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다간 자리는 아름답게”
“머물다간 자리는 아름답게”
  • 이성훈
  • 승인 2006.10.20 15:58
  • 호수 1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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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대회 봉사하는 김혜숙, 서향용 씨
“아무것도 아닌데 오히려 부끄럽습니다.” 전남도학생체육대회 태권도 경기가 열렸던 광양제철중학교 실내체육관. 경기가 끝난후 모두들 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 묵묵히 체육관 뒷정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김혜숙(44, 순천시 왕지동,왼쪽), 서향용(44, 광영동) 씨가 그 주인공.

이들은 아들이 각종 대회에 시합갈때마다 자진해서 경기장 뒷정리를 해 주위를 훈훈케하고 있다.

“우리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일뿐 결코 칭찬받을 일은 아닙니다.” 이들은 경기장 마무리가 결코 자랑할만한 일이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두 학부모는 아들의 경기를 응원갈 때 아예 청소도구며 복장 등을 직접 챙겨간다.

경기중에는 열심히 응원하다가 경기가 끝난 후에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화장실과 경기장 구석구석을 청소한다.
경기장에서 이들을 지켜본 사람은 처음에 환경미화원인줄 알았다가 응원나온 학부모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

 “당신이 머물다간 자리는 아름답다라는 말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생활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뒷정리를 하게 됐어요.” 이들은 경기를 함께 따라 다니는 덕분에 어느새 둘도 없는  친구사이가 됐다.
또한 라이온스클럽에서도 활동하며 틈나는  대로 독거노인들 뒷바라지도 하는 등 베풂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이 거리에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희들을 설득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죠.” 자신들의 모습을 조금씩 닮아가는 것을 보면 대견스럽다는 김혜숙, 서향용 씨는 “아이들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사회생활  하면서 늘 남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 비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관중들이 많이 없어졌어요.” 이들은 경기가 끝난후 깨끗한 경기장을 보는 것도 그리 멀지 않았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현재 두 학부모의 아들들은 전남체고 2학년에 재학중이다.
아들이 국가대표의 꿈을 이루는 게 두 학부모의 간절한 소망이다.
“운동을 시키고 있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다 똑같습니다. 특히 태권도의 경우 국가대표를 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에요. 그 꿈이 꼭 이뤄지도록 저희는 응원과 함께 뒷바라지를 열심히 할겁니다.”       
 
입력 : 2005년 11월 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