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 이성훈
  • 승인 2006.10.19 18:00
  • 호수 1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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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표차로 석패한 민주당 이정문 의원
1985년 프로야구. 당시 삼성은 전ㆍ후기를 독식, 한국프로야구사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시리즈가 없었던 해이기도 하다. 당시 삼성은 이만수가 홈런, 타점, 승리타점을 김시진이 다승과 승률, 그리고 장효조가 타격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시즌 MVP(최우수선수)도 이들 중 한명일 거라는 기대는 자명했다. 특히 3관왕을 차지한 이만수가 유력한 MVP후보였다. 그러나 MVP를 가리는 기자단 투표에서 놀라운 반전이 펼쳐졌다. 이만수가 탈락한 것은 물론 김시진, 장효조마저 물리치고 해태 김성한이 당당히 MVP의 영예를 차지했던 것. 당시 투표했던 기자단들마저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을 정도로 이 일화는 지금껏 프로야구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당시 삼성 3인방의 표가 분산되는 바람에 해태 김성한이 의외의 MVP로 선정된 것이다. 김성한 역시 그해 이만수와 공동 홈런왕을 차지한 것을 비롯, 타격 전 부문에서 상위(타점 2위)에 오르며 MVP후보로서 손색이 없었으나 영양가에서는 이만수에게는 조금 못미쳤던게 사실이다. 당시 득표 결과를 보면 장효조(66표), 김시진(52표), 이만수(14표)로 삼성의 표가 분산 되는 바람에 단독 후보였던 해태 김성한(89표)이 ‘별중의 별’로 선정됐다. “삼성(이만수)은 누군가 찍어주겠지…”하는 표심이 작용한 결과 대반전이 일어난 것이다.우리 지역에서도 이번 5ㆍ31선거에서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했다. 광양읍 가 선거구에서 낙선한 이정문 현 광양시의회 의원의 예가 그것이다. 이 의원의 낙선은 자신조차도 “14만 시민이 당연히 당선될 줄 알고 있었는데…”하며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이 의원은 같은당 배학순 후보에게 불과 15표 차이로 석패, 의회 입성의 꿈을 접어야 했다. “광양읍 발전을 위해 각종 정책과 공약을 준비해놨는데…허탈합니다.” 이 의원은 처음에 패배가 믿기지 않았으나 차츰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모든게 제가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부덕의 소치를 누구 탓으로 돌리겠습니까? 당선자들이 광양시를 잘 이끌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의원의 패배는 어느 누구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정문은 당선될 것이니 남는 표로 다른 후보를 도와달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퍼졌던 것도 사실. 이는 후보자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히 나돌았다. 결국 이정문 후보 당선 기정 사실화를 제외하면 나머지 한 석을 가지고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경합을 벌이는 형국이 됐다. 그러나 결과는 대반전이었다. “제가 조금 방심한 것도 있지요. 선거 마지막에 가서는 판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쓴맛을 보고 말았습니다.” 이 의원은 이번 선거운동 기간 중 정책과 공약으로써 경쟁을 펼치는 선거운동문화가 실종된 것이 아쉽다고 토로했다.“정직하고 양심적으로 선거운동을 해서 후회는 없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선거운동이 이벤트성이나 친한 사람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물론 다른 후보들도 다양한 정책과 공약을 가지고 선거에 임했습니다. 후보자들은 당연히 시민들 앞에서 정책과 공약으로 심판받아야 옳은 일이지요. 그런데 이 부분에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차분히 말을 이어나가던 이 의원은 “앞으로 선거문화가 많이 바뀌어야 우리나라가 더욱더 성숙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8년간의 의정활동에 대한 소회를 묻자 이 의원은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시민들은 지난 3대 시의원 선거에서 당선시켜주고 4대 시의원 선거에서는 무투표 당선이라는 영광도 줬습니다. 그리고 4대 전반기 의장으로도 활동했습니다. 시민들로부터 과분할 정도로 사랑을 받았지요.”이 의원은 “지난 8년간 오직 광양시와 우리읍의 발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일했다”면서 “언제나 낮은 자세로 시민들의 소리를 귀담아 들으며 억울한 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 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앞장서 왔다”고 자평했다. “이번 선거에서 제가 세웠던 계획들을 직접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저에게 주어지지 않아 아쉽지만, 모두 유권자들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겸허하게 수용하려고 합니다.”“합법적으로 정직하게 선거운동하고 정책과 공약으로 시민들에게 다가서서 아쉬운 것은 없습니다. 비록 낙선했지만 저를 지지해주고 도와준 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의원은 특히 다른 선거구인 진월, 다압 주민들도 자신을 격려해줬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 의원은 남은 한 달간의 회기에 의정활동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또한 현재 진행중인 해양경찰학교 광양 유치에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이번 4대 의회 결산감사 대표의원으로 선정됐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지요. 멋지게 마무리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합니다.” 이 의원은 앞으로 개인 사무소를 열고 지역 현안에 대한 연구를 할 계획이다. “앞으로 자연인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이 의원은 당선자들에게 “의정활동에 있어 소신있고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사로운 정에 이끌리지 말아야 합니다. 공사구분을 엄격히 해야죠. 집행부와 같은 당이라고 해서, 또는 친하다고 해서 대충 넘어가면 일을 그르치기 십상입니다. 도와줄 것은 도와주되 짚어야할 문제는 절대 양보해서는 안됩니다.” 이 의원은 이어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해야만 의원으로써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열심히 공부하는 의원이 되기를 당부했다. 입력 : 2006년 06월 07일 20:4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