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무관심이 불러온 참단한 살인극
사회의 무관심이 불러온 참단한 살인극
  • 지정운
  • 승인 2010.11.29 09:58
  • 호수 3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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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학생 살릴 기회 최소 4번 있었다

최근 광양지역사회는 물론 전국을 떠들썩하게한 고교생 집단폭행 사망사건이 사회의 무관심이 불러온 안타까운 죽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진행된 과정에서 시민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신고 정신을 발휘했다면 폭행당한 고교생이 사망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 19일 발생한 고교생 모텔 사망 사건의 용의자 김모 군(19)등 3명을 붙잡아 2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군 등은 지난 18일 밤 11시쯤 광양읍 용강리 남해고속도로 통로 박스 인근에서 피해자 백모(16)군을 집단 폭행하다 실신하자 덕례리의 모텔로 옮긴 뒤 달아난 혐의다.

숨진 백군과 선후배, 친구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백군이 평소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백군의 시신은 19일 오전 11시 50분쯤 모텔 종업원에 의해 발견됐는데 이때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발견 당시 백군의 몸에서 타살 흔적과 모텔 CCTV에 백군이 업혀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수사를 벌여 용의자들을 검거했다.

당시 수사에 참여 했던 고참 경찰은 “이번 사건은 사회 병리적인 단면을 그대로 보여 주는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이 경찰은 “백군이 실신한 후 바로 병원으로 갔다면 충분히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당시 사건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경찰에 전혀 신고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 그는 “관계자들이 보복이 두려워서, 또는 귀찮아서, 나만 피해보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와 일련의 사고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백군을 살릴 기회는 많게는 4번 정도 있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 같은 가정은 22일 백군의 부검의가 “이 정도의 뇌출혈이 죽음까지 갈 만큼 치명적이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 전해지며 더욱 안타까움을 더한다.

백군을 살릴 수 있었던 첫 번째 기회는 폭행현장에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백군 또래의 10대가 폭행 장면을 목격했지만 그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백군이 실신하고 이를 옮기기 위해 택시로 옮기는 과정이다. 축 쳐진 젊은이를 태우고가던 택시 기사가 수상하다고 여겨 112로 연락만 했으면 어땠을까.

세 번째는 이들이 처음 들어간 덕례리의 모텔이다. 용의자들은 백군을 업고 모텔로 들어갔다. 숙박료도 지급했지만 이 업소는 잠시 후 이들에게 돈을 내주며 나가라고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물론 이곳에서도 신고는 없었다.

네 번째는 숨진 백군이 발견된 모텔이다. 이 모텔에서도 입실과정에서 종사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은 구급구조대원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새벽 2시쯤 입실한 용의자들은 119에 사람이 다쳤다며 자신들이 투숙한 모텔방 호수까지 알려준 후 도망쳤다. 이때가 새벽 6시 20분쯤이다. 구조대원은 10분 정도가 지나 현장을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 대원은 방안에 있던 백군을 발견하지 못했다. 신고에도 불구하고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과연 제대로 살폈나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소방서 측은 이에 대해 “현장 확인을 위해 방에 갔을 때 문이 열려있었고, 신발도 없었으며, 침대 위와 방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어 오인신고로 생각하고 화장실 확인 후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통상 누군가가 다치면 보호자가 있고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마련인데, 이같은 상황이 없어 오인신고로 판단했던 것 같다”며 “혹시 전화가 걸려온 공중전화 박스에 환자가 있을지 몰라 공중전화 위치까지 추적해 환자 여부를 살폈지만 발견할 수 없어 6시 39분쯤 복귀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사회의 무관심과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생각 등이 한꺼번에 맞물리며 16살 고교생을 죽인 셈이다.  

지정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