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꿀맛 같은 K리그 첫 승!
전남, 꿀맛 같은 K리그 첫 승!
  • 태인
  • 승인 2008.04.17 09:10
  • 호수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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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이 발에 맞는 순간 골문이 눈에 보였고, 볼이 발에서 떠나는 순간 골을 확신하고 벤치로 달려갈 생각을 했다”고 슈팅 순간의 짜릿함을 만끽한 유홍열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전남이 지난 3월8일 포항과의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5경기, 450분(정규시간)만에 올 시즌 K리그 첫 승을 거뒀다. 전남 선수들은 지난 13일 경남 FC와 홈경기 전후반 90분과 후반 추가시간 5분이 지나 주심의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며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졌음을 자축했다.

이날 경기에서 전남은 전 후반 슈팅 16-6이 말해주듯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결정적인 찬스를 수차례 맞았으나 마지막 정리를 하지 못한 체,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고 경기 종료 5분도 남기지 않은 상황.
드디어 후반41분 페널티 에어리어 선위 16.5M 지점 오른쪽에서 유홍열이 왼쪽 골포스트를 향해 슈팅한 볼이 미사일처럼 날아가 골네트를 흔들면서 경남 FC를 1-0으로 제압했다.

유홍열은 자신의 프로데뷔 첫 골의 기쁜 세레모니도 뒤로한 체, 벤치를 향해 전력질주를 한 후 코칭스태프와 얼싸 안았다. 전남 선수들에게 1승이 얼마나 간절했고, 승리를 염원한 갈망이 얼마나 컸는지를 벤치에 뒤엉켜 있는 선수들의 얼굴에서 느낄 수 있었다.

16번의 슈팅 중 단한개만 성공 시키는 극도의 낮은 적중률 이었지만, 한 골의 파급효과는 컸다. 이번 승리는 △전남의 올 시즌 K리그 첫 승 △박항서 감독 부임 이후 첫 승 △14개 팀 중 최하위 에서 대전과 전북을 제치고 12위로 2계단 도약 △전체적으로 침체됐던 팀 분위기를 일순간에 상승시키는 작용 등 전남으로서는 매우 의미 있는 승리였다. 

뿐만 아니라 올 시즌 홈경기 1승1무로 무패 행진도 이어가고 있다. 그밖에도 경남 FC와의 경기에서 얻은 성과중 하나는 실점이 없었다는 점이다. 지난 9일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태국 촌부리 FC와의 경기에서도 실점을 허용하지 않아 전남은 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전 경남FC 조광래 감독은 “후반 30분 정도 가면 경남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며 “초반에 득점을 해 놓고 후반엔 볼을 돌리면서 체력적 안배를 하는 경기를 펼치겠다”고 했다.

박항서 감독이 조광래 감독의 작전을 간파한 것인지, 아니면 경남 FC 창단 감독으로서 흐름을 읽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전략과 전술의 승리였음이 확실했다. 박 감독은 수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김성재, 이상일 등 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선수들을 수비진에 포진 시키면서 경남의 서상민, 정윤성, 인디오 삼각편대의 날카로운 예봉을 완전히 꺾었다.

공격에선 2선 침투를 강화하기 위해 고기구와 시몬을 투톱으로 김명운과 유홍열을 좌우에 배치, 활발한 공간침투를 감행했다. 여기에 신인선수들의 경기 운영 능력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특히, 결승골을 터뜨린 유홍열과 신예 김명운은 경기 내내 공격과 수비를 오가는 모습은 박지성을 연상케 할 정도로 많은 활동을 보였고, 후반 교체 투입된 이규로와 최경복 역시 박 감독에게 큰 신뢰를 심어줬다.

이번 주 토요일인 19일 저녁 7시 전남은 부산과 일전을 앞두고 있다. 1승1무2패 승점 4점으로 9위를 달리고 있는 황선홍 감독이 이끈 부산 아이파크와의 일전이 전남에게 한 자리 숫자의 순위로 도약이냐 아니면 추락이냐의 최대의 기로이다.

더구나 황 감독은 전남에서 첫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던 만큼 전남의 색깔을 잘 알고 있다. 경남과의 경기 후 6일간의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전남은 선수들의 체력 회복 속도가 얼마만큼 빨리 정상화 되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신인 선수들의 거침없는 질주와 노련한 선수들의 공수 조율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부산 아이파크의 벽을 충분히 넘고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항서 감독이 즐겨 쓰는 말이 있다. “항상 어려운건 사실이다. 그러나 잘 될 것이라 믿고 있다.” 19일 부산전에서도 희망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