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내고향 아름다운 귀촌일기
6시내고향 아름다운 귀촌일기
  • 광양뉴스
  • 승인 2009.04.16 10:26
  • 호수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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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황규원 부부(가남농원)

촬영팀이 내려왔는데 탤런트 박용식 선생님이 함께하고 계셨다. TV에서만 뵙던 얼굴이었는데 1박2일을 함께 촬영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었다. 선생님의 노련함에 촬영은 너무나 쉽게 진행되어 어느덧 아름다운  귀촌일기가 그려지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하는 촬영은 처음이었는데 남편이 옆에 있으니 마음이 더욱 편안하고 혼자 촬영할 때 보다 부담도 적었다. 동네 조류협회회원들을 초대해 저녁을 먹는 이웃 간의 정을 담은 모습을 촬영 할 때는 정말 재미있었다.

여기서 조류협회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잠깐 얘기하자면 잉꼬를 비유해서 붙인 말인데 처음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를 몰라 어리둥절했다. 우리 집에서 이웃집들까지 거리가 조금 있다. 그런 이유로 하루 종일 야생화에 몰두 한다든지 대화상대가 되어주는 남편과 항상 같이 다녔다. 조류협회 회원 한 분이 그런 나와 남편을 잉꼬부부라며 철이 되면 날아드는 새처럼 멀리 있지만 이웃이라는 이름으로 종종 모이는 조류협회라고 불리는  모임에 포함된다는 뜻이라고 하였다.

한동안 조류협회는 다압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씩 친목 도모를 위한 모임을 갖는다. 이웃 간의 정을 두텁게 나누는 계기를 마련하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게 정말 고마웠다.

식사를 하며 이웃 간의 정을 나누는 모습을 담다보니 늦은 저녁이 되서야 촬영이 끝나고 술판이 벌어졌다. 다음날 촬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의 부담이 컸다. 하루가 얼마나 길었는지. 쉬운 일은 없지만 농사꾼은 농사짓는 일이 제일 쉽듯 나도 그랬다. 물론 귀농도 힘든 일이었지만 거기에 비하면 촬영은 더 힘들었다.

여름이라 아침 일찍 촬영이 시작되었고 섬진강변에서 판소리 북을 들고 갈대밭을 걸을 때는 정말 영화의 한 장면을 찍는 기분이었다. 가까이에 두고도 한번 와보지 못했던 섬진강변에서 돗자리를 펴고 강을 바라보며 판소리 한마당을 펼쳐놓으니 소리꾼이 된 것 같았다. 남편과 손을 잡고 갈대밭을 걷는 장면으로 막을 내리니 그야말로 아름다운 귀촌일기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졌다.

1박2일의 촬영을 모두 마치고 나니 한 가족이 된 듯 서로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이 일을 계기로 한 팀의 호흡이 얼마나 잘 맞아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아쉬운 작별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모두 떠난 자리에는 남편과 둘만이 남았고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나니 후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