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생 제2막은 광양에서”
“축구인생 제2막은 광양에서”
  • 홍도경
  • 승인 2011.03.14 09:28
  • 호수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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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사람들-박태원 광양여고 축구부 코치

‘리그 MVP, 득점왕 동시 수상! 프로통산 154골. 리그올스타로 뽑혀 브라질 국가대표, 세계적인 명문구단 리버풀과 친선경기’

싱가폴 S리그에서 10년 동안 활약을 하고 지난 2월 7일자로 광양여고 코치로 부임한 박태원씨의 이력이다. 그는 지난해까지 싱가폴 S리그에서 활약하다 고질적인 부상과 35살이라는 나이 때문에 은퇴를 결심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곧바로 중고등학교 선배인 손백기 광양여고 감독의 권유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 선수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열심히 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지도자 되고 싶다”는 박 코치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 우승이 지도자로서의 첫 번째 목표라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때 축구를 시작한 박 코치는 광양중을 거쳐 순천고를 나왔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차범근 유소년 축구상을 받을 정도로 초등부 최고의 공격수로 주목을 받았고, 중학교 때는 도 대표로 참가한 소년체전 우승을 이끌었던 장본인. 이후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나와 K리그 대우로얄즈, 전남드래곤즈와 인연을 맺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이를 안 방통대 은사님께서 싱가폴리그 스카우터를 소개했고 새로운 기회를 열어 주었다. 그는 “1군기회가 없어 축구를 포기 하고 싶었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싱가폴 행을 결심했다”며 당시 어렵고 힘든 결정을 소회 했다.

2000년 싱가폴리그에 진출한 박 코치는 대화도 어렵고, 음식까지 입에 맞지 않아 힘들었지만 첫해 18골이라는 물오른 득점 감각을 뽐내며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2002년엔 34골을 몰아넣으며 그해 MVP와 득점왕을 차지하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후 싱가폴 암드 포스 FC에서 2009년과 2010년 리그 우승 자격으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도 참가한 그는 같은 조에 속한 K리그 수원삼성과 2년 연속 경기를 치루기도 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룬 그는 “한국에서 경기를 하니 감회가 새로웠고 같은 팀 선수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좋은 기회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 코치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2경기가 있다. 바로 2003년 싱가폴 리그 올스타로 뽑혀 2002년 월드컵 우승팀인 브라질 대표팀과의 경기와 잉글랜드리그 최다 우승과 유럽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을 자랑하는 리버풀과의 2009년 경기이다. 쌈바군단의 호나우딩요와 호나우두.  최고의 축구선수로 활약중인 스페인 국가대표 토레스, 잉글랜드 국가대표 제라드와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한다. 

지난11일 공설운동장 보조구장에서 광양여고 축구부 학생들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얼핏 보면 연습 같지만 자세히 보니 공을 갖고 노는 듯한 분위기이다. 센터서클 안에서 공을 빼앗는 게임을 통해 패스 연습을 하고 있는 축구부원들 사이로 박 코치는 “뺏어, 뺏어, 빠르게”를 계속 외쳐댔다.

광양에서 인생의 제 2막을 준비하는 박 코치는 광양에서의 생활이 즐겁기만 하다. 그는 “17개월 된 딸 예담이도 요즘 이쁜짓을 많이 하고 친척들이 광양에 많이 살아 마음이 안정되고 살만난다”고 한다.

지도자로서 성공을 꿈꾸는 박 코치는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우승으로 지원이 예전보다는 좋아진 게 사실이지만 반짝 지원이 아닌 체계적이고 꾸준한 지원이 이뤄져 제자들이 아무걱정 없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 지도자를 꿈꾸며 항상 최선을 다하는 박 코치의 꿈은 아직도 진행형이다.