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비상근무 가족들에게 미안”
“명절 비상근무 가족들에게 미안”
  • 최인철
  • 승인 2009.10.01 09:47
  • 호수 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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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코앞이다. 짧은 연휴 탓에 고향을 다녀올까 망설이는 사람도 있지만 명절을 잊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비상대기, 참 명절과는 안 어울리는 말이지만 숙명처럼 안고 사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소방공무원도 그 같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다. 소방공무원들은 오히려 명절이 오면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해진다. 체념이 오래되면 달관하는 절차를 밟고 일상이 되기 때문이다. 금호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14명의 대원들도 일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에게는 매년 명절과 집안행사에 빠지다보니 부모님이나 형제들도 아예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눈치다. 많게는 20년이 넘게 작게는 몇 년 동안 항상 반복되는 명절날 풍경이다 보니 으레 그러려니 하는 가족들의 체념이다.

금호119안전센터 뿐 아니라 광양소방서 직원 114명도 오는 10월 1일부터 10월 5일까지 4박 5일간 추석전후 화재특별경계근무를 실시한다. 물론 전국의 모든 소방공무원들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안전하게 즐거운 추석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이 기간은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비상대기다. 
전 소방인력을 동원해 재래시장, 백화점, 공연장 등 취약대상에 대한 소방순찰을 강화하고, 유사시 출동인력 및 소방장비의 100% 가동상태 유지는 물론 유관기관과의 공조체제를 확립도 어느 때보다 강화된다.

금호119안전센터는 좀 더 바쁘다. 주민들의 안전은 물론 광양국가산업단지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14명의 인원으로 광양제철소를 비롯한 산단에다 금호태인 주택단지와 진월까지가 센터의 관할이다. 특히 국가산단의 경우 화재나 사고는 곧 대형화 될 수 있는 위험성이 항상 따르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김정현 센터장은 “산업단지이기 때문에 산단근로자들이 쉬는 연휴 때는 다른 때보다 훨씬 강도 높은 현장 순찰활동을 펼쳐야 한다”며 “광양지역 화재나 안전사고 취약대상지의 60%가 금호와 태인산단에 밀집해 있는 까닭에 항상 만전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명절에는 도시에 사람이 없다보니 신고가 늦어져 대형 화재나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명절 때만 볼 수 있는 안타까운 신고도 많다”며 시민들의 안전을 당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소방공무원도 사람인지라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표현하는 것도 한 두 번이고 벼룩도 낯짝이 있어 말을 못할 뿐이다.

그는 “명절 때가 되면 가족들에게 더 미안한 것이 사실이다. 왜 미안하지 않겠느냐”며 “하지만 시민의 안전과 국가시설을 지키고 있다는 사명을 가지고 대원 모두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요즘 들어 안전교육 실시가 일반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안전사고나 화재가 줄어든 것만도 다행스럽다”고 덧붙였다.

소방대원들은 이렇게 추석 등 명절에 근무했다고 해서 다른 날에 휴가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평시 격일제로 운영되는 소방서 시스템에 따라 하루 일하고, 하루 쉴 수밖에 없다. 그나마 광역소방체제에서 고향과 가까운 곳을 신청해 근무를 할 수 있게 된 탓에 대다수 소방공무원이 집과 가깝고 고향과도 멀지 않기 때문에 추석 아침이라도 부모님, 형제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된 것만도 참 고맙다.

하지만 부모님 얼굴이라도 짬을 내 뵙고 오는 다른 대원들과는 달리 김대현 소방장은 그마저도 녹록찮다. 목포 출신인 그는 목포시 연산동에 여든을 바라보는 부모님이 있지만 이번에도 고향을 찾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김 소방장은 “명절 때 부모님을 찾아뵐 수 있는 기회는 3년에 한 번 정도”라며 “자주 찾아뵙지 못해 항상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항상 건강하시기를 멀리서나마 기도한다”고 기원했다. 대원들이 웃으면서 김 소방장의 어깨를 다독인다. 다시금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짐하는 금호119안전센터 14명의 대원들. 대원들의 웃는 모습이 듬직스럽다. 즐겁고 고마운 일이 많은 추석 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