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이고 특색화된 주민참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공격적이고 특색화된 주민참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 최인철
  • 승인 2009.04.01 20:30
  • 호수 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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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도시 지역문예회관의 생존전략 찾기

문예회관은 어렵다.
물론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형 공연장과 부대시설을 갖춘 문예회관은 대규모 예산투자를 통해 시민들의 욕구충족에 다가가고 있다. 공연장 시설규모에 투자한 금액만 5천억에서 많게는 8천억에 이른다. 연간 시설운영과 기획공연에 소요되는 예산도 많게는 120억에서 80억 수준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교향악단이나 오페라, 뮤지컬 등 대형 공연을 무리 없이 소화할 만한 1000석 이상 좌석의 대공연장은 물론 4-500석 규모로 꾸며진 중급 공연장, 200석 규모의 소공연장에 이르기까지 공연 프로그램의 크기와 성격에 맞는 공연장을 갖춤으로써 다양한 문화예술의 기획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산의 아람누리나 어울림누리, 안산문화예술의 전당, 충무아트홀 등이다. 이들 공연장은 이미 문예회관의 성격을 훌쩍 넘어 예술의 전당과 어깨를 견줄 만큼 양적 질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역문예회관의 성장은 곧 해당 지역민의 문화예술에 대한 ‘즐김’의 일상화로 이어진다.

이른 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구체적 구현이다. 더나가 ‘듣고 보는’ 문화예술의 경계를 뛰어넘어 지역민이 직접 문화예술을 체험하는 공간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수도권 문예회관은 그 성역을 점점 더 공공이 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문예회관은 어렵다. 수도권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어려움은 가중되는 게 지역문예회관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문화적 소외와 차별은 점점 더 심화되고 지역민도 자연스럽게 문화패배주의 습성에 길들여지고 있다. <편집자 주>

지역민의 참여공간을 확보하라

“지역의 공공극장은 문화 활동의 거점으로서, 지역민들이 요구하는 문화사업의 활동과 지역문화의 진흥을 위해 적극적인 사업추진이 필요하다” 안산문화예술의 전당 조경환 공연기획팀장의 말이다. 조 팀장은 “문예회관 운영의 핵심은 지역과의 소통”이라며 “지역주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지역예술가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극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팀장은 “지역에서는 문화의 거점이 되기 위해 활동을 하고 문화적 성과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특색이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기대하고 생각하는 만큼 잘 운영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다”며 “이는 극장 즉, 문화시설과 일반시민들 간에 거리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예회관이 지역극장의 사명과 일반시민들이 갖는 특성을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곧 문예회관 운영의 핵심과제를 지역민과의 소통에 맞춰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관객과의 벌어진 틈새를 어떻게, 얼마만큼 메우느냐의 여부가 지역문예회관 활성화의 기초가 다져진다는 지적이다.

안산은 광양과 닮았다. 비록 외형적으로 인구 70만에 육박하는 중대형 도시지만 전형적인 산업도시라는 점, 또 회색도시라는 이미지가 고착된 점은 광양과 판박이다. 시화와 반월공단이 위치해 있는 안산시는 이들 산업단지로 인해 전국 10위권 안에 드는 재정자립도와 인구 70만을 넘어선 거대도시로 급속히 성장했지만 ‘산업과 환경오염의 도시’라는 굵은 멍에도 늘상 따라다녔다. 오죽하면 시화호를 두고 환경 패닉상태에 빠졌다는 말이 나왔다.

당연히 정주여건은 열악했고 도시이미지도 바닥세였다. 광양과 마찬가지로 인구의 유출현상도 발생했다. 웬만큼 가계사정이 나아지면 환경여건이 좋은 근교로 둥지를 옮기고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인구 유출을 막고 인구 늘리기 정책에 ‘올인’하고 있는 광양시와 마찬가지로 안산시 역시 고민에 빠진 것은 당연했다. 안산시의 선택은 생활여건 개선과는 별개로 문화예술을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사랑받는 문예회관을 만들 것인가. 정형화된 해답은 없다.

그러나 안산예술의 전당은 지역민과의 소통의 방법으로 상록수 연극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예술의 전당을 연극 중심의 공연장으로 특성화시키기 위한 목적을 갖고 주민참여형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매뉴얼을 제작해 안산시민의 잠든 감성을 깨우기 시작한 것이다.

회색도시 안산, 문화예술을 얻다

안산 예술의 전당은 상록수 프로그램을 위해 기존의 프로그램인 예술교육, 극장 모니터링, 극장 투어링 등을 포함하는 동시에 공동작업과 접근하기 쉬운 연극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조 팀장은 “연극을 선택한 이유는 총체적인 작업으로, 상호간 협조가 긴밀하고 협동하는 작업인 만큼 상호간의 이해와 소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안산문화예술의 전당 구축이라는 차별화 전략이라는 측면은 물론 지역들과의 ‘소통’이라는 틀을 확실히 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안산문화예술의 전당은 연극특성화사업의 일환으로 연극교실 운영, 아마추어 연극동아리 지원, 아마추어 연극제 개최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 기초예술인 연극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는 한편, 연극 관람인구의 증진을 도모코자 했다.

구체적 구현으로 연극반 교사와 예술단체 전문가로 구성된 상록수연극프로젝트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성인들을 대상으로 연극교실을 운영, 폭 넓은 계층의 참여를 유도했다. 다시 말해 연극을 배우게 하고 만들게 하며 발표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 내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더 이상 지역민들이 단순히 관객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무대 주인공이 되도록 해 관람객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객 구현과 지역민 참여를 유도해 낸 것이 상록수 프로젝트인 셈이다.

연극 특성화 상록수 프로젝트

이 같은 상록수 프로젝트는 대단히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외부로부터 받는다. 프로젝트 적용초기인 2007년 프로젝트 참여자 300여 명, 관람인원 3300명이라는 놀라운 주민참여를 이끌어 냈다.

현재 안산예술의 전당은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인 김홍도의 삶을 다룬 이미지극 ‘선동’ 등 각종 자체 기획물를 제작해 연극계는 물론 공연예술계로부터 각계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안산하면 연극이라는 등식을 얻어가고 있다.

조 팀장은 “안산 문예회관의 운영목표는 극장운영의 공공성과 경영성, 합리적 운영이지만 이는 결국 지역주민들의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 낸다는 최종 목표를 향해 있다”며 “비록 안산보다 훨씬 열악한 지역에서 소규모 예산이라 할지라도 지역과의 소통을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낸다면 단순히 대관 중심의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지역문예회관 담당자들의 공격적인 주민참여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지역민들이 문예회관을 지지해 줄 경우 그 만큼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 즉 예산규모도 커지고 이는 또 다시 좋은 문화예술행사를 지역민들에게 돌려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