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장, 봉사정신 없으면 못합니다”
“마을이장, 봉사정신 없으면 못합니다”
  • 최인철
  • 승인 2009.01.21 18:20
  • 호수 2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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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이장직 마감하는 석정마을 김성태씨

▲ 석정마을 김성태 이장
“마을에 사는 꼬마가 글쎄 저를 보고 환경미화원이라고 합디다” 광양읍 용강리 석정마을 김성태 이장(73)이 웃으면서 들려주는 일화다. 김 이장이 매일 마을 어귀를 돌며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지켜봐온 한 아이가 그를 마을 청소부로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의 하루 일과가 마을 청소에서부터 시작되니 김 이장을 청소부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김 이장은 “이장은 마을을 위해 항상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했다”며 “아이들이 나를 마을 청소부로 여긴 것도 다 내가 마을에 봉사하는 것을 봐 준 것이니 감사하다”고 전했다.

마을이장 일을 본 이후 그가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마음에 새긴 것이 바로‘마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을에 꼭 필요한 것을 찾아 행정에 알리고 행정기관의 좋은 시책이 빨리 마을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다름 아닌 이장의 본분이라 여겼다.

이장의 봉사정신과 마을을 위한 활동! 곧 주민의 행복지수와 바로 연결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이장은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행정기관에 전달, 반영하고 마을의 발전을 위한 주민화합과 이해를 조정하고 주민의 편의증진을 위해 끝없이 봉사하는 게 임무다. 때로 주민들 간의 민원사항에 대해서도 중재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 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을의 노약자나 불우이웃에 대한 애정을 항상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장임무를 수행하면서 놓치지 않은 것도 바로 그런 것이다.

석정마을은 부락이 산개돼 있고 친척관계가 없는 각성바지인데다 대부분 형편도 어려웠다. 김 이장은 집집마다 큰 문제 중 하나였던 학비문제만은 해결해 주고 싶어서 주민들의 학자금 대출에 보증을 서주기도 했다. 이장 일을 보면서 개인적인 이장은 업무 자체가 행정기관이 지시하는 법적인 사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책임이 막중한데다 이것저것 잡다한 일을 하다보면 개인적인 일은 뒷전으로 미뤄야 하는 어려움도 무시할 수 없을 법하다.

하지만 김 이장은 “이장이라는 직함을 부업이나 남들 갖기 좋아하는 그럴듯한 직함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 그래서도 안 된다”며 “시와 주민과의 가교역할을 한다는 책임감으로 봉사하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열정을 정부도 인정했는지 모범이장으로 선정돼 남들은 한번 받기도 힘든 내무부장관 표창을 두 차례나 받았다. 김 이장은 표창과 함께 나온 포상금으로 마을회관을 건립하고 비포장도로였던 마을안길도 포장했다. 김 이장은 오는 22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 퇴임식은 조촐하게 주민과 함께 마을회관에서 가질 예정이다.

지난 80년 처음으로 마을이장 일을 보기 시작했으니 꼬박 30년의 세월을 한 마을의 이장으로 살아왔다. 광양시 최장수 이장으로 기록될 정도로 오랜세월 이장임무를 맡아온 세월은 그에게 도 비끼지 않아 건장한 장년의 모습을 머리에 허연 서리가 내리고 주름에도 깊은 고랑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어느 사회이든 부락을 형성돼 있고 부락은 최소 행정단위”라며 “최소단위 행정인 마을의 발전이 곧 지역과 나라의 발전을 이룩하는 기본이라는 생각으로 미력한 힘이나마 최선을 다해왔다”며 유수 같은 지난 세월을 회상했다.

또 “30년 동안 수행해온 마을이장을 그만두면서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있다면 주민과의 끈끈한 유대관계”라며 “이해관계가 발생했을 때도 이웃의 정과 설득으! 로 원만하게 해결한 것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주민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철도가 지나는 마을 뒷산에 여전히 옹벽을 쌓지 못해 산사태의 위험을 안고 있는 마을 현실이 가장 안타깝고 주민들에게 미안하다”며 “후임 이장이 무엇보다 이를 위해 힘써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