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5일시장… 주민들의 애환 겹겹이 서린 유서 깊은 곳
광양 5일시장… 주민들의 애환 겹겹이 서린 유서 깊은 곳
  • 이수영
  • 승인 2006.10.20 16:09
  • 호수 1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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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5일 시장은 주민들의 애환이 겹겹이 서린 유서 깊은 곳이다. 장날이면 각종 정보교환은 물론 친·인척간 만남의 장소로 성황을 이루는 곳이다. 1980년대 들어 광양제철소가 건설되고 농촌 근대화와 산업의 발달로 인해 5일 시장은 예전 같지는 않지만 광양 5일장 만큼은 아직도 생기가 넘친다. 5일 시장의 기원
인구가 희박하여 수요가 적고,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시기에는 항상 장이 서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간격으로 장이 설 수밖에 없는데 이를 정기 시장이라고 한다.

장사꾼 입장에서는 주민들이 자주 물건을 사주고, 벌어들인 돈으로 생활이 가능하다면 편안한 곳에 있고자 하겠지만 주민의 수요가 적을 경우에는 여러 지역을 순회하여 수요량을 충족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정기 시장은 5일 시장이 가장 많다. 5일 간격으로 장이 서는데, 광양장의 예를 들면 1일에 장이 들어 선다고 하면 5일 후인 6일에 장이 다시 선다. 1일에 서는 장에서 물건을 판 장사꾼은 2일날 장이 서는 곳에 가서 물건을 팔고, 이리저리 장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5일 후에는 1일 장에 다시 오게 된다.손님들은 그 장사꾼을 5일마다 보게되고, 장사꾼은 5개의 장터를 다니면서 물건을 팔 수 있게 되는 것이다.우리는 이러한 장사꾼을 장돌뱅이라고 한다.정기 시장은 15세기 말 조선 성종 때 전라도에서 기근을 계기로 자연 발생했다. 그러나 삼한 시대에도 시장이 열렸다고 전해지고 있어, 그 기원이 상당히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교통이 발달하고 도시화로 인구가 밀집하면 한 곳에서 충분한 수요가 확보되므로 정기 시장은 상설시장으로 변화됐다. 광양 5일 시장 주민들의 애환 겹겹이 서린 유서 깊은 곳
우리 편하게 즐기고 싶다면 광양 5일장으로 가자. 텃밭에서 갓 뽑아낸 싱싱한 채소와 막 잡아 올린 팔팔 뛰는 생선이 가득하다.

광양읍은 물론 봉강, 옥룡, 옥곡, 진상, 진월 다압은 물론 중마동에서 식당을 하는 사람들은 다반사고
하동, 남해, 여수, 순천지역에서 오는 사람들도 이웃이 된지 이미 오래다.

이곳의 그들에겐 치열한 삶의 현장이지만 시장을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더없이 살가운 공간이다. 따뜻한 정을 살 수 있다. 그 속에서 얻는 자그마한 행복은 덤이다.

장터에 들면 먼저 배추와 무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국밥에 막걸리를 곁들이는 어르신들과 팥죽을 기다리느라 줄을 서 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울긋불긋한 각종 과일과 채소에서 가을을 실감한다. 무, 배추는 제철을 만났다. 도시에서는 무 1개에 1천원을 호가하지만, 이곳에서는 말만 잘하면 같은 값에 4~5개 구입도 어렵지 않다.손님을 끌기위해 목청을 높이는 상인들의 호객 행위에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은 눈길을 한번 더 준다. 산지에서 재배된 잡곡이 도·소매되고 약초도 제법 눈에 띈다. 제법 값이 나가 보이는 애완견도 있고 닭, 고양이 등의 동물은 물론 의류나 신발, 생필품 같은 공산품도 있다. 온갖 고무줄을 치렁치렁 매달고 다니는 아저씨도
보이고 특이한 옷차림에 형형색색의 목욕 타월만 같고 다니는 타월 아줌마도 있다.

옥룡서 직접 캐 온 것이라며 서툰 손놀림으로 작은 보따리에서 정성스럽게 묶은 파 꾸러미를 거내 놓는 할머니도 있다.

손수레 카페도 빠질 수 없다. 커피를 비롯한 온갖 차들을 준비하고 종이컵에 차를 타느라 분주하다. 복음송을 틀어 놓고 생필품 수레를 온 몸으로 밀고 다니는 다리 없는 장애인들도 보인다.

이만하면 광양 5일장은 그야말로 ‘길거리 백화젼이다. 1천원짜리 브래지어부터 오징어, 문어, 낙지,백합, 맛, 닭, 형형색색 온갖 진기한 것이 모두 모였다.

없는 것 빼곤 다 있는 광양 5일시장.“깎아달라”“못깎아 준다”승강이 속에 서민애환 깃든 삶의 현장은 벌써 하루가 뉘엿뉘엿 진다.

한편 광양 5일시장은 공식적으로 장세를 받는 장옥이 177곳이다. 장세는 2평의 점포 기준에 5천원씩을 징수하고 있다.

김창곤(72·광성상회)번영회장은 “광양시가 기존 점포세를 받는 장옥은 177곳이지만 장날 농산물 등을 파는 곳까지 합치면 300곳은 족히 넘는다”며 “현재 광양 5일시장의 지붕과 배수로 정비사업이 진행 중으로 내년 3월이면 보다 좋은 시설의 광양 5일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 : 2005년 1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