떤 규모와 기능을 가진 곳인지 알아보기 위해 광양민중연대가 지난 3일 왜관 현지와 이 수리창을 관장하는 주한미군 19지원사령부가 있는 대구 현지에 대한 확인조사에 나섰다. 본지는 광양민중연대의 현지실사과정을 동행 취재했다. <편집자 주>
광양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주한미군 수리창 광양항으로 이전 검토설’에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왜관 현지의 주한미군 수리창을 직접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 광양민중연대가 현지조사에 나선다는 이야기를 듣고 본지는 동행취재를 결정했다.

3일 아침 6명의 실사단 왜관읍으로

6명으로 구성된 광양민중연대 실사단은 이날 오전 8시에 광양을 출발하여 11시께 왜관 주한미군 수리창인 캠프 캐롤에 닿았다. 왜관읍은 북대구에서 불과 15km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왜관읍은 인구 11만명의 칠곡군의 군청 소재지로 칠곡군의 중심도시였다.

왜관읍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캠프 캐롤’은 먼저 그 면적이 엄청났다. ‘미군지기 되찾기 대구시민모임’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는 캠프 캐롤의 총 면적이 81만평이라고 나와 있다.

실사단은 차를 타고 세 바퀴를 돌면서 먼저 그 규모를 살펴봤다. 도심 한 복판에 터를 잡고 앉은 ‘캠프 캐롤’은 빙 둘러 경계용 철조망을 설치해놓아 마치 도시 속의 섬처럼 느껴졌다. 특히 민가가 인접한 쪽으로는 콘크리트 담을 높게 설치하고 그 위에 둥근 철조망을 쳐놓아 도시미관을 심하게 해치고 있었다.

좀더 높은 곳에서 캠프 캐롤의 전체 규모를 조망하기 위해 실사단은 인접 고층 아파트에 올라가 캠프를 내려다보았다. 아래 지도에서 보듯 1959년 들어선 캠프 캐롤은 당시에는 외곽지역이었겠지만 왜관읍이 도시화되면서 도심 한 복판이 되어 있었다.

▲ 캠프 캐롤의 위치도. 손으로 가리키는 녹색지역이 캠프 캐롤이다. 왜관읍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다. 왜관주민 각 계의 반응실사단은 이어 칠곡군청을 방문, 담당공무원과 만났는데 그는 “캠프 캐롤이 시 승격을 추진하고 있는 칠곡군의 중심도시인 왜관읍의 정상적인 도시개발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칠곡군민의 대다수가 지금은 미군부대가 다른 곳으로 이전해가길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캠프 캐롤의 후문 쪽 거리에는 주한미군을 대상으로 하는 상가가 형성돼 있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실사단은 미군부대의 후문 쪽에 미군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식당 주인과 대화를 나눴다. 오랜 기간 이곳에서 영업을 했다는 식당 주인은 “처음에는 미군 때문에 먹고 산 것이 사실이지만 90년 이후로는 경제적으로 도움 되는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30만평의 미군부대보다 10만평의 공단을 유치하는 게 훨씬 더 나을 것”이라면서 “그러면 미풍양속을 해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실사단은 부동산사무소를 찾았는데 부동산사무소를 운영하는 사람의 말은 더욱 분명했다.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옛날 말이고 지금은 도시발전만 가로막고 있어 왜관주민 대부분이 기지 이전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19지원사령부가 있는 대구로실사단은 대구에서 오랜 기간 미군기지 되찾기 시민모임을 이끌어 온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대구로 옮겼다. 시민모임 사무실은 왜관 캠프 캐롤을 관장하는 19지원사령부인 '캠프 헨리(Camp Henry)'의 인근에 있었다. 대구시민모임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보다 구체적인 캠프 캐롤의 규모와 가능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대구에는 캠프 헨리, 켐프 워크, 캠프 조지 등 3개의 미군 캠프가 있는데 그중 캠프 헨리는 한국을 4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관장하는 4에이리어 주한미군사령부 역할을 하는 곳으로 일본 오끼나와 캠프를 포함한 태평양지역을 관할하는 곳이라고 했다. 따라서 왜관의 캠프 캐롤은 미군 19지원사령부가 관할하는 예하부대이다. 캠프 캐롤은 주한미군 전체의 육군대형 장비를 재생, 정비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곳으로서 군수물자를 비축했다가 한미 군사훈련 등 훈련 시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라크 전 때도 캠프 캐롤이 많은 물자를 담당했다고 했다. 캠프 캐롤의 병력은 장교를 포함해 미군 1253명, 미국 민간직원 52명, 카투사 374명, 군속을 포함해 한국직원이 1490명가량 된다고 설명했다. ▲ 캠프 캐롤을 둘러싼 높은 담과 철조망. 왜관읍의 도시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그의 설명 중에 가장 눈여겨 볼만한 것이 있다.  왜관의 캠프 캐롤은 그 기능상 대구가 중심인 19지원사령부와 따로 떼어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왜관 수리창만을 따로 떼어서 광양항으로 이전하는 것은 사실상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수리창이 옮겨간다면 주한미군의 배치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으로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원사령부 전체를 옮겨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주한미군의 전력을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와 태평양 전부를 관할하는 전략에 따라  재배치하는 데 나선 미국으로서 19지원사령부 전체를 광양항으로 이전하는 그림은 충분히 그려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을 종합하면 미국이 19지원사령부 전체를 광양으로 이전하는 그림을 상정해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성웅 시장, ‘공론화’ 약속
광양민중연대는 이번 실사를 통해 살펴본 것을 가지고 지난 4일 오후 2시 이성웅 광양시장과 면담을 가졌다.

주한미군 수리창 이전문제에 대해 보다 명확한 입장을 취해달라는 민중연대의 요구에 대해 이 시장은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듣는 공론화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히고 “우선 오는 12일께 광양항 정상개발을 위한 시민행동 등 여러 주체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거쳐 범시민기구를 꾸리는 방안을 모색할 테니 민중연대도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광양민중연대는 평택미군기지이전반대대책위 전국순회 홍보단이 오는 7일 오후 4시 광양을 방문한다면서 이날 경제자유구역청을 앞에서 평택대책위와 주한미군 병기창 합동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광양민중연대는 미군기지 광양항 이전만큼은 기필코 막겠다는 입장이어서 경제자유구역청과 광양민중연대의 대결과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입력 : 2006년 01월 0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