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名言) 만들기
명언(名言) 만들기
  • 광양뉴스
  • 승인 2011.01.2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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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위인전을 많이 대하던 초등학교 시절 위인들의 명언(名言)들을 지식과시용으로 써 먹곤 했었다. 명언을 인용하며 말을 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우쭐대는 친구들이 있었다. 당연히 그 말에 내포된 깊은 의미는 제대로 모르면서 사용한 경우가 다반사였을 게다.

초등학교 때 인생을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나이가 들면서 새삼 그 의미를 곱씹어 보면 삶의 좌표를 제시해 주는 격언이나 명언으로 삼고 싶은 경우도 있고, 또 이것들 중에서 조금 다듬어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곤 했다.  

아직은 올 해의 다짐이 필요한 시점에서, 광양신문 애독자들에게 각자 명언을 만들어 가며 사는 삶을 제언하고 싶다. 삶의 정리 단계에 이른 노년기의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청장년 세대도 해당한다. 노소를 막론하고 자신이 살아가면서 절실하게 느꼈던 값진 체험을 명쾌하고도 간결하게 압축한 나름의 격언을 만들고 이것을 되새겨 가며 사는 것이다.

명언은 본래 위인이나 유명인의 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경우로 제한하기 쉬운데, 주변의 지인들이 공감하면서 그 의미를 되새기면 명언으로 격상해도 되지 않을까.

흔히 자신의 인생관을 옴씰하게 잘 드러내는 삶의 좌표를 ‘좌우명’이라고 일컫는다. 우리네 삶이 좌우명대로 살아가기는 녹록치 않겠지만, 그렇다고 좌우명이 없으면 나침판 없이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삶에 비유할 것 같다. 혹시라도 아직도 좌우명이 없다면 이번 기회에 좌우명도 하나 만들었으면 싶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명언 만들기를 제언하는 마당에 필자도 요즈음의 생각을 압축적으로 드러낸 나름의 격언 몇 개를 소개하고 싶다. 다만 아래에 소개하는 것들 중에는 어느 책을 통해서 본 것을 자기화한 경우도 있음을 밝혀둔다. 

하나, “자연은 만물의 스승이다.” 거창하게 노장사상(老莊思想)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거스르지 않는 삶은 실패할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연의 오묘한 이치를 곰곰이 따져보면 거기에는 인간에게 주는 무언의 교훈이 내포되어 있음을 절감하곤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인간의 도전정신이 오늘날의 문명을 건설한 측면도 있지만, 이제는 인간이 조금 겸허한 자세로 자연의 순리에 귀 기울이면서 살 때다.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연의 섭리를 보면 개인의 삶도 어떠해야 하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 “설렘이 줄어드는 삶은 노년에 이르는 첩경이다.” 일반적인 경우로 국한해서 볼 때, 나이가 들수록 설렘이 줄어든다고 한다. 설레임 줄어드는 것은 열정이 줄어드는 것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권장하고 싶지 않은 삶의 유형이다. 나이를 먹어도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으로 충만한 삶은 생물학적인 노인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젊은이가 설레이는 일을 만들지도 않고 설레임도 없으면 앞날이 별로 기대되지 않는다. 설레이는 일을 가능한 많이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셋, “돈 씀씀이를 보면 사람이 보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법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움 속에서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들은 행복지수가 높은 편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고 했던가. 작은 이익에 얽매이다 보면 정작 큰 것을 놓칠 수 있다. 가끔 장관청문회에서의 진풍경을 통해서도 생생하게 생중계되고 있지 않은가. 부와 명예, 권력을 다 걸머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탓할 수는 없다. 다만 욕심이 지나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를 너무도 자주 본다.

사족 하나, 얼마 전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지에서 쓴 서간문을 번역해서 모아 놓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인상 깊게 접했다. 18년 유배생활의 시련이 후세대들에게는 출중한 저술로 큰 가르침을 주었을 뿐 아니라 맑은 영혼까지 선사해 주는 글줄로 가득하다. 유배지에서 한 가장으로서 아내와 자식들에게 보내는 안타까움과 정이 배어 있어 읽는 이의 가슴이 저민다.

유난히 추운 신묘년의 겨울, 치열하게 살면서 각자 나름의 명언을 만들어 보고, 선인들이 유산으로 남겨 준 명언에도 삶의 지혜가 오롯이 담겨 있음을 절감했으면 싶다. 디즈니 테일러는 말했다.

“단 한 권의 책밖에 읽은 적이 없는 인간을 경계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