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경관, 도시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야간경관, 도시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4.24 09:08
  • 호수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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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끌어 모으는 도시 야경…계획성 없는 야경사업 지양해야
 
최근 우리나라 각 지자체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분야중 하나가 야간경관이다. 야간 경관을 개발을 통해 도시의 좋은 이미지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관광객 유치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아 영산대학교 실내건축학과 교수는 “야간경관 개선사업은 야간환경의 쾌적화, 도시 이미지 제고와 관광객 유치,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도시의 밤은 공해에 찌든 오염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면서 “무질서한 조명 사업으로 인해 혼란을 주는 지자체가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무분별한 우리나라의 상업적 간판조명은 오히려 시민들에게 시각적 혼란을 줄 정도로 지나친 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야간경관사업이 △계획성 △통합성 △단계성 △경제성 등 네 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효과적인 사업으로 추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시는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복합적인 집합체라면 야간경관개발은 개별 건축물에 대한 조명의 문제가 아닌 전체 도시계획 차원에서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지자체에서 전반적인 도시계획 속에 도시야간경관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결국 개별 건축물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관조명’이 아닌 전체 도시 계획의 차원의 ‘도시조명’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야간경관 사업이 부분별로 이뤄질 경우 전체적인 조화를 이룰 수 없고 이는 결국 조잡한 도시야경으로 비춰져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야간경관, 환경 고려 중요
 
아무리 야간경관이 보기 좋더라도 환경을 고려하지 않으면 그 경관은 공해가 되고 만다. 김정아 교수는 “오늘날 도시조명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빛의 생태학”이라며 “최근에는 빛의 이점과 조명으로 인한 공해와 침해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조명은 조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테면 강한 조명은 때로는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으며 조명이 동식물을 비롯한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김 교수는 “조명은 화석연료를 소비함으로써 지구 환경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며 “환경의 보존을 전제로 한 건축과 도시계획에서의 ‘지속가능한 개발’은 야간경관사업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성도 무시 못해
 
야간경관에 있어서 가장 염려스러운 부분은 경제성이다. 김 교수는 “아직 우리사회는 ‘야간경관개발=에너지낭비’라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그러나 “야간경관사업을 통해 쾌적하고 안락한 생활환경이 갖춰지면 이에 대한 비용은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잘 수립된 야간 경관계획 속에서 사업이 진행된다면 최소화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야간경관사업이다. 
하나의 예로 프랑스 리용시는 지난 1989년 야간경관개발에 착수, 야간경관의 메카로 세계 속에 자리매김해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특히 매년 12월 초에는 조명과 관련한 예술가들과 학자, 조명전문가들이 모여 빛의 축제를 개최하는 등 도시조명 차원에서 벌어지는 세계 유일의 이벤트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상하이의 ‘오리엔탈 펄 타워’, 일본 도쿄의 ‘ 모리 타워’, 영국 런던의 ‘런던 아이’ 등도 밤의 도시를 빛나게 만든 대표적 랜드 마크들로 전 세계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여수시는 지난 6일 2010년 세계 박람회 개최 후보지이자 관광 명소인 오동도 입구 방파제와 기암절벽, 산책로 등에 4억 원을 들여 광섬유, 투광등, 컬러체인지 캠프 등 야간 조명시설을 설치해 점등식을 가졌다. 여수시가 본격적인 ‘야경(夜景)도시’로 거듭나기 위함이다.
경남 김해시는 밤이 아름다운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김해시는 특히 국제도시조명연합(LUCI) 회원국에 가입함으로써 국제적인 네트워크에 참여, 세계 주요 도시에 김해시를 홍보하고 있다. 경남 진주시 역시 도심에 있는 진주성과 남강을 중심으로 한 도시 야경은 타 지자체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김 교수는 “아름다운 야경이 관광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야관경관 사업은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는 상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역설했다. 즉 도시야경을 보기위해 외지 관광객들이 해당 지역에 머무르면 이는 결국 지자체에 직접적인 경제효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야경사업, 장기적인 청사진 필요
 
야간경관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도시 고유의 정체성 △야간경관 총괄기본계획 △디자인 개발 등 총체적인 계획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해당 도시의 자연조건, 도시의 고유한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조명만 화려하게 비춰질 경우 도시미관이 아닌 오히려 공해만 가중시킬 뿐이다. 
김정아 교수는 “해당 도시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어떻게 고유한 빛의 색조와 선을 통해서 표현할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면서 “자기 도시의 고유한 이미지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고 말했다.

야간경관 총괄기본계획이 세워져야 할 것임은 두말할 것 없다. 이 기본계획은 도시 전체의 야간경관의 통합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시의 구조적 짜임새를 이루는 곳을 대상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주요 도로축과 16층 이상 건축물, 공공시설, 교량, 문화재, 주요 가로 및 환경조형물 등이 이에 속한다.
김 교수는 “야간경관 개념구성의 기본 방향과 방침에 맞도록 지역별 기본계획의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면서 “지역별 계획은 총괄기본계획에서 규정한 지침에 따라 일상 생활환경의 차원까지 고려한 야경사업을 포함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야간경관사업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은 전시 효과다. 김 교수는 “전시 효과를 노리고 야경 개선사업을 벌이거나 도시 환경 개선을 위한 별다른 노력 없이 조명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일부 지자체에서 수십억 원씩 야경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면서도 일회성 계획으로 인해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도 적지 않고 있어 문제가 제기되는 등 후유증을 앓고 있다. 김 교수는 “ 도시 경관 사업에 대한 전문가도 없어 일단은 설치하고 보자는 무분별한 조명 사업이 예산 낭비와 빛 공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지역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기본 계획을 세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추진해야 만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야간경관 사업이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무엇보다 종합적이고도 장기적인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