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목욕탕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4.03 08:56
  • 호수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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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대안공간 ‘반디’의 기막힌 발상
 
단아한 내부, 깔끔한 인테리어, 은은한 조명…흔히 알고 있는 전시 공간의 모습이다. 이런 전시공간의 고정관념을 파격시킨 곳이 있다.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안2동에 자리 잡은 대안공간 ‘반디’(대표 김성연)가 그렇다. 동네 주변에 있는 낡은 목욕탕을 전시 공간으로 바꾼 반디. 목욕탕은 전시 공간으로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오히려 이런 곳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발상이 감탄을 자아낸다.
수십 년 된 목욕탕 건물 1, 2층으로 이뤄진 전시공간 내부는 욕조며 수도꼭지, 벽면 곳곳에 붙어 있는 목욕탕 특유의 타일 등 오래된 목욕탕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건물 바깥에도 목욕탕을 상징하는 굴뚝이 그대로 남아 있어 오히려 고풍스러운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관람객들에게는 이런 외형들이 또 하나의 보는 즐거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대안공간 반디는 결국 발상의 전환으로 지역미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미술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반디는 지역미술의 한계 속에서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통해 대안적, 발전적, 진보적 미술문화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전시공간이다. 반디는 지난 1999년 대안공간 ‘섬’으로 설립됐다. 2001년 재정난으로 잠시 활동을 접다가 2002년 대안공간 반디로 재개관했다. 반디는 이후 2007년 1월 광안2동의 폐쇄된 동네 목욕탕을 임대해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실험을 하게 된다. 수십 년 된 낡고 오래된 목욕탕을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전시 공간에 대한 발상 전환은 곧 지역 미술계와 시민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종전의 반디는 전시만 가능한 공간이었다. 이런 까닭에 전시회가 열릴 경우 작가와 대화를 갖거나 워크숍 같은 부대행사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따랐다.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운영하는 공간이 없는 것도 큰 어려움중의 하나. 그러나 목욕탕을 재활용하면서부터 이런 걱정은 해소됐다. 확장된 전시 공간과 소규모 워크숍이 가능한 공간을 확보하게 된 것.
목욕탕을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하기까지는 부산지역 작가들의 힘이 컸다. 신양희 큐레이터는 “작가들의 도움으로 공간개조공사가 진행됐고 반디를 지지하는 애호가들도 전시 공간 이전에 힘을 보탰다”고 말했다. 그는 “공간을 개조한 후, 반디를 찾은 시민들도 독특하고 재밌는 공간이라며 독특한 발상에 박수를 보냈다”며 목욕탕을 활용한 것이 호응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외부가 목욕탕인 까닭에 이곳이 아직도 목욕탕인줄 알고 목욕하러 오는 동네 주민들도 종종 있다고 한다.  

반디는 이곳으로 이전한 후 지금까지 14차례 전시회를 가졌다. 이중 ‘목욕탕프로젝트-때를 벗기다’는 공간 이전 후 첫 번째 전시로 부산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참여로 이루어진 기획전이다. 신양희 큐레이터는 “이 전시를 통해서 반디가 외부에도 많이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목욕탕이라는 전시 공간과 ‘때를 벗기다’라는 주제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관람객들로부터 호응을 받은 것. 반디는 이 전시회를 시작으로 부산미술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반디에서는 목욕탕프로젝트 전시회 이후 개인전, 기획전, 비디오페스티벌 등 다양한 전시가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시마다 관람객의 수가 일정하지 않지만 평일에는 20~30명, 주말에는 40~50명 정도 이곳을 찾는다. 굳이 관람객으로 한정시키지 않더라도 이곳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기웃거리기도 한다. 결국 한명 한명 입소문을 통해 반디는 대안공간으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신 큐레이터는 “전시 오픈 때 작가워크숍을 진행하며, 전시에 관련된 설명이나 해설 등은 관람자가 물어 올 경우에 설명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반디의 전시 일정은 빡빡하다. 개인전 5회, 기획전 3회, 제5회 부산국제비디오페스티발, 비엔날레 연계전시 등이 이곳에서 열린다. 전시 외에도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신 큐레이터는 “대단한 목표보다는 조금씩 진전되는 방식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지역의 작은 빛이 되기 위한 '반디'가 지역의 미술담론을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발상의 전환에 의미 있어
 
대안 공간 ‘반디’가 우리지역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 의미가 있다. 우리지역에서는 주로 광양읍에 있는 문화예술회관, 중동 홈플러스 문화센터에서 각종 전시회가 열리기도 한다.
이밖에 청소년문화센터, 커뮤니티센터 등에서는 행사에 맞춰 간헐적으로 열리고 있다. 그러나 지역 미술인들만의 상설 전시 공간은 전무한 실정이다. 또한 작가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 역시 마련돼 있지 않다.
그렇다면 대안 공간을 우리지역에 그대로 적용해야 할까. 아직까지 우리지역에 대안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인구 360만과 14만의 차이, 지역 작가들의 활동, 각종 전시회와 문화 활동 등 외적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부산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김정국 화백은 “도심 속 목욕탕을 개조해 전시 공간으로 활용했다는 것은 박수 받을 만하다”며 “그러나 이를 그대로 우리지역에 적용시키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김 화백은 “발상을 전환했다는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있다”며 “기존의 전시 공간을 탈피해 주변 환경을 활용하는 것은 우리 문화계에서도 앞으로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안공간 ‘반디’가 우리지역에 주는 현실적인 메시지는 ‘고정관념 탈피’인 것 같다”며 “창조적 발상이 결국 어느 분야에서든지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며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